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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월호 | 작가 리뷰 ]

시간과 역사 속의 문-황도영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4: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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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복영 미술평론가, 전 홍익대학교 교수

황도영의 「문門」연작은 1994년 제3회전 이래 14년의 성상을 헤아린다. 그의 초기 시도는 흙과 자아의 만남을 통해서 기억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하려는 데 있었으나, 중기(1999~)부터는 자연과 인간을 중심으로 역사의 맥락을 추가함으로써 서서히 ‘시간’의 문쪽으로 발전하였다. 그의 「문門」은 꿈 초당 계절 모정 같은 시종 많은 기의 내용들을 아우르려는 ‘맥시멀리즘’의 충동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수의 기표품목을 등장시켰다. 문의 기표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한 많은 기표들, 이를테면 그릇, 돌, 구름, 계단, 축조물, 나무, 집 같은 다수의 기표들을 동원함으로써 일체를 아우르려는 상징체계를 구사하였다. 그의 문은 캐스팅한 나무기둥에도 벽에도 가설 구조물에도 이름짓기 어려운 괴체에 기표로 등장하는가 하면 홀같거나 뚫어 놓은 작은 빈 방 같거나 책상서랍같이 돌출되기도 하고 망자를 기리는 비문에 투각하여 안치한 명패銘牌같은 다양한 매너를 보여주었다. 「문門」의 문은 역사와 시간이 갖는 문맥으로 가능했고 사람이 일상 드나드는데 필요한 단순한 사각형 오브제로서의 문이 아니라, 기억속에 있거나 가보고 싶은 장소는 물론, 귀중품 저장고에 있거나 종래는 이름없는 시간과 역사의 맥락으로 이루어진 불특정 처소에 존재하는 문으로 발전하였다. 일견 복수로 존재한다고나 할까, 그의 문은 그래서 명시적인 한 개의 맥락을 갖지 않는다. 시간과 역사의 맥락으로 자리매김된다는 의미에서 다채하다. 이 때문에 그의 문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맥시멀리즘으로써 존재하는 문이다. 다수의 맥락을 하나의 괴체에다 응집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경험을 대리경험하도록 교시한다. 

금번 박사청구전(2008.8.26~9.2 서울 한전프라자갤러리)에서는 삶과 죽음, 욕망과 꿈을 중심 기의로 제시했다. 종래의 맥락에다 살과 죽음의 기표로서 사람의 얼굴을, 꿈의 그것으로 ‘새’를, 욕망의 대신해서 ‘발’을 도입했다. 이것들은 문을 위한 포괄적인 기의이자 기표들의 목록이다. 거기에는 흑과 백, 선과 악, 이승과 저승, 현실과 피안, 실재와 상상같은 많은 의미맥락의 웨이브가 혼재한다.
역시 맥시멀한 표정을 증대시킨 기표의 얽힘이 두드러진다. 거의 수직기표이고 일부만 수평이다. 수직은 상단돠 하단으로 분절되고 각 분절된 상하단의 자리에는 DNA염기서열과 문틈으로 내다보는 고뇌하는 얼굴, 갇혀있는 새와 은폐된 얼굴, 새와 얼굴의 대화, 나무와 발의 교감, 깨어진 문의 틈새로 비집고 나오거나, 멈추어선 얼굴들을 비좁은 내밀 공간에 층층으로 배열함으로써 하나의 도조안에 허다한 하부 단위들을 도열시키는 등 맥시멀스트럭쳐가 곳곳에 드러난다.
그의 기표들을 시간으로써의 문이라는 기의적 맥락으로 선택되었다. 보는 이에게 과다할 정도로 많은 의미의 자질들을 방출시킨다. 조성방법으로는 조합토로 각 부품들을 성형하고 하나의 구조물 내에다 세팅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채색도조’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그의 도조는 허구와 욕망사이에서 명멸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극한 심리를 분석함으로써 오늘의 인간상을 포괄적으로 표출하고자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의 금번 청구전은 컨셉의 설정과 양식의 해결, 나아가서는 양식이 포함해야할 소재와 기법 그리고 이것들을 기의와 기표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지녀야할 함의를 축적하고 박사학위 청구전의 조건을 충족하였음으로 이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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