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필자가 근무하는 타우슨 대학의 가까이에 위치한 볼티모어 클레이위크에서 세계적인 도예 잡지, 『Ceramics: Art and Perception』에서 작품과 기사를 볼 수 있었던 팁 톨란드Tip Toland의 슬라이드 톡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곳에 가서 그녀를 만나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170cm가 넘는 듯한 큰 키의 날씬한 몸매, 금발의 짧은 헤어컷을 한 깔끔한 옷차림으로 30여년이 넘는 그녀의 미술에의 여정을 차분한 목소리로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슬라이드 톡의 전반부에는 평면 위주의 작업을 보여주며 대학교 때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이었다가 도자예술 전공으로 바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러티브한 벽걸이, 릴리프 형식의 그녀의 초기 작품들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작업에 임했던 시절의 좋은 예들이었다. 당시에는 주로 흙 평면에 인물을 묘사하거나, 주변 환경의 가구나 물건 등을 재구성해서 화장토로 색을 입혀 번조한 후에 파스텔이나 석고를 이용해서 입체감을 살려내서 페인팅 작품처럼 프레임을 해서 전시했었다. 내러티브한 그녀의 작품세계는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구상적인 이미지들에서 뿐만 아니라 ‘지워져 버린 꿈들Dreams Being Erased’, ‘우리가 말했던 것과 침묵으로 남겼던 것들What we have said and what we have left unsaid’, ‘Sometimes a hunch pays off’, ‘버터 묻은 이빨의 우유Milk in the butter teeth’ 등의 제목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학원 졸업 후 여러 대학과 아트센터에서 가르치고 아티스트 레지던트로 일하면서 공공 프로젝트를 맡거나 노인센터, 특수 아동 재활센터에서 미술교사로 흙을 이용한 개개인의 미술 치료를 통해 노인과 다운 증후군의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할 수 있었던 경험을 살려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탄생을 의미하는 아기, 다운증후군의 인물을 주제로 그녀의 작품을 오랜 시간 제작, 발전시켜 왔었다. 작품 대상들의 기이한 행위나 얼굴 표정들에 익숙한 팁은 인간의 내제의 심리학적 요소와 정신 상태를 시공간을 뛰어 넘어 전 우주적인 주제인 인간의 초기인 탄생 그리고 말기인 인생의 피할 수 없이 맞게 되는 노년의 상처받기 쉬운, 절박한 상태 때로는 당당하게 맞이하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세라믹 도조 작품을 통해 표현해왔다. 극과 극인 이 두 개의 삶의 단계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또한 다운 신드롬의 소년과 소녀를 통해 그녀는 관객들에게 무슨 화두를 던지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2002년부터 인물 형상을 더욱 극사실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처럼 표현하기 위해 실제 모델을 고용해 작업해왔다. 실제 크기와 같은 크기의 인간의 몸을 석기 흙으로 만들고 Cone2 정도에서 번조한 후에 인조 머리카락을 머리에 심어 실제감을 살리고 고급 실내용 페인트를 에어브러쉬를 이용해서 여러 겹의 색을 표면에 입힌다. 번쩍이는 광택의 표면을 싫어하는 그녀는 파스텔을 이용해서 그늘지고 어두운 명암등을 살려내며 마지막 정리를 한다. 참고로 슬라이드 톡에 이어 열린 이틀간의 두상 만들기portrait bust 워크샵에서 참가자들에게는 칫솔은 사용해서 살색, 녹색, 갈색, 오렌지색 등을 초벌구이 온도에서 번조된 반신상에 살살 뿌려 입혀 자연스런 피부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법을 선보였다.
2004년 ‘버지니아 구룻 파운데이션 시각예술 기금Virginia A. Groot Foundation Award’ 수상으로 인체 크기의 작품을 번조 할 수 있는 크기의 컴퓨터 프로그램 자동전기 가마를 세울 수 있었고 전기 라인을 그녀의 스튜디오 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공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언제든지 크기에 상관없이 작업을 병행 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5년의 아치브레이 파운데이션의 약 3개월간의 레지던시도 그녀의 오랜 바램이었던 실물 크기의 인체로 극사실적인 작품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그녀는 진정한(철저한) 인체 해부학 공부와 리서치를 통해 그 동안의 바램이었던 극사실적인 인체 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팁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내재적 전우주적인 정신 상태를 몽환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작품에 투영해왔다. 인간의 상처받기 쉬운 나약성을 나이들어 쇠약해진 노인의 몸짓과 얼굴 표정, 아기의 순진무구함을 통해 보여주고, 양극을 자주 대립시킴으로써 관객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을 유도한다. 때로는 인형의 형상을 통해 묘사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외형의 적나라한 묘사보다는 관객들이 다가가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객들은 노화가 진행되어 더 이상의 젊음이 발산하는 활력이나 싱그러움이 없는, 세월에 의해 황폐해지고 무력해진 육체, 탄력 잃은 피부, 늘어지고 주름진 얼굴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이 힘없이 눕거나 웅크리고 있는 인물들에게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