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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월호 | 작가 리뷰 ]

이면적 사고와 신념의 깊이 박미화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4:10:38
  • 수정 2009-06-13 14: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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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사고와 감정 이면에는 더 깊은 사고와 감정이 내재해 있는데 이를 이면적 사고와 감정이라 한다. 이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나 사건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면 기제들의 의식화와 그에 따른 행동방식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지각과 융통성 있는 사고를 낳기도 한다. 도예가 박미화(51)는 이러한 이면적 사고를 통해 얻은 넓고 깊은 이해를 작품에 고스란히 축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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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tal Matrix

 

지난해 11, 서울 인사동 목인 갤러리에서 전이 열렸다. 전시장에는 한국 전통 미의 요소가 여러 이미지들로 재현된 창문, 가면, 성모, 한복을 입은 여인 등 다양한 오브제가 깊은 저채도 색감을 고요히 뿜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정적가운데 운치있는 갤러리 특유의 공간과 이미 적절하게 조응하고 있었다. 전시 공간에 꽉 들어찬 음산하기까지 한 특별한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박미화의 작품에 대해 어떤 이들은 “무언가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동양적 여백의 미와 서양미술의 마띠에르가 공존하는 작품미가 좋다”라고 말한다. 박미화의 작품이 함축적이며 깊이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마치 동영상 장면을 순간 캡쳐해 낸 듯 단편적인 ‘자체’만를 담아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면의 것을 생각하고 찾아내는 눈을 가졌다. 무거움과 가벼움, 긍정과 부정, 혹은 어두움과 밝음 등 이같은 이중적 사고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아름다움과 어두움을 모두 내재하고 있다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 심성으로 여김으로써 저마다의 인생을 단편적으로 평가 혹은 정의하기 전에 또 다른 면을 본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지독히 함축적이거나 내포적인 것이 아니다. 표현방법은 함축적일수 있지만 작품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는 전체를 보는 리얼리즘인 것이다. 이는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형태와 질감 뿐 아니라 색감으로도 깊게 표현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품이 놓여지는 전시장 공간 안에까지 가득 베어난다.

 

 

 

박미화는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진학해 회화, 조소, 그래픽 디자인에서 금속, 도자, 목칠 등 공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 장르를 섭렵했고 그 중 도예는 극히 일부분이었다. 1979년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미국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년간의 유학생활은 작가에게 동서양의 혼재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동과 서, 입체와 평면, 작품과 작품, 작품과 공간의 관계에 있어서 ‘조화’는 작가의 작업에 있어 필수이자 모든 것이다. 이는 그가 가진 복합적 종교사상에서도 드러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놀리기도 하는데 저는 다신교예요. 특정한 종교 하나를 정해놓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바라는 ‘빌다’라는 행위에 있어서 어려움, 슬픔, 고통 등은 다를 게 없지만 단지 표현방법이 다르다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예요.” 불교재단 중학교와 카톨릭 재단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전혀 다른 종교적 이론들이 축척되었던 배경이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 한다.

 

 

작업

 

작가는 책을 통해 얻는 단어와 기억에 남는 글귀, 사진 또는 영화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곤 한다. 이것들은 작가 내면에 오랫동안 축적된 사색과 어울려 순간순간 감각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것을 흙을 통해 작품화 시키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쏟는 편이며 같은 기간동안 몇 개의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태토는 주로 조합토와 옹기토로 오브제를 성형 한 후 화장토와 안료를 섞어 발라 초벌한다. 그 위에 안료를 덧발라가며 보통 1200~1220도 온도로 재벌 또는  삼벌하는데 원하는 색상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섯 번까지도 가마에 불을 지핀다. 작품을 뜨겁게 달구어 낸 가마가 서서히 다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원하는 작품이 나왔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에 가마문을 열지 못한 채 며칠을 그냥 보내곤 한다.

 

 

91년 국내 첫 개인전 작품 대부분은 ‘여성’이라는 존재의식이 담겨있는 항아리, 여자의 몸 또는 자궁을 은유하는 이미지였다. 검고 붉은 태토 색을 그대로 살려 흙의 원초적 느낌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이후 그의 연작은 여성, 어머니를 다소 페미니즘적으로 표현해낸 작품으로 이어졌다. 30~40대에는 주로 입체 작업을 해온 반면 근작은 평면 작품들로 시도되고 있다. 작가는 다음 전시작에 희극적인 요소를 담아내고자 한다.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두 이미지(예를 들면 반가사유상과 로댕)를 혼합해 희적 의미를 표현하고자 작업 중이다. 박미화는 현재 작가활동 뿐 아니라 5월말에 있을 <환경 영화제>에서 전시와 바자를 담당 진행하는 기획자의의 역할도 겸하는데 이는 얼마전 열렸던 바자 형식 <생명그릇전>의 회장 직후 새로운 포지션이다.

 

앞으로 계속되는 삶의 중심잡기에 있어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발휘하길. 끊임없이 채워질 그의 사색의 깊이를, 그리고 진리에 대한 사고와 발견의 과정을 새로운 작품에서 엿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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