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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월호 | 특집 ]

차를 담는 공간 ‘다기茶器’, 마음을 나누는 공간 ‘다실茶室’ - 이연주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4:02:55
  • 수정 2009-06-13 14: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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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차문화 답사기행
  • | 이연주 본지기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차문화의 꽃, 다실탐방순례기

밀양차문화답사기행은 밀양도예가회원들의 요장에 있는 다실을 탐방하는 것으로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다인茶人들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차문화 시장과 요장의 현실정에 맞춰 편성된 차문화답사기행은 소비자의 높은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고 있다.
밀양에서 작업하는 도예가는 총 23명. 밀양도예가회는 현재 구진인, 김창욱, 송승화, 안주현, 윤태완, 이종태, 장기덕 등 장작가마로만 작업하는 도예가 8인으로 구성된다. 밀양투어는 수시답사와 정기답사로 이뤄졌으나 점차 그룹을 이루거나 차회茶會가 원하는 날짜에 방문하는 수시답사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늘어 현재는 수시답사만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작년 한해에만 56개 팀이 다녀갔다니 밀양도예가회가 탄력받을 만하다. 밀양은 차도구인 도자기와 수백년 된 차茶나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인 다실 등 새로운 도예문화의 중심지와 차문화의 중심지로써 성장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다. “밀양차문화답사기행을 통해 밀양지역 도예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며 밀양차문화투어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로는 회원들간의 단합, 지속적인 연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현대적인 다실 등 세 가지로 꼽는다.
영화배우 전도연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한 영화 <밀양>은 전국민이 보진 못했어도 한번쯤은 들어봐 귀에는 익을 것이다. 밀양전역에서 촬영이 이루어진 <밀양>은 조용히 내리쬐는 햇빛을 오프닝으로, 엔딩씬도 살며시 비쳐주는 햇볕으로, 이곳을 비밀스러운 의미secret shine로 보여준다. “밀양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비밀 밀密, 볕 양陽, 비밀스러운 햇볕. 좋죠?” 하지만 대사 속 의미와는 다르게 밀양은 원래 햇볕이 많다는 뜻이다.
마침 지난 1월 9일과 10일 1박2일간 밀양차문화답사 일정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동행취재를 위해 따라나섰다.

이번 밀양투어에는 (사)한국차인연합회 부설 다도대학원 6기 졸업생들 열명과 함께 답사길에 올랐다. 밀양시청앞 광장에서 짧은 인사를 하고, 송승화 밀양도예가회장과 기자를 포함한 12명을 태운 승합차는 국도에서 매끄럽게 빠져나와 들판 사잇길을 한동안 달렸다. 잘 가꿔진 정원과 세련된 전통 한옥인 기와집이 그 위용을 드러낸 곳은 도예가 윤태완의 만우요.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까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높은 천장아래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방과 부엌, 2층 살림집, 거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켠에는 차와 어울리는 다기茶器, 다구多具, 향, 향로 등이 가지런히 진열되어있고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차와 다과가 내어진다. 아침차대용으로 속을 부드럽게 달래준다는 감잎차와 부산국제시장에서 보따리장수에게 구입했다는 감칠맛 나는 다시마. 이른 아침부터 채비하느라 바빴던 기자에게 차한잔은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볕이 잘 드는 창가자리에 앉아 작가에게 작업과정과 작품에 대해 묻는 등 담소를 나누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올해 겨울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였지만 이곳과는 상관없다는 듯 햇살은 아주 충만했다. 한시간 가량을 이곳에 머문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다. 밀양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하고 추어탕이 주메뉴인 곳이었는데 지역신문에 소개된 것을 스크랩해놓은 기사에는 ‘가난이 낳은 3대집’이라는 발문이 시선을 끈다.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반찬과 그 양은 시골인심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증거 중 하나였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토야요로 현재 밀양도예가회장으로 있는 도예가 송승화의 다실. 운치있는 초가집이 낮은 담장너머로 엿보이는데 검둥이강아지 네마리가 앞뜰에서 뛰어노는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물씬 풍겨난다. 디딤돌을 딛고 툇마루에 올라서 폭도 좁고 키도 작은 문에 허리를 낮게 숙여 들어서자 방한칸에 아담한 다실이 온전히 드러난다. 부엌과 온돌방 한칸이었던 구조를 한 공간으로 터 다실과 진열공간으로 꾸몄다. 아치형의 천장에는 온전히 서까래가 드러나고 은은한 빛의 조명을 달아 마치 엄마뱃속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랄까. 나즈막한 다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으니 말차를 준비하는 작가의 손길에 시선들이 모아진다. 가루차를 넣고 탕수를 부은 다음 차선으로 휘저어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과 함께 마시고 나서는, 백탕기에 담긴 물을 부어 다완바닥에 깔려있는 말차를 말끔히 마시기까지. 이 과정은 차문화가 단순한 의미의 음료가 아닌 총체적인 문화임을 알 수 있다. 때와 장소,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많은 요소들이 달라지며 그만큼 다양한 찻자리가 있는 것이다. 이어 다인들의 진지한 토론들이 시작돼 우리나라 차계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폐단을 낱낱이 드러내며 뜨거운 논쟁들이 한동안 지속된다.
다음 요장인 밀양요는 도예가 김창욱이 손수 지었다는 심플한 단일건물과 장작가마가 입구에서부터 한눈에 들어온다. 세련된 갤러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실은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창밖으로 수양산이 시원하게 펼쳐져 그 광경을 보며 마시는 차는 정말 일품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얻은 딸아이 이야기서부터 지난 가을에 열렸던 전시와 다관에 새겨진 독특한 부처문양에 대해서도 이야기꽃이 드리워진다. 천인상의 화관을 쓴 머리는 왼쪽을 향해 앞으로 숙이고 약간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고 동적으로 묘사되었다. “조형작업은 주관적인 생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교감이 어렵지만 다도구는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되고 교감이 우선시되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며 조형성과 실용성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던 부분을 털어놓는다. 이것은 조형성을 바탕으로 균형잡힌 다관의 형태와 다양성으로 나타난다. 특히, 발효차와 녹차로 쓰이는 다관의 쓰임이나 용도에 대해서도 꼼꼼히 신경쓰게 된다. 분청은 주로 발효차 용도로, 무유나 백자는 녹차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차의 성분을 고려해 그 고유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서다.
어스름이 질 즈음 포일요에 도착했다. 꼬불꼬불한 흙 길을 따라 들어가면 컨테이너박스로 지은 조립식 건물이 드러난다. 하나는 작업실, 다른 하나는 다실로 낮고 가로로 긴 창문을 통해 평화로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김해에서 밀양으로 왔다는 도예가 윤창민은 평일에는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하고 주말에서야 가족을 만나러 간단다. 쑥차와 쑥떡이 차려지는 동안 얼음골사과도 더해진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잘자라 단맛이 좋다며 얼음골에서 공수해온 사과가 두세 번 더 채워진다. 각 요장마다 다과와 차가 다르게 준비되었듯이 논의거리도 참 다양하다.
이날의 저녁은 작가들과 겸한 자리로 두루뭉술한 메주 덩어리들이 반쯤 가득 채워진 방에서 이뤄졌다. 곧 메주냄새에 익숙해졌지만 작가와의 대화시간은 숙소에서 마련하기로 해 발길을 옮겼다. 넓고 둥글게 앉아 그 중심엔 차와 간단한 과일을 준비해 편안한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각 요장에서 준비한 특색있는 다잔들을 추첨해 알아맞히는 미니퀴즈, 밀양도예가회에 대한 질문, 작가를 향한 인식 등 소담들이 고즈넉한 밤과 함께 깊어갔다. 

다음날, 비교적 언덕이 있는 곳에 위치한 구천요는 도예가 구진인의 요장으로 탁자나 진열대위에는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의 다완이나 다기구 등 많은 것들이 펼쳐져있다. 일종의 약초인 까마중차와 물고구마가 다식으로 내어진다. 여러 다기들이며 찻물을 담은 잔, 잔을 받치는 차탁, 찻상, 오래된 반닫이합, 창밖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전경이 반영되어 있어 구천요의 다실은 친자연적인 성향을 담은 공간과 같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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