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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월호 | 작가 리뷰 ]

리듬 & 그 반복의 단조(鍛造) - 윤상현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3: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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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한향림갤러리 전시기획 팀장

단조鍛造 란 금속을 적당한 온도로 가열하여 연화軟化되었을 때, 해머 등으로 두들겨 원하는 모양이나 치수로 가압성형加壓成形하는 동시에 기계적인 성질을 개량하는 작업을 말한다. 단조품은 주물에 비하면 조직이나 기계적 성질이 우수한 점이 있으므로 기계의 중요한 부품을 만들 때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
‘흙’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도예가 임에도 불구하고 금속의 성형방법을 연상케 하는 윤상현의 세번째 개인전(2009.11. 3~11.9 서울 인사동 공예갤러리 나눔)이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일본 마시코 토코(TOKO)갤러리에서의 첫번째 개인전 이후 리듬(Rhythm)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윤상현은 작업 과정에서‘흙이라는 매체를 다루면서도 결코 재료의 물질성이라는 조각적 특성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슬립캐스팅 성형으로 착각을 줄 만큼 숙련된 그의 물레솜씨는 작품 형상에서부터 미세한 감정과 세심한 변화의 흔적들까지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흙, 유약 그리고 불의 물리적인 작업과정은 숙련된 그의 물레솜씨를 통해 그릇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특히 빠른 물레 속도 위에 그릇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간결한 선은 리듬감을 동반하며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형, 즉 물레의 동적인 드로잉 선은 반복적인 형태로 전환되는데, 그 결과물들은 실용적인 공예품이라기보다는 조형적인 오브제로 완성된다.
전시공간 속에서 감각적으로 연출되는 ‘도자그릇설치’라는 시도는 실내 공간 속의 사물들과 마치 고분에서 발굴된 듯한 상상의 파편 그릇들로, 어쩌면 작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적인 공간 안의 사물들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형태의 원류는 마치 조용한 정적, 하나의 선에서, 면에서 그리고 움직임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파동으로 그 정적을 깨우는 듯하다.
조각가다운 작가의 관심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조각적으로 병행하면서 구체화한다. 형식적으로 모으기와 떨어뜨려 놓기를 반복하는 윤상현의 작품들은 전체 공간을 채우는 대규모의 설치로 전개된다.
작업의 발상에서 실천까지 모든 과정을 중시하는 작가는 이러한 과정 속의 미숙함과 실패, 때론 놀라운 발전과 깨달음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치 바르트의 비유처럼, 그것은 해독하는decipher것이 아니라 풀어가는disentangle 행위인 것이다, 그 결과 전시장에 진열된 작품들은 마치 공업 생산된 일상의 물건처럼 매우 단단해 보이지만, 세련되게 다듬어진 물레로 만든 작품 이면에는 수없이 고치면서 연습한 고뇌의 흔적들을 느끼게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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