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0월 27부터 5일간 중국 경덕진 도자대학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움에 초대작가로 초대되어 다녀왔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경덕진도자대학의 개교 5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JCIJingdezhen ceramic international와 NCECA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의 주관하에 미국 도자교육위원회인 NCECA회원 및 웨스트버지니아대학 학생 80여명과 중국작가 20여명 그리고 한국작가로는 필자를 비롯 한봉림 원광대 교수, 박선우 서울산업대 교수, 이영미 경덕진도자대학 교수, 도예가 하주용 등이 초대작가로 참여하였다.
심포지엄은 전반적으로 중국과 미국도예의 교육적 접근 및 학생들의 도예 교육을 통한 문화적 교류에 관한 학술발표 및 토론이 이루어졌고 경덕진대학 내 갤러리에서 초대작가의 작품전시, 그리고 미국작가 및 중국작가들의 워크샵이 있었다. 전시된 작품은 대체로 국적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도자의 특성이 강한 성향과 작지만 작가가 가지는 개성과 오랜 숙고의 끝에 만들어지는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고, 특히 베스 카베너beth cavener의 워크샵은 많은 참여 작가와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여성이 하기에는 다소 큰 스케일의 작업형태로 쌀살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을 훔쳐가며 뼈를 만들었고, 근육을 덧대 안면이 표현되어 차츰 세밀한 토끼의 형상으로 완성되었다. 거친듯 하면서도 섬세하고, 정지되어 있지만 마치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운동감은 좌중은 물론 필자에게도 묘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베스 카베너의 작품은 이전 NCECA 전시 도록에서 접한 적이 있다. 당시 표현력에서 느껴지는 강한 인상이 남았던 차에 직접 작업과정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워크샵 중 특히 인상 깊은 작가의 작업으로는 중국작가로 쟝쑤성 이씽에서 온 작가 찌엔신루의 자사차호 제작과정을 비롯해 경덕진에서 약 2시간 떨어진 티엔빠오에서 만들어지는 옹치, 즉 우리의 옹기와 같은 독을 현지 장인의 시연으로 볼 수 있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었다. 성형방법은 우리의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에서 쓰여지는 베게타렴, 타날법의 방식과 매우 흡사했고 완성된 형태는 입과 밑의 크기가 비슷하고 배는 많이 부르지는 않지만 경기도의 옹기와 비슷했다.
중국 경덕진도자대학은 미국 웨스버지니아대학을 비롯해 한국의 홍익대학교, 서울산업대학교, 원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 그리고 유럽 여러곳과 활발한 교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환학생과 단기, 장기 연수과정을 통해 교류를 하고 있으며 특히 원광대학교는 2006년부터 경덕진대학에서 2년, 원광대학교에서 2년의 과정을 마치면 양교의 학위를 모두 취득하는 복수학위제 도입으로 도예전공 학생들에게 단순히 해외관련 전시나 도록을 통해 작품을 접하는 것이 아닌 현지에서 교과과정 습득을 통해 중국도자기 제작과정과 그들의 일상과 문화, 도자에 대한 다양한 접근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덕진에 상주 또는 수시로 전시하는 외국작가들이 많아 그들과 교류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도 경덕진 대학에 단기 및 장기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희망하는 학생은 물론 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움은 NCECA의 개최목적에 맞게 웨스트버지니아대학과 경덕진도자대학 간의 교육적 교류에 그 의의가 있다. 모든 학술 토론 및 전시, 워크샵은 학교 내에서 이루어져 도예를 전공하는 중국 학생은 물론 유학생들 또한 좋은 경험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대학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유학을 꿈꾼다. 필자 또한 대학시절 막연히 유학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도자기에 재미를 붙이고 현대도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의 그들만의 문화에서 배어나오는 감각적이면서 독특한 디자인과 텍스추어, 칼라 등을 그들의 삶 속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내 자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보력 부재와 그에 따른 공포심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급변해 있다. 책상에 앉아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뿐더러 가고자 하는 대학의 유학생을 인터넷이란 매개체를 통해 현지 사정도 어렵지 않게 알 수도 있다. 물론 막연한 공포심은 떨치기가 쉽지 않다. 연수 프로그램이나 어학연수 혹은 전시를 통한 교류전으로 처음이라는 벽을 넘어 한번쯤 다른 문화를 직접 접해본다면 그 경험을 토대로 그 다음 미래를 계획하는데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 또한 2005년 경덕진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계기로 더 큰 계획를 세우고 그 계획을 옮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 많은 꿈을 가지고 미래의 재능 있는 도예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학생들과 필자와 같은 젊은 도예가들이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접함으로써 좀 더 큰 미래를 계획했으면 한다.
이번 심포지움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필자는 다른 작가나 학생들에게 내 작품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음과 동시에 내면적 성숙과 또 다른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기회가 됐다.
< 더 많은 자료를 보시려면 월간도예 2009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