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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월호 | 작가 리뷰 ]

니(泥)로 창조한 유희(遊戱)적 인간미학 - 이헌국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54:32
  • 수정 2009-06-13 12: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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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 경성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도예전공 교수, 공예학박사

작은 호로(葫蘆)병을 닮은 형태의 병들을 물레를 사용하거나 주입성형 기법으로 성형한 후 미디움 플라스틱 컨디션 상태로 건조시킨 다음 소조塑造적 방법으로 쌓아올려 집적(集積)하므로 괴체와 공간의 하모니를 추구해 오던 이헌국 교수가 종전의 작품개념에서 일탈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자기의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부산소재 산목미술관 1주년 개관기념 기획전에 초대 된 일련의 작품들은 위에서 언급한 공간 구성적 작품경향에서 벗어나 조각 혹은 소조 작품들이 갖는 조형적 예술 품성을 도예의 다양한 기법으로 차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의욕이 담겨져 있다. 작가 스스로가 일탈에 즈음하여 자기 작품세계를 인간미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작가가 최근에 소조적 예술품성을 차용하고 있는 것을 확실히 감지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 전시된 작품들을 고찰하면 마치 그레꼬ㆍ 로망시대 석조상에 중후한 주름이 잡힌 의상들이 임의(任意)의 형안에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우그려 넣은 후 탈형(脫型)시킨다. 탈형이 된 니泥의 형태에 적당한 건조시기를 선택하여 그 위에 니泥를 덧붙여서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성형된 인체의 이미지들이 작품에 본질을 이루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주름과 주름사이를 공간적 선이나 금채金彩의 선을 이용하여 엉켜져 있는 주름들이 miniature된 인간 군상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은 인간상들은 괴체의 표면상에 존재하나 얼핏 보아서는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안개 낀 동북 지중해의 한 모퉁이에서 파도에 휩쓸려 젖은 양 날개를 펄럭이는 니이케의 긴장된 동체(胴體). 그 전면 여신의 하반신에 걸쳐진 물에 젖은 의상에 얼비춰진 생명으로 통하는 관능이거나 Stㆍ시스티나(바티칸)의 연옥과 지옥, 또는 허공에 설정된 미켈란젤로의 가상공간일수도 있다. 작가는 거대한 회화와 조각의 모티브에서 웅크린 인간의 영혼과 육체 그리고 안면 표정들의 감동을 도예의 기법으로 변용하여 작은 공간 가운데 추상적 이미지로 번안하여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또한 절망의 순간에서 공허한 손짓으로 심상을 표현한 까레의 군상과 ‘지옥의 문’ 앞에 전개된 로댕의 군상들이 나타내는 심리적 갈등이나 욕망, 인간의 조건과 같은 것들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조각적 조형성을 작가는 도예에 기법을 빌려 miniature로 추상화하고 있다.
그레꼬ㆍ로망 시대나 간다라 불상 조각상에서 보여지는 주름진 의상의 이차원적 표면을 차용한 이헌국의 작품을 응시 할 때 얼핏 보면 곡면이나 직면을 감싸는 주름들은 문득 소인국 인간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모습들은 마치 희노애락의 정서의 변화에 따라 각양각색의 몸짓으로 인식된다. 마치 짙은 안개가 미풍에 흩어질 때 들어나는 어떤 지상위에 형상처럼 점차적으로 구체화되는 인간상이 어우러져 어떤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변모하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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