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08.12월호 | 특집 ]

슬립캐스팅 도자예술의 매력 - 윤상종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43:09
  • 수정 2009-06-13 14:05:50
기사수정
  • 슬립캐스팅의 발생과 전개
  • 윤상종 도예가

어린 시절 공사장 근처 모래가 쌓여 있는 곳에서 두꺼비 집을 만들며 놀 때, 빈 그릇에 모래를 가득 채워 뒤집으면 그릇의 형태가 그대로 찍혀 나와 성을 만들기도 하고, 블록 공장에서 시멘트가 섞인 모래를 틀에 집어넣고 눌러서 똑같이 생긴 블록이 계속 찍혀 나오는 광경을 신기하게 여기며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후에 도자기를 전공하게 되었을 때, 이장주입으로 수십 개의 같은 형태가 만들어져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을 보고 느낀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렇듯 어떤 모양을 복제해서 몇 개라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작가에게 있어 단품의 작품 제작만큼 자연스러운 기법이 아닐까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도 조형작업을 위주로 하는 도예작가들에 있어서 이러한 복제기법은 핸드빌딩이나 물레로 작업한 그것에 비해 경시되는 풍조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상당수의 작가들이 이 석고몰드기법을 활용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사실, 몰드성형에 의한 도자 작업들은 표현에 제약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몰드성형 특유의 형태적 제약, 즉흥적인 질감과 형태의 표현이나 우연성-의도되지 않은 형태적 발견 등-이 생길 여지가 없는 획일성이라든가 몰드제작에 따르는 번거로움 등이다. 그러나 몰드성형에 의한 작업에는 핸드빌딩이나 물레작업에는 없는 독자적인 조형표현 요소가 많이 있다 .
기器로써의 도자기는 실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이 원래의 목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 좋은 도자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복제생산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몰드성형은 복제생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므로 이 ‘실용성’은 몰드성형 작업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단품제작이 근간을 이루는 우리나라 도예문화에서는 이러한 복제생산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풍조가 있었으며, 대중들도 몰드성형에 의한 작품은 가격 면에서 더 싸야한다는 선입견도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단품이든 대량생산품이든 창작 과정에서의 가치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도예가가 수작업으로 사발을 만드는 것과 디자이너가 고도로 기계화된 양산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찻잔을 디자인 하는 것은, 프로세스의 차이는 있어도 같은 창작으로써의 가치를 지닌 예술 활동이다.
점토를 몰드에 눌러서 복제하는 성형 방법은 물레성형기법의 발명보다 훨씬 이전인 아마 인류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당시부터 있었을 것으로 본다. 어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무릎을 형形으로 해서 그릇을 만든 것이 최초 복제성형의 시작이라고 한다. 몰드에 의한 성형기법은 복제생산의 수단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18세기에 이르러 이장주입법이 발명되자 도자제품의 생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찻잔에서 위생도기에 이르기까지 양산도자기의 대부분이 몰드생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량 생산을 위한 도자기는 우선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으로 틀型-몰드을 제작하는 것이 순서이다. 따라서 양산되는 도자제품의 품질은 원형 제작단계에서 결정된다. 몰드제작에 있어서 소규모 공방에서는 간단한 형태-예를 들어 컵의 손잡이 같은-정도는 공방 안에서 해결하나 몰드의 설계와 가공은 경험이 많은 제형사가 하는데, 경험이 많은 제형사는 태토의 수축률과 번조에 따른 변형 등의 변수를 고려해 설계 및 가공에 반영시킨다. 이러한 기술적인 노하우는 외부로 잘 유출되지 않으며, 도제방식에 의해 선택된 제자에게만 전해지기도 했다. 지금의 생산업 전반에 걸친 불황은 도자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이러한 경험 많은 제형사들이 이직하는 등 점점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의 발달로 세밀한 조각을 필요로 하는 경우 제품설계는 CAD로, 원형과 몰드는 CNC머신으로 제작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몰드의 역사
몰드는 BC 5세기경, 그리스 시대의 것으로 틀의 바깥쪽에 끈으로 묶을 수 있도록 홈이 파여진 것도 발견되었으며, 물레성형으로 만들기 어려운 형태들인 숫양의 머리모양의 Press형도 발견되었다. BC 1300년 경,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 발굴한 몰드는 번조된 점토로 만들어진 것으로 서있는 여신상의 모습인데 흥미로운 점은 Case Mold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청동기의 주물 작업을 위해 몰드를 사용하였다. BC 200년 경, 한나라의 무늬가 있는 타일의 몰드는 다양한 기하학적인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송시대의 번조된 점토 거푸집은 식물문양이 부조된 청자 발을 만들 때 사용된 것으로 매우 아름답다.
석고몰드가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되었다는 첫 번째 기록은 16세기 중엽, 이탈리아 도공들이 석고형의 제작 방법에 대해 기술한 1545년 발간된 피콜파소의 책에서 보인다. 그 내용에는 석고를 만드는 방법과 더불어 점토판을 형의 안쪽에 밀어 넣고 양쪽을 합쳐 눌러서 제작하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다. 17세기에는 프랑스나 영국에서 석고형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주로 가압성형용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1700년대 중반 영국도기에서 석고형을 만든 방법은 오늘날과 유사하다. 이때 이장Water Slip - 초기의 이장형태로 점토에 물을 섞어 묽은 크림상태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요즘의 일반적인 이장주입성형은 아니다. 이러한 석고몰드의 발전은 도자기 생산을 기계화 하고 물레작업의 역할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석고의 이용은 그 기원을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며, 토목건축 등의 건축 재료로써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의 석재용 접착제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시멘트의 응결제와 도료의 백색제로써 사용되기도 하며, 소석고는 도자기 형재용과 금속주물형용, 미술, 공업모형용, 건축용, 분필, 치과 및 의료용 등으로 그 용도는 상당이 넓다.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형 그릇에서 대형 위생도기까지 그 대부분은 석고몰드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그 이유로써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원인이다.
  - 석고는 무미무취無味無臭이며 무독無毒한 재료이다.
  - 소석고는 물을 첨가하면 간단하게 경화硬化한다.
  - 석고는 약간의 팽창을 하여 정밀한 복제가 가능하며, 정밀도 높은 가공이 가능하다.
  - 재현성이 높고, 반복생산이 가능하다.
  - 다공질로써 적당한 흡수성을 가지고 있다.
  - 가격이 싸다.
결점으로써는 강도가 약하다는 점이며, 현재는 경질석고와 수지를 섞은 플라스틱석고가 개발되어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대량생산에 있어, 강도와 경도의 부족에서 오는 석고형의 마모를 방지할 대책이 없다. 한 개의 틀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개수는 금형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공질 플라스틱제와 금속제의 틀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석고의 장점에는 못 미치는 점이 많아 현재로써는 곤란하다.
형型을 이용한 성형방법에는 가압성형Press Molding, 이장주입성형Slip Casting: 막주입성형Drain Casting, 압력주입성형固形주입성형Solid Casting, 기계물레성형Jiggling, 롤러머신성형, 압출성형Extrusion, 프레스성형Press 등이 있으며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법은 아래와 같다.

막주입Drain Casting
막주입은 석고형에 이장을 부어넣고 적당한 두께를 형성하면 여분의 이장을 배출하고, 건조가 시작되면 탈형하여 균일한 두께의 성형물을 제작할 수 있다. 이 방법에서 1개의 틀로 가능한 성형물의 수는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0개 전후이다. 그 이상 사용하면 석고면이 마모가 되어 균일한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부분형(복잡한 형태에서 부분적으로 틀을 제작)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형태는 없다. 단점은 기물의 두께를 일정하게 할 수 밖에 없고, 임의로 두께를 조절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도심(틀의 맞물림 자국)과 전 부분을 다듬어야 하는 등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기법이다. 원래는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법으로 거의 식기나 위생도기 생산에 이용되었는데, 많은 설비도 필요 없고 비교적 간단히 할 수 있어서 조형작업의 제작 수단으로 이용하는 작가들도 많다.

압력주입Solid Casting
 틀을 고정시킨 후, 일정 시간 압력을 가한 이장을 주입하여 이장을 다시 쏟아내지 않고 안이 막힌 채 적당히 굳으면 탈형하는 기법이다. 막주입의 석고형은 기물의 바깥쪽 형태가 필요하나, 이 성형법은 기물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 필요하다. 따라서 이중주입이라고도 한다. 주로 접시나 대접, pot나 컵의 손잡이 성형에 용이하다. 또한 압력을 가하여 주입하기 때문에 이장의 밀도가 높아져 번조시 변형이 거의 없다. 단점은 복잡한 형태로 형의 수가 늘어나면 성형이 힘들고, 전부분이 배보다 좁은 기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형을 고정시키거나 압력을 가하는 기계가 필요하며, 고압에 견딜 수 있도록 형이 단단해야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작가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