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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월호 | 작가 리뷰 ]

흔적들에 대한 사유 - 정진원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11:08
  • 수정 2009-06-13 14: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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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정란 미술사. 문학박사

정진원의 작품세계는 과거에 만났던, 사물의 물성들에 대한 감각적 기억이다. 이전에 보았던 각설탕이 녹는 과정이라든가, 창가에 묻어났던 빗방울의 흔적을 이미지로 기억하면서 그 과정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다. 물성의 흔적들을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작가로서 칭찬할 부분이다. 논리나 분석이 아니라 감성으로 그 형상을 기억하여 그 변하는 물성을 탐구한다. 녹아가는 각설탕에서 존재적 물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형상이 변해가는 설탕들의 흩어진 알갱이에서 정진원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건져내고 있다.
정진원의 작품은 이런 물성들의 흔적에 대한 조형적 일기인데 주목되는 것은 세라믹Ceramic 전공자로서의 섬세한 디테일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물방울이나 각설탕의 묘사에서 슈퍼화이트를 사용하여 각각의 실낱같은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여 완성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오브제로써 조각이 아니라 세라믹의 오브제라 불러야 적합할 것이다. 이것은 전공의 분류가 무의미해져가는 현대미술에서 세라믹전공자로서의 순수성을 지키고자하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므로 정진원의 오브제는 독특한 감각을 갖추고 또 다른 세라믹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형태는 원형이나 직선,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녹아가는 물성에서도 조형의 기본적 형태에서 시작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즉 지나간 흔적들은 감각적으로 사유하지만 형상표현에서는 계획된 형태에서 짜여지고 있다. 이런 태도는 조형과 감각을 균형 있게 하기위한 것인데 예술Art이라는 경계선을 작가가 어떻게 지키고자 하는지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세라믹을 벽에 걸었다는 것이다. 회화적 기능으로써의 세라믹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 시대의 세라믹작품들은 다양하게 진화되고 있으며 도판화도 그 부류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정진원의 작품은 오브제지만 평면위에 세워서 회화적인 이중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각각의 오브제는 서로 다른 내화벽돌에 고정시키면서 그 바탕자체를 캔버스화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감상자들은 섬세한 세라믹 오브제와 회화적 감흥을 동시에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우주의 형체들은 서서히 변화한다. 소란한 빗줄기는 간혹 천지를 울리지만 영원할 수 없으며 창문위에 작은 빗방울의 흔적을 남길 뿐이다. 각설탕은 화려한 찻상에서 그 반듯함을 자랑하지만 한잔의 커피잔에서 그 형체를 잃어간다. 존재했던 것들의 흔적들에서 조형적 잔상을 기억하고 그 직관적 감각으로 빗어 올리는 것이 정진원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이다. 그러나 작가는 논리적해설이 아니라 조형적 형상으로 반추하면서 변해가는 물성의 아름다움을 손으로 섬세하게 빚어낸다. 감상자들은 그 섬세한 오브제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실존적 물음을 감지한다. 즉 직접적인 주장이 아니라 조형적 설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지금은 다양한 정답이 가능하지만 예술작품의 근본이었던 조형성과 감각을 유지하고자하는 정진원의 의도는, 난해한 논설이 팽배한 현대미술의 정글 속에서 세라믹의 존재성을 심도있게 탐구한데서 나온 새로운 질문이라 보여진다. 그러므로 세라믹의 또 다른 진화를 예감하게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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