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최근 제자와 후배들의 전시를 챙겨보는데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사동에 나가면 도예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시도 챙겨보곤 하지요. 후배 도예가들의 전시를 보고 그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현실적으로 어렵고 각박한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공예분야 중 도예는 좀 나은 편이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이어 공예분야 정부지원 정책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다. “공예가들의 작업 증진을 위한 지원 정책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현재 미술계에서의 작가지원 사업은 각 자치단체에서 활발히 지원되는 편이지만 공예인들에게 그 혜택이 닿기는 힘듭니다. 혜택을 받기 위한 공예인 개인의 노력여부도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공예는 예술범주에서만의 활동이 아니거든요.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이 순수미술과 가장 다른 차이점입니다. 또한 도예의 경우 재료의 과학성과 제작의 물리학적인 연구 분야가 동반되죠. 흙 작업에 대한 좋은 기술과 연구 결과를 가진 작가들의 활동 욕구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이를 위한 정책은 지원이라기보다 공예인을 위한 복지정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유럽의 경우에는 특별한 수익은 없지만 재능을 지닌 가능성 있는 공예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지원 사업이 있지요. 이 같은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예분야가 다른 차원의 국가산업분야로 인식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도예작업의 기반 형성 중 재료의 다양성 문제도 지적한다. “우리는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하지 못해요. 다른 국가,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재료들을 구할 수도 사용해보기도 힘든 상황이지요. 국내 도예인프라가 적어 유통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작가 스스로 재료연구와 실험에 대한 소극적인 것이 더 큰 문제겠죠. 재료의 다양성으로 작품제작과정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가가 돼야 해요. 왜 가마는 1250도로만 구워야 합니까? 왜 서양의 소지와 우리의 소지가 다른데 그것을 이용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안하는 겁니까?”
대학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묻자 도예의 예술성과 기술성의 관계를 언급한다. “디자인적인 교육과 심미적인(예술적) 교육에 대한 책임 있는 지도가 부재한 것입니다. 디자인프로세스 개발의 능력을 지닌 제자와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제작들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지도해야하는 것입니다. 고정된 틀만 제시하고 ‘맞으면 배우고 아니면 떠나라’는 무책임한 교육은 더 이상 안됩니다.”
최근에 열리고 있는 도예 관련 국제행사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전시기획의 작가 선정에 있어 인맥의 선택이 아닌 작품의 선택으로 구성된 전시가 좋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도예분야의 경우 우리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과 미국, 유럽 각국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은 다르죠. 문화적 차이뿐 만 아니라 생각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전시와 행사에 포커스를 맞춰 노하우를 쌓아왔다면 이제는 문화적 차이를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교류 워크샵의 확대와 새로운 재료에 대한 공유, 활용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전한다. “주어진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고자하는 의지를 키워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보세요. 나가서 많이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등한시 했던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통해 발현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해보세요. 이것이 여러분이 지녀야 할 새로운 예술의식에 대한 도전입니다.”
정담순은 1934년 생이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3년부터 홍익 전문학교에서 12년, 1975년부터 1982년까지 단국대학교에서 도예를 지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