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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월호 | 작가 리뷰 ]

연기로 그린 행복론-심연보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1:50:10
  • 수정 2015-05-12 0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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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한호 미술비평

 

심연보의 회화적 도예는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미덕이다. 그의 작품에는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소중한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흙을 다루는 작업은 숙명적으로 자연을 닮는다. 인간의 의지나 욕심만으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연보는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에서 불길에게 마음을 내주었다. 작가에게 있어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형상에 대한 고집조차 비워야 했다. 그렇게 일차적인 형태를 갖춘 흙판이 가마에서 번조되는 과정에서 불길이 자유로이 형상을 일구어냈다. 이것은 분명 체념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다. 오히려 의지를 떠난 무심無心, 인위를 벗어난 자유로움, 곧 예술과 자연을 조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노자의 ‘무위자연’ 개념이다. 여기서 무위는 자연스러움, 자유로움과 동의어이다.
연기가 그려놓은 그림에는 여운이 짙다. 그것에서 구체적인 자연물이나 비구상적인 대상을 보더라도 상관없다. 애초 의도되지 않은 이미지이니 마치 자연 자체가 인간의식의 정해진 틀을 벗어나 변화무쌍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이치와 같다. 작품에 구현된 회화적 공간에서 전경의 대상은 대상 자체로서 의미를 부여받기보다 먹을 풀어놓은 듯한 모노톤의 배경과 대비를 이루어 긴장을 자아낸다. 묘한 적막감은 허虛의 미까지 불러일으킨다. 결국 전경과 배경의 대조, 곧 단조로움과 변화, 단순함과 대담함, 정적과 동요를 통해 화면 속 풍경은 대단히 다채로운 세상의 분위기를 담아낸다. 이것이 바로 심연보의 도예가 추구하는 바이고 다른 도예 작품들과 차별성을 갖는 지점이다. 그의 도자화들은 단순히 도자판을 매개로 그려진 그림이란 특이성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 우연까지 포함하는 자연적인 생성의 원리를 따르려는 심원함이 있고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소한 편린들을 소재로 공감을 낚는다.
심연보는 평면이든 입체이든 세계와의 조우를 통해 획득한 인식의 형상을 기록하는데, 현재 그려진 것과 그려질 수 있는 것의 경계위에서 서성이고 있다. 바로 그곳, 인공과 자연 사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 파랑새가 앉아있다. 무채색의 하늘 아래 창가로 날아든 파랑새는 매우 구체적인 형태와 뚜렷한 색깔로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랑새는 서구적 의미의 행복의 상징일 뿐 아니라 우연과 필연,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경계에 존재하는 일상인들이 꿈꾸는 결코 퇴색하지 않을 빛을 상징한다.
작가에게 있어 도예, 곧 미술의 진실성이란 삶에서 얻어진 가장 진솔한 이미지들의 형상화와 다름 아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처럼 단순한 것들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예술, 이것이 그가 지향하는 예술세계이다.
 <창가에 앉은 파랑새-심연보 도예전>은 지난달 2일부터 17일까지 천안시 파랑갤러리에서 초대전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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