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호림박물관에서는 지난 12월 18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호림박물관 구입문화재 특별전>을 개최한다. 재단법인 성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림박물관은 구입·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공개하는 특별전을 지난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열 번째 전시로 가장 최근에 호림박물관에서 구입한 유물 중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유물 7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도자기陶磁器, 목공예木工藝, 전적典籍 등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특히 「청자철화모란당초문난주靑磁鐵畵牡丹唐草文欄柱」는 원통의 기둥형태로 상단은 연봉蓮峰으로 장식되어 있고 전면에 모란당초문이 철화기법으로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윗부분을 보면 좌우 같은 위치에 구멍이 있어 다른 부속물을 끼워넣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난간의 일부를 구성했던 기둥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그동안 알려진 사례가 없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로 고려청자의 다양하고 화려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분청사기박지모란연어문장군粉靑沙器剝地牡丹蓮魚文장군」은 소박한 형태와 활달하고 자유로운 문양 등 분청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면에 백토를 분장 후 박지기법으로 몸통의 앞뒷면과 마구리물건 양쪽머리의 면에 모란과 연어를 활달하게 꾸몄고, 바탕은 정교하게 상감기법으로 장식해 수준높은 가치를 발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목공예품은 대개 조선시대의 것으로 단조로운 형태이면서 간결미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목제안木製雁」과 「목제약함 및 은제약탕기 일괄木製藥函 및 銀製藥湯器 一括」에서 잘 나타난다. 「목제안」은 나무기러기로 부부간의 신의를 상징하기 위해 전통혼례에 사용한 것이다. 나뭇결을 자연스럽게 활용해 질감을 잘 살렸을 뿐 아니라 기러기의 세부 모습을 과감하게 조각, 기러기 특유의 얼굴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목제약함 및 은제약탕기 일괄」은 조선시대 궁중에서의 의료행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현존하는 예가 드물어 보존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활자인쇄문화와 역사인식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는 역사서들도 선보인다. 「경자자본庚子字本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은 책 앞장에 ‘경연經筵’ 인장이 찍혀있는데 세종대왕이 경연에서 사용한 것으로 그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경자자庚子字는 조선의 두 번째 금속활자로 조선 최초의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의 단점을 보완한 동활자銅活字이다.
박물관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본 박물관 소장의 유물의 특징과 유물 구입의 방향성을 널리 알리고 또한 우리 옛 미술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새로운 문화재 구입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학예연구원이 전시유물에 대해 설명하는 설명회가 개최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