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도예전 2002. 7. 10 ~ 7. 16 서호갤러리
Sound of Silence 글/이명순 군산대학교 예술대교수
오뉴월에도 흙덩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겨울 셔츠를 입어야 한다. 칠팔월 잠깐 창문이 열릴 뿐 이내 싸늘한 바닷바람이 닫혀진 창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봄, 가을이 없이 군산의 작업장에는 차가운 냉기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얄팍한 주머니 뒤져 흙이랑 유약이랑 사고 나면 따뜻하게 불지필 나무가 없다. 그래서 일까? 편히 자고 난 사람들의 살 빼는 모습들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양성우는 허리춤 바지를 항상 추켜 올린다.
삼십여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죽을 각오로 한길 가는´ 그의 가슴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을까? 예술이란 이름 아래 음악가는 노래와 연주로, 도예가는 심장 깊숙이 쌓여있는 품어내지 못하는 소리를 ‘흙과 불’로 내뱉는다. 현대 도자 오브제가 점토의 본질을 새롭게 ‘매체적으로’ 탐구하여 작가의 지적인식 혹은 내면 세계를 반영한 조형적 형상 언어로 다양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성우의 근작은 작가의 철학을 점토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소망을 실현 하듯 일상의 모든 것들을 발가벗은 모습으로 내뱉는다.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지각과 현실, 엄격함과 유연성, 영원과 비 영구성, 그가 영향받은 모든 것,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것, 때로는 환상의 세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자신의 고독과 번민을 ‘침묵의 소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점의 작품들 속에서 움직이는 무한한 에너지가 넘쳐 나온다.
특히, 직선의 날카로움과 곡선의 부드러움, 또는 점토 매체의 특징 있는 맛들을 3층 구조로 전개시키는 능력과 붙이고 자르며 연결시키는 다양한 기법들이 흙과 불의 무한한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해주고 있다. 결국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신명 앞에서 ‘침묵의 소리’들은 경계를 넘어 함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의 작업에서 새로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여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야 한다. ‘침묵의 소리’ 앞에서 격려와 찬사를 보내며 형식과 장르에서 절제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의 소리’로 다시 한번 보여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