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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월호 | 특집 ]

소유하고 싶은 공예 디자인
  • 편집부
  • 등록 2009-06-10 15:27:50
  • 수정 2009-06-10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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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아트 _통인가게 _한국공예문화진흥원 명품관 _한향림갤러리 아트샵
글·사진  이은한  OLTREMARE   대표, 금속공예가

 

“큰일이다. 이번 작업도 판매하고 싶지 않다. 너무 예뻐서 내가 갖고 싶다.” 매번 작업을 할 때 마다 스스로의 작품에 만족하며 필자 스스로 말하고 있다. 한술 더 떠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얘들아 어쩌니.... 너희들 천재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어서...” 이만하면 중증이다. 그러나 정말 신이나서하는 작품들에게 필자는 꼭 이렇게 탄성을 지르는 것이다. 그러면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렇게 태어난 본인의 작품들은 각기 자신의 주인을 찾아 떠나고 만다. 또한 기분이 좋다. 좋은 주인들에게 나의 자식들을 보내게 되니 대접 받고 예쁨 받으며 지내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본 글의 주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유하고 싶은 공예품이란 무엇일까?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만든 것? 현대의 유행에 맞게 만든 것? 소유하고 싶은-소비자, 공예품 만들기-공예작가 그래서 힘이 드는 과정이다. 여기서 또한 우리 작가들의 문제가 있다. 그럼 작가의 개념은? 알다시피 내가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외계인이 아닌 이상 나 또한 현대 유행에 민감하며 공예가인 동시에 소비자가 아닌가 말이다. 내 입장에서 과연 나는 어떠한 공예품을 소유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답은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나의 개념이 소비자의 개념과 일치할 때 소유하고 싶은 공예품이 탄생되는 것은 아닐까? 

공예의 개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과거의 공예는 생필품 용도의 사용 범위에 있었으며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제작 하거나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반면 현대공예는 구입이 손쉽고 사용하기 편리한 다양한 가격대 소비자의 기호 혹은 필요 부분을 충족 시켜주는 산업 용품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소비자의 필요 욕구에 웬만한 충족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현대 공예의 수요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공예에는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필요불가결 했으며 다양한 장르의 여러 개념이 탄생하였으며 공예 오브제object의 출현도 어쩔 수 없는 현대 공예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대중들의 시각에서 공예오브제와 현대 예술 조형물의 구별이 별 의미가 없었으며 그래서 공예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공예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용도를 갖춘 모든 것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여러 분야를 공예가 수용할 수 있는 것 같다. 가구, 주방용품, 장신구, 인테리어소품, 혹은 의복 등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장르는 모두 공예가 개입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마도 공예는 예술 장식품의 범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곳에 침투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것 같다.
그렇다면 소유하고 싶은 공예란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타당한 소비 욕구를 일으켜야 하는 것이며 단순히 산업용품과의 경쟁을 회피하고 공예품이라는 특정 상황의 변명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 스스로가 소유하고 싶은 부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예품을 소유할 때의 품위와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하며 예술품과 기능의 장르를 적절히 이용해 소유의 가치를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미술품 시장은 매우 활발한 실정이다. 미술품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은 단순히 미술품 소장의 개념을 넘어 어쩌면 문화 예술품의 가치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까한다. 예술품 소장에 대한 가치가 재투자 개념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어느 강연장에서 발표자가 한명의 예술 작품이 소비자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생애에 3천점에서 5천점 정도의 작품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그의 작품의 수요와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개수이며 그래야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공예품을 소장 미술품의 범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단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격대가 만만하지 않은 공예품을 소유할 때 어떠한 의미를 두며 우리 공예인 역시 어떠한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싶을 따름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닌 이상 우리 공예가는 우리가 만든 공예품의 시장 형성에 대해서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금속공예 작가로 지내 오면서 필자 스스로 판매한 나의 작품들과 내가 소유한 공예 작품들에 대해서 말하고자한다.
한번은 어느 전시장에서 나의 작품(브로치)을 구입한 적이 있는 소비자가 필자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브로치를 열심히 착용하고 다니던 어느 날부터 지인이 볼 때 마다 너무 예쁘다면서 탐을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는 실컷 착용한 터라 구입 당시의 가격보다 조금 덜 받고 판매를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브로치가 아쉽다고 했다. 이번엔 예비 며느리 패물에 넣어주고 본인 것도 하나 장만하고 싶어서 찾아 왔다고 했다. 기존에 이미 식상해 있는 패물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주고 싶었고 무엇인가를 물려주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착용하고 다닐 때 주위의 반응이 너무 기분 좋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누군가 또 탐을 낸다면 나를 소개시켜 주든지 좀 더 가격을 올려서 받겠다고 했다. 기분 좋게 몇 점의 작품을 판매하였다. 그 후 수개월이 지나 배가 불러있는 며느리와 함께 방문을 하였는데 이번엔 새로 태어날 손자의 탯줄함을 주문 제작 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그 아이의 태몽, 태어날 달, 부부가 선호하는 것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그 자리에서 디자인하고 며칠에 걸쳐 만들어 주었다. 또 몇 개월 후 그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도 만든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는 필자의 작업실에 어느 소비자가 오랫동안 작업실 앞을 지나 다녔는데 너무 궁금해서 들어 왔다는 것이다. 본인의 작업실은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인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착용도 하면서 어색해 하던 소비자가 가격에 대해 물어왔고 은제품이 왜 그렇게 비싼지에 대해 의아해 했다. 나는 매우 친절하게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고 디자인도 독특하며 일반 상점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임을 강조했다. 그때 나를 귀찮게 한 것이 미안했던지 가장 가격이 저렴한 귀걸이 한 쌍을 마지못해 구입한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소비자가 구입한 귀걸이를 귀에 걸고서 다시 작업실을 방문하였다.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이 아무리 값비싼 귀걸이를 하고 다녀도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는데 이 귀걸이는 너무 독특하고 예쁘다면서 어디서 구입 하였는지 물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데 본인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귀걸이를 판매한 기억이다.
어느 겨울, 필자의 작업실에 여러 명의 손님이 케이크를 들고 방문을 했다. 따뜻한 차도 대접하고 받은 케이크도 나누어 먹을 겸 예전에 양평에 있는 도자 갤러리에서 구입한 도자 접시와 찻잔을 사용했다. 갑자기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접시가 예쁘다 주전자가 독특하다 생각보다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등등 나의 정신을 쏙 빼놓더니 결국은 그날 주전자 세트를 강제로 판매하게 된 경우가 있다.
필자에게는 공예가로 활동하면서 겪은 판매에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러면서 얻은 것도 많고 소비자에게 알려준 것도 많다. 이렇듯 한번 공예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그들은 공예가 주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사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고  나 역시 소비자에게 소유하고 싶은 공예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배워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작년 12월,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아원크라프트에서 금속공예가 셋이서 <보따리장수들> 전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했다. 10년 전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전시를 한 후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재미있는 작업을 해 보자는 취지하에 기획된 전시였다. 심현석 작가는 자신이 만든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해주는 이벤트를 전시 내내 가졌고, 전인강 작가는 자신이 만든 소품으로 지어낸 동화책에 싸인을 해주었다. 10년 전 우리의 작품들을 소유한 소비자들도 매우 만족을 했던 것 같고 참여 작가들 역시 그때와는 변화된 작업들로 소비자와 함께 유쾌한 시간을 가졌었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의 10년 후 <세 번째 보따리장수들> 전을 기대할 것이고 우리역시 그때를 기다릴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많은 공예품을 만들면서 한번도 재미없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기운이 소비자들에게 전해진 것인지 그들도 본인의 작품들을 아무 이유없이 그냥 소유하진 않은 것 같다. 물론 필자가 그 많은 소비자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과 문화적 소통이 이루어 질 때 소유하고 싶은 공예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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