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08.01월호 | 작가 리뷰 ]

본질만이 머금은 아름다움/임성호 Lim, Sung Ho
  • 편집부
  • 등록 2009-06-09 15:41:49
  • 수정 2009-06-09 15:50:22
기사수정

글 장윤희 본지기자

 

휼륭한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갖춰진 주방에서 값비싼 냄비에 끓여내어도 그 재료되는 된장 맛이 별로라면 깊은 맛을 내기 어려운 법. 품질 좋은 콩을 잘 끓여내고 알맞은 온도에 건조시켜 숙성시킨 된장이야말로 깊은 맛을 우러나게 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만드는 이의 정성은 필수다. 된장과 비유하긴 조금 어폐가 있긴 하지만 본질과 결과물에 대한 예시로는 된장찌개가 그만이다. 좋은 된장으로 맛있는 찌개를 끓여내는 도예가. 깊이 있는 맛을 빚어내는 도예가. 형태와 유약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 원료가 되는 태토를 찾아 본질을 연구하는 작가 임성호(41)는 제대로 된 음식을 요리할 줄 아는 훌륭한 요리사 같은 도예가다.
 
테토의 생명력을 지닌 분청사기
전시장의 작품들은 태토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이있는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거친 귀얄문과 율동감 있는 문양으로 인해 생명력을 지닌다. 곳곳에 놓인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고고한 분위기의 목인 박물관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져 인위적인 맛없이 자연스럽다. 전시장 내부는 어두운 태토와 분청의 밝은 색상 그리고 철화로 그려진 그림들로 한층 더 운동감이 있다. 이번 전시 <계룡산 분청사기전>(서울 목인박물관 2007.12.5~12.11)은 임성호의 다섯 번째 전시이다. 1997년 첫 번째 개인전 <흙과 소리>(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갤러리)에서 작가는 주제로 꼬박을 밀 때, 물레를 돌릴 때, 번조를 할 때 나는 흙의 소리를 표현해내고자 했다. 그 이듬해인 1998년 대전에서 열린 두 번째 전시 <분청사기전>(리버사이드갤러리)에서는 실용성과 장식성을 담아낸 분청작품을 선보였다. 주로 오부점토와 대평리 옹기토를 사용하여 거친 질감을 표현하며 서정적으로 친근감을 유도하고자 했다. 대전 롯데백화점 초대전으로 열린 세 번째 전시는 그로부터 7년 후인 2005년에 있었다. 당시 계룡산 촌장이었던 작가는 기본에 충실한 둔 분청 접시를 선보였는데 특별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테마로 계절에 맞게 유약을 사용한 작품들이었다. 2006년 <숲>이라는 주제로 가진 네 번째 전시(대전 롯데백화점 롯데화랑)에서는 자유로운 회화적감성으로 계룡산의 나무, 물고기 등 자연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내보였다. 숲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사심없이 바라볼 때 숲은 변화한다는 의미를 담아낸 전시였다. 이때는 같은 태토와 유약을 사용한 작품이지만 전기, 석유, LPG, 장작, 라쿠 등 다양한 번조를 시도하며 이에 따른 변화를 찾고자 했다.      

계룡산 분청사기의 해학적 문양에 매료
어릴적 작가는 가족들로부터 ‘말없는 파괴주의자’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 소리 소문 없이 무엇인가 잡히면 그것을 해체해보는 취미 때문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유년시절부터 줄곧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중학교, 고등학교 당시에는 미술부활동을 하기도 했다. 대전 한남대학교 재학당시 도자기보다는 그래픽 디자인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지만 결국은 졸업과 동시에 선배의 권유로 계룡산 도예촌 초창기멤버로 들어가게 된다. 계룡산 분청사기는 백자토를 검은 태토위에 분장하고 짙은 갈색의 철사안료를 사용해 자연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주로 계룡산 일대 가마터에서 제작된 것을 말한다. 익살스러운 물고기와 거침없는 철채로 표현된 당초문, 간결하면서도 대담성이 엿보이는 모란문은 계룡산분청사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역동성있는 문양이다. 특히 물고기 문양에 사로잡혀있는 그에게는 작품에 몇 마리의 물고기가 등장하는지까지도 늘 관심사였다. 움직이는 풍경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그의 작품에는 실제로 진행형 문양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임성호의 작품은 500년 전의 분청 따라 잡기가 아니다. 다만 세련되지 않은 형태와 계룡산 분청에서 나오는 질감과 해학적인 문양들에 크게 매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전통을 재현해내는 것이 아닌 그것을 기본으로 삼아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내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기본이 갖춰진 작품. 그것이 바로 임성호가 빚어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본인만의 흙을 찾아 연구 개발
작가에게 특색없는 흙과 유약으로는 아무리 많은 생각을 가지고 포장을 해보아도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자신만의 재료를 찾아 보았다. 어느 날 길에 떨어진 홍시를 주으려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흙은 작가만이 누리는 호사가 되어주었다. 보통 분청을 만드는 분청토는 청자토와 성분이 같은 2~3%철분을 함유하며 카오린 광물, 장석광물, 규석광물조성으로 이루어진다. 계룡산 분청의 채취 단미토는 6.8%의 철분을 함유하며 짙은 갈색의 색상을 나타내고 있다. 1240℃ 중성 번조시 검은 갈색에서 암갈색의 색상을 띠게 되며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질감과 강도의 차이를 보인다. 보통 조형작품을 할 때 조합토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태토의 입도 분포에 따라 열팽창의 성향변화를 주게 되며 수축률 변화뿐만이 아니라 성형성이 용이하기 때문인데 채취한 단미토는 조형성형 또한 가능하다. 이러한 태토개발은 우선 계룡산 주변 학봉리 가마터 파편을 장비로 분석하고 번조한 후 어떤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파악해 채취한 흙과의 상관관계를 실험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유약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단순히 두 가지만 사용하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참나무 재와 물토 5:5 또는 부여장석과 참나무재 6:4를 사용하여 중성염으로 번조해야 계룡산 분청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 흙과 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작가의 작업 전개방식이다.

흙은 내 자신이다
졸업과 동시에 맛 본 도예촌 생활은 처절한 낙담을 안겨주기도 했다. 경험과 테크닉 부족에서 오는 좌절감은 작업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그럴 때 마다 힘이 되었던 것은 그의 아내와 선배이다. 또한 긍적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은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스스로 인내해야 한다고 다짐으로 지금까지도 흙을 만질 수 있게 하는 그만의 장점이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전시에서는 흙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면 최근 전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작업한 만큼 다음 작품을 만들 여지를 마련했기에 작가에게 더욱 특별하다. 흙은 작가 자신이다. 그만큼 노력해야하고, 사랑해야하고, 책임져야하니까. 현재 계룡산도예촌 이소도예 대표와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로 있으며 박사학위 과정에 있다. 앞으로 새로운 태토를 찾아 특성파악과 연구를 꾸준히 하며 작품을 선보일 그를 기대해 본다.

 

<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를 참조바랍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작가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