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소영 갤러리:2007.12.12-2008.1.5
<세 개의 시선>전은 도자, 회화, 사진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동일한 대상을 각각의 형식적 방법에 따라 다르게 전개한 방식에 주목한 전시다. 참여 작가는 도자분야의 강민수, 회화분야의 강미선, 사진분야의 조성연으로 활발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그들만의 형식적 틀안에서 도자기라는 하나의 주제에 관해 사유 혹은 관계의 방식에 주목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즉 ‘사유의 방식’에 대한 그들의 관점과 해석의 차별성을 선보인 의미와 같다.
강민수는 달항아리에 매료된 도예가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가 주는 미적 감동으로부터 자신이 도예가로서 지녀야 할 하나의 이상향을 발견한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성과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온몸으로 사유하기를 철저히 고집하며 ‘달항아리’라는 대상과 자신을 동일화시켜나가는 과정을 선 보였다. 강민수가 빚어낸 달항아리는 긴장감이 있는 세련된 라인으로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대범함을 품고 있다.
강미선은 소소한 일상의 사물들을 화폭이나 도판 위에 담아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적인 사물을 채우고 있는 도자기와 따스한 대화를 나누는 전개과정을 도판에 안료로 그려 보여주었다. 이밖에도 사물을 대상 자체가 아닌 그것의 정서와 미적 정취를 담은 회화작들도 선보여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전했다.
조성연은 소박한 정물사진을 형태로 담는 사진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과일, 꽃 등의 대상을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인식, 사물과의 호흡을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패브릭패널을 함께 배치해 사진에만 국한되지 않은 혼합적 회화 또는 설치의 장으로 형식적 확장을 시도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두현 아트 디렉터는 “오늘날 현대 미술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개념은 관점의 차별성과 깊이의 문제가 그 작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던지고 싶은 질문은 각각의 작가들이 동일한 대상에 대해 어떠한 인식과 사유의 방식을 갖고 있으며 나아가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가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 개의 시선>은 세 작가들의 시선으로 분명 다르게 전개되지만 대상을 인식하는 사유의 방식은 유사하다. ‘미술작품을 본다는 것’은 작품에 담겨있는 예술가들의 관점과 해석의 차별성을 살핀다라는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들의 시선으로 관점의 깊이를 구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이자 한편의 전시로 세 편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였다. 세 작가들의 앙상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몫을 톡톡히 해내었다. 묵직한 감동을 안고 전시장을 떠나서도 생각나게 만드는 전시가 관람객들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전시일 것이다. 새해에는 이러한 시선을 차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신선한 전시들의 행연을 기대해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