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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월호 | 나의 작업세계 ]

김동진 대구가톨릭대학교 공예전공 교수
  • 김동진 대구가톨릭대학교 공예전공 교수
  • 등록 2003-03-18 15:23:38
  • 수정 2025-07-10 13: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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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물에서 찾아보는 에로스 훔쳐보기


운동 선수였던 나에게 요업공예과(요강 만드는 과)에 적성이 맞다고 고삼(高三)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도예전공을 선택하여 시작한 대학시절은 대학 박물관에서 파편으로 발굴된 옹관을 원형 상태로 복원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처음 생긴 요업공예과였기에 학교 작업실은 실습을 하기에는 아직 미비한 시설이었다. 방학중에는 광주, 이천지방의 도자기 공장을 다니면서 실습을 하기도 하였다.

 처음 물레를 접했을 때 공장에서 근무하는 대장이 물레를 발로 차면서 만드는 도자기를 보고 도깨비 방망이가 요술을 부리는 것 같이 신기했다. 처음에 물레를 배울 때는 어려워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듬어지는 형태를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굽도 깎아보고, 문양도 무슨 문양인지도 모르면서 붓으로 멋있게 그리는 교수님의 흉내도 내어보고, 조각칼을 갖고 전면을 조각하여 아름다워질 수 있는 모든 행위도 해보고, 소성에서는 가마(등요)에 작품을 재임하고 불을 때 열심히 해온 작품들이 제멋대로 구워져 나와 많은 실망을 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모두가 내가 싫은지 다 도망가 버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워서 많은 좌절과 그만 둘 생각도 여러 번 했었던 초창기의 나의 모습이었다.

 좀 잘 해 보려고 교수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자네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착하고 선하게 가지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라고 말씀하시며 도리어 나의 조급한 마음 자세를 지적하시고 열심히 하라고 꾸지람을 주는 것이다. 그 때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생각으로는 불교에서 말하는 선(禪)의 경지에 이르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들은 본인의 도자기 입문시기인 1968년부터 10년간 기(器)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도자기 제작에 열중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나는 청·백자소지로 물레성형하여 단지(壺), 원통형 화기, 과반, 등을 만들었다. 또한 장식기법으로 청화, 철사, 진사안료를 통하여 하회그림을 그리고, 색화장토를 만들어 상감도 하고, 박지분청기법으로 시문하고, 현대 감각에 맞게 색소지를 조합하여 부조형식으로 붙이는 작업과 선 조각도 했다.

 78년 4월에는 지금까지 배워 온 것을 총 정리하여 첫 번째 개인전을 신세계 백화점 화랑에서 가졌다. 첫 개인전이라서 인지 당시 나의 마음은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1978년 9월부터는 대학교수로 부임했다. 당시 내 작품의 경향은 전통도자의 물레성형기법을 떠난 코일 성형기법을 통하여 조형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형태를 제작하는 작업으로 60∼70cm 정도의 크기의 대형작품이었다. 흙은 청자소지를 사용하였다. 형태는 직육면체와 대칭형이 아닌 자유스러운 기둥으로 평면적인 표면보다는 입체적인 표면을 표현한 새로운 형태였다. 당시까지는 대학의 도자실습이 기존의 도자공장의 물레성형방법으로 진행되었었다. 코일링기법을 이용한 조형형태의 작업들은 학교 교육에서 학생 스스로가 해결한 독자적인 성형과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철학자 칸트는 “자연은 예술성이 있을 때 아름답고 예술성은 자연과 같이 표현될 때 아름답다”고 했다. 자연에 산재 되어있는 모든 사물들은 시각적 미감을 즐겁게 한다. 우리들은 시각적 미감에 따라 다양한 조형적 표현으로 표출된 작품들과 예술행위 과정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이미지를 발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나는 자연물을 조형대상으로한 미적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물을 찾기 위해 산과 들, 바다를 다니며 다양한 사물들과 즐겁게 만난다.

 바닷가에서 만난 두리뭉실한 돌들에서 교만과 오만을 버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모난 부분을 모두 떨쳐낸 둥글고 푸근한 돌의 형태에서 넉넉함을 배우고, 그 부드러운 곡선에서 인체의 부드러운 곡선과의 합일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자연물을 작품의 소재로 한 1996년에 제2회 개인전에서는 신체 부위에 따른 에로틱한 표현을 통하여 형상화시킨 작업으로 돌의 질감과 정제된 형태를 이용하여 조형성을 추구한 작품을 선보였다. 세월의 흐름에서 다듬어진 선과 형은 자유스럽고 인위적인 선의 흐름보다는 훨씬 정돈되고 세련된 형태를 이룰 수 있어 자연에로의 회귀(回歸)가 그 무엇보다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나는 우연히 상품가치가 없는 아주 못 생긴 호박과 무를 만났다. 이 자연물에서 나는 무한한 생명력과 운동감 그리고 양감에 따른 조형성을 느꼈다. 호박에는 여성의 풍만한 엉덩이가 있고, 여성의 성기가 아주 리얼리티하게 표현돼 에로틱한 아름다움이 있다. 무의 조형성에서는 인체의 하반신이 아주 정교하게 표현 돼있어 성에 대한 상징과 은유를 섹스어필 한다. 자연물이 주는 미적 가치는 상당한 수준이다. 나는 이런 형태들을 모델로 한 조형의식에 따라 계획적인 창조작업으로 코일성형과 석고틀로 성형하고 직관력과 감성에 따른 표현으로 자르고, 붙이고, 찢고, 뚫고 하는 조형화 작업을 한다. 호박과 무를 주제로한 작품은 2001년 10월 3회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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