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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1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양성우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2:31:43
  • 수정 2018-02-20 17: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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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양성우

삼각 사각 원을 천지인의 조화로움에 바탕

현실주의적 조형요소를 대조와 대립구성으로 표현

삼각형, 사각형, 원형들은 극히 추상적이며 간단한 기하학적 형태이기 때문에 시각적 완결성을 지녔다. 서양미술사에서 세잔느(Paul Cezanne, 1839∼1906)같은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는 이 형태들을 일러 자연사물의 환원적 근본형태라고 규정하기도 했으며, 동양에서는 ‘천(天)’, ‘지(地)’, ‘인(人)’ -원은 천, 사각형은 지, 삼각형은 인-의 조화로 간주했다. 도예가 양성우(35세)는 이 단순화된 3가지 기본도형을 도자 조형물 제작의 기본 개념으로 충실히 연구, 이행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다. 작가의 작업실은 전라북도 군산시 옥산면 대려마을에 위치해 있다. 단층건물의 작업실 앞엔 잘 정돈된 잔디 마당이 있다. 잔디 위에 놓인 10여 점의 도자조형작품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작품들은 삼각, 사각, 원형의 기하학적인 틀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틀 안에 표현된 물성의 효과와 다양하게 구성된 흙의 질감은 마당 위로 보이는 풍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작가 양성우는 1987년 군산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해 도자공예를 전공했다. 학부시절에는 학과 특성상 디자인의 한 요소로 흙을 이용한 물레성형과 석고성형 등을 익혔다. 고향이 전라북도 전주인 작가는 학부시절인 80년대 말까지도 자신이 배우고 있는 흙 작업이 현대 도예의 전부인줄 알았다고 한다.

“저의 경우는 당시만 해도 타 지역과의 정보교류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학 4학년때 한 공모전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가 출품한 도자조형작품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는 대학졸업 후 96년, 서울산업대학교 산업대학원에 진학 도예를 전공했다. 작가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주제로한 건축도자 조형연구’를 썼다. 석사학위 청구전(1회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작품은 디자인적인 요소와 조형미가 함축된 벽면 장식용 도자작품이었다. 작품은 실내·외 공간을 구분해 각 공간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연구해 심미성, 조형성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표현한 도벽이었다. 평면도면 디자인을 활용하고 석고 캐스팅을 통해 슈퍼화이트 소지로 만들어진 이 유니트 작품들은 ‘평면화 되지 않은 조형성과 실용성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됐다.<사진1>

98, 2회 개인전

디자인적 요소 가미한 흙의 물성 우연의 효과

원형 사각형 흙판 위에 표현

작가는 대학원 졸업 1년 전인 97년에 모교인 군산대 산업도예과 조교로 발령됐다. 서울서 군산으로 다시 내려온 그는 자신의 작업공간을 마련했다.98년 6월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는 독물레에 나무판을 올린 후 방망이로 두들겨 흙판을 만들어낸 것으로 원형과 사각형을 기본으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위해 잡토를 만들고 거친 매트유를 사용했다. 하지만 디자인적인 기본 개념을 잃고 싶진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시작품의 대부분은 흙의 물성에 의한 우연의 효과가 원형과 사각형의 흙판위에 표현된 작품이었다. 특히 표면의 매끈한 부분과 거친부분은 원형으로, 받침부분은 삼각형으로 처리된 것은 다분히 디자인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사진2>

99, 3회 개인전 ‘형상’주제로 주전자 형상의 조형작 선보여

다양한 대조와 대립 통한 순수조형성 표현

3회 개인전은 99년 12월 전라북도 전주의 우진문화공간 전시실에서 가졌다. ‘형상’이라는 주제의 이 전시에는 각기 다르게 구성된 주전자 형상의 조형작품을 선보였다. 주전자를 디자인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각 부분을 해체시키고 기본 도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었다. 다른 형상으로 재구성된 주전자의 몸체와 손잡이 수구, 뚜껑은 기본도형을 율동감있게 표현해 딱딱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지니게 했다. 작가는 주전자의 형상을 그려내기 위해 많은 종이와 연필을 항상 본인의 행동 반경에 두고 틈나는데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다. 그는 이 전시를 통해 “기술적인 기법은 시간에 의해 해결된다. 하지만 창의성은 작가와 작품간에 끝이 없는 싸움이다. 한정된 시간을 두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틀에 갇힌 예술가일 뿐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 관해 원광대 최병길 교수는 “단순화된 간단한 형태들을 상호 부착시켜 빚어낸 주전자의 다양한 이미지는 직선과 곡선, 수평선과 대각선, 수직선과 율동선, 선적(線的)인 것과 면적(面的)인 것, 평면지향성과 조형요소들 간의 다양한 대조와 대립을 통해 순수 조형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형식주의적, 객관주의적 입장에서 여러 조형요소들을 적절히 대비시키며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작가의 아동적이고 분방한 조형욕구를 바탕으로 빚어져 참신성을 지녔다”고 평했다.<사진3>

2002, 4회 개인전 ‘침묵의 소리’ 도자기로 담아내

직선 곡선 등 점토매체의 특징 3층 구조로 전개 다양한 기법으로 흙의 무한한 가능성 제시

 올해 7월 갖게된 4회 개인전은 서울 갤러리 서호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 전시를 위해 3년간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이 전시의 주제는 ‘침묵의 소리’였다. 작가는 소리를 도자기에 담기 위해 3년간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도자기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생각”이라는 해답을 찾게됐다. 작품은 큰 사각틀을 기본으로 오디오의 스피커형태를 담은 원형, 삼각형 받침, 표면에 표현된 가는 선과 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물레, 속파기, 판상 등 다양한 성형기법을 통해 제작됐다. 또한 1미터가 넘는 입체작품의 전면과 후면을 똑같이 제작하기 위해 방안지를 이용해 사이즈를 완벽히 계산한 후 세로로 나눠 작업해 양면을 접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전시의 작품에 관해 군산대 이명순 교수는 “직선의 날카로움과 곡선의 부드러움 등 점토 매체의 특징을 3층 구조로 전개시킨 것은 붙이고 자르며 연결시키는 다양한 기법으로 흙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신명 앞에서 ‘침묵의 소리’는 경계를 넘어 함성으로 나타나 ‘진정한 자유의 소리’로 들리는 듯 하다”고 평했다. 도예가 양성우의 작품은 자칫 기본 개념이 강한 작품으로 변화가 없는 틀에 갇힌 작품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일련에 놓인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 삼각, 사각, 원형의 형식주의적 조형요소를 대조와 대립 구성으로 풀어 표현해 여느 작품보다 다양하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다 말라버리면 안되는데…”하며 성형중인 듯한 긴 파이프 형태의 작품에 신경을 쓰며 도구로 다듬는다. 기자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네요. 다음전시에 선보일 작품입니까?” 질문에 그는 “저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니까요.

 가끔 기분 좋은 작품을 성형하게 되면 빨리 결과물이 보고싶어서 가마가 텅텅 비어도 한 작품만을 재임해 번조하는 일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말들이 많죠. 가스비 아깝다고…” 대답한다. 양성우씨는 본인의 작업 성향은 많은 공모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변화된다고 한다. “후배 학생들의 참신한 작품에서 많은 배울점을 찾을 수 있죠. 또한 다른이들의 작품에서 좋은 부분을 발견하면 그것을 내 것으로 이끌어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하죠” 실제로 그는 매년 열리고 있는 4∼5회의 공모전과 1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 도예모임에는 더욱 활발히 참여한다. 지난해만해도 10회의 다양한 지역 전시행사에 참여했다. 그의 모습에서 아직 청년과 같은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도예가 양성우는 기본을 기반으로 한 무한한 에너지를 지닌 작가이다. 김태완 기자 anthos@hitel.net <사진1> 좥혼돈 Ⅱ좦 1회 개인전 <사진2> 좥은하수좦 2회 개인전 <사진3> 좥figure좦 3회 개인전 좥Sound 2000-Ⅱ좦 2000 국제도예대전 대상작 좥Sound 2001-05좦 제24회 한국문화미술대전 금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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