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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월호 | 해외 ]

언어의 힘_다름과 같음을 가려내다
  • 편집부
  • 등록 2008-12-24 16:30:53
  • 수정 2010-03-17 12: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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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현대도작가교류전

2007 한중현대도작가교류전
언어의 힘_다름과 같음을 가려내다
중국 베이징 지우리팡 갤러리:2007.11.3 - 11.14
김문정 홍익대학교 미술비평 박사과정

도자기 언어 혹은 도자기로 말하다라는 뜻의 ‘도어陶語’는 청년 도예작가들의 모임으로 2002년 결성 이후 벌써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시회 및 세미나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평소 이 모임의 전시를 관심 있게 지켜본 필자에게 이번 다섯 번째 기획전시가 ‘한중현대도작가교류전’이라는 타이틀로 멀리 바다건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게 된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오롯이 작가들에 의해 진행되는 전시 활동이 매번 기대를 뒤엎고 별 탈 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서운하면서도 기쁜 마음에 ‘다음’을 궁금해 하는 습관이 생긴 지 벌써 수년이다. 이번에는 전시를 보러 가는 길부터 흥미진진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베이징에서 만난 ‘도어’는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것저것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배불리 먹으라고 권하였다.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의 기획공모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는 29명, 중국 작가는 15명으로 전시기획에서 진행까지 한중 작가들이 모든 과정을 함께 분담하였다. 전반적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은 운송의 문제로 인한 크기의 제약이 느껴지기는 했어도 도어 회원 각각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밀도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중국 작가의 작품 또한 중국 현대도예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물어 확인해보니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작가 자신의 평소 작업 스타일을 충실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중 현대도예의 본격적 교류를 위한 첫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군더더기없이 참 맞는 말이다. 서로 오가며 섞이거나 교체되는 ‘교류’를 위한 첫 단계로 자신과 상대의 ‘정체 파악’이 우선이다. 이 탐색전은 전시에서보다도 전시 오픈 당일 마련된 세미나에서 더욱 치열하였다. 작가들끼리 마련한 자리이니 아무래도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작업 방법과 제작 의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필자는 한중 청년 도예작가들이 주제 발표 및 토론 과정에서 그들 공통의 언어인 ‘도예’로 열정과 믿음을 교류하고 있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저런 학회의 점잖은 세미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뜨거운 호흡과 절실함이 그 안에서 느껴졌다.
요즘 미술 판에서 흔하디 흔한 것이 각종 ‘교류’로 전시명이나 기획의도에서 이 단어를 빼면 뭔가 싱거운 느낌이 들 정도이다. 거친 분류 기준으로 보자면 중국과의 예술 교류에 있어 이미 회화, 조각, 설치 등과 같은 순수 영역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현대도예의 경우 그 상황이 조금 다르다. 중국 미술 시장의 발빠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따산즈大山子, 지우창酒廠, 숴지아춘索家村, 차오창띠草場地 등과 같은 갤러리 집중지역에서 현대도예는 크게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교류의 선두를 점하고 있는 지우창酒廠 지역의 갤러리에서 ‘도자기’라고 쓰인 커다란 이름표 없이 다른 현대미술 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열렸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최초’라는 것 외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오프닝은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작품 가격 문의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 지역 갤러리에 작품이 진열되는 것을 투자하기에 충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일반 관람객들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도예의 현주소를 궁금해 하는 중국내 도예 관련 인사들도 다수 참석하였다. 분위기는 말 그대로 흥겨운 잔치 집이었다. 성공적인 전시에 대한 응답으로 지우리팡九立方 갤러리 대표는 한중현대도작가교류전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의지 표명과 함께 전시기간을 일주일 더 연장하였다. 중국 측의 반응 또한 일반적인 감상 이상의 것으로 당일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던 칭화淸華대학교 도예과 교수 치우껑위邱耿 는 강한 어조로 중국 청년 작가들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였으며 한국과의 지속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후 마련된 연회에서 한중 청년작가들은 보다 가깝게 다가서서 다른 언어로 인한 소통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그들의 공통언어 ‘도예’에 대한 교감을 나누며 지속적인 교류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였다.
이번 전시를 되돌아보면서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한중 현대도예 교류의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한국의 청년 작가 자신들이 스스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이다. 2002년 작은 스터디 그룹으로 시작한 ‘도어’가 자신들의 발전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통해 매번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판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 것이 오늘의 ‘오픈 더 도어’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힘,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는 힘, 힘든 과정 중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나가는 힘, 이 모두가 뜨거운 ‘작가 열정’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겠는가. ‘도어’의 이러한 성장 과정이 여타 다른 작가 모임 및 단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오픈 더 도어’ 전시 제목처럼 이미 문은 열렸다. 아니 한국 청년 작가들의 손으로 힘차게 열었다. 활짝 열린 문을 향해 어떤 모습으로 걸어 나갈지는 개개인의 몫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보여 왔던 도어의 모습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 2007년 12월호 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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