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자 도자전 2002. 1. 23~29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임헌자 도자전 글/ 박종훈 단국대학교 도예과 교수
개인전은 왜 할까? 이 의문은 창작을 하고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그 이유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자신의 작업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란 자기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데 있어 현대처럼 다양하고 기발한 때가 없었다. 탈 장르의 시대에 생명의 표현은 도자에서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그 중 임헌자의 도자전을 본다. 그는 왜 개인전을 했을까? 유명해지기 위해서인가?
그는 유명해지는 것에 민감하지 않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다. 이미 작품 전시회전에 비매품이라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재성을 보여주려 했을까? 그렇지 않다. 자고로 흙을 도자화 하는데 천재란 없다. 흙의 속성과 불은 천재를 허용치 않는다. 천재적인 작업은 인간의 냄새와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불은 그 천재성을 흙이 갖고 있는 결정수가 날아가 버린 만큼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만큼 표현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도자는 실망의 작업에 속한다.
임헌자는 이렇게 실망을 인정하며 도자 작업을 천직으로 알면서 작업하는 도예가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작가라기 보다는 미래의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에는 부드러운 흙의 속성과 선의 부드러움은 잘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꽃의 주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함축의 의도는 분명한데 기술적인 역량을 잘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깔끔하고 정확한 표현의 부족은 실력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철사의 사용에서도 철저한 실험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로 보여진다. 차라리 도록 사진에 실리지 않고 전시되어있는 다섯점의 부드러운 힘을 간직한 작품이 그의 미래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 이 미래의 작가에게 이번 개인전에 대해 기대한 만큼 다하지 못한 빚을 좋은 작품으로 갚기 위하여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