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강진청자 일본 순회전
천년의 비색 해외 나들이
글·사진 김영현_단국대학교강진도예연구소 팀장
지난 6월 한국의 명품 강진청자가 일본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일본의 도자기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강진청자 일본 순회전>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치단체가 주관이 되어 한국의 우수한 문화는 물론 청자의 성지인 강진을 일본에 알리고 지역작가들의 입지를 구축함은 물론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일본 시장에 강진청자를 판매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강진청자 순회전>은 지난해 강진군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와 협조해 2006년 6월부터 8월까지 프랑스 리모쥬시에서 특별전으로 열린 이후 세번째 순회전이다.
이번 일본순회전은 도쿄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하여 나고야 노리다케갤러리, 마시코 멧세미술관, 가사마 구라후토홀, 교토 문화박물관을 순회하고 오사카 한국문화원을 마지막으로 37일간의 대장정으로 막을 내렸으며 지난 8월 20일부터 31일까지는 센다이 앵콜전으로 <강진청자특별전>을 갖게 됐다.
청자순회전은 강진청자순회전 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추진위원장인 박종훈 강진도예연구소장(단국대 교수)과 추진위원들의 자문 받아 강진도예가들이 재현해 낸 국보급 및 보물급 청자 50여점을 일본 전역에 선보이는 행사였다. 일본 도자기에서는 볼 수 없는 상감기법과 비취색의 빛깔, 섬세함의 청자 본모습을 공개해 일본 현지에서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지난 6월 7일 동경전 오픈식에는 주일대사를 비롯해 일본 황족인 다카마도노미야 비, 일본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박종훈 교수의 물레시연과 조유복 강진관요조각실장 조각시연회가 열려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현지의 작가 및 도자기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구매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명품도자기의 고장인 나고야의 사카에전시회는 세계적인 최고급 식기류 생산업체의 노리다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져 더욱 큰 의미를 갖게 했다.
또한 최근 현대식 도예촌 모델로 조성된 가사마 고우게이노(공예의 언덕)는 정부와 지역조합, 은행 등이 함께 투자해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곳은 도예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120킬로미터 거리의 도쿄에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유명하다. 물레체험을 하기위해 부부 또는 가족단위가 중심이 되어 아침 일찍부터 체험장을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부러운 광경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자는 하루에 두세 차례씩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 현황을 파악할 정도로 세심하게 운영한다고 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오래지않아 이곳이 일본 내 최고의 도예촌으로 자리매김 할 것 같았다. 현재 한국의 강진군에서도 청자촌을 조성해 50여의 업체를 유치할 계획으로 있다. 일본의 카사마 도예촌이 좋은 본보기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카사마 전시기간 중에 귀한 손님을 만났다. 한국어가 서투른 재일교포 2세인 최화미씨를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아버지 고향이 강진이라고 했다. 본은 탐진 최씨. 강진의 옛 이름이 탐진이다. 지금도 강진에 아버님명의로 된 부동산이 있다고 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가웠다. 카사마 지역은 주변에 한국인 거주자가 없는 곳으로 이번 전시 추진당시 주최 측에서 보낸 공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지 못해 한 달 동안 소식이 없었던 곳이다. 다음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차에 최화미씨가 밀가루로 부친 전(지지미)을 만들어서 캐나다인 남편과 같이 찾아왔다. 밀가루로 부친 전의 맛은 고향의 우리 어머니가 해주신 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정신없이 다 먹어치웠다. 먹고 나서 생각하니 같이 먹기 위해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한번 묻지도 않고 다먹어버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의 도자기를 사랑하는 열정은 대단한 것 같다. 마시코 전시 기간 중 지난 가사마 전시에서 한 작품을 보았는데 구입 하지 못해 매일 밤 꿈에 보여 작품을 구입하러 이곳 마시코까지 찾아온 일본인도 있었다.
천년고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교토전은 일본인들의 도자기 사랑을 가장 실감케 한 전시였다. 교토는 전前 수도답게 도시 전체가 세계유산일 정도로 문화유적이 산재되어 있는 도시로써 시민의 의식 수준 또한 높은 곳이었다. 교토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청자순회전은 시민들의 의식과 문화 시설 수준이 높아 연일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줄을 잇는 호응을 얻었다. 한국 청자문화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시민들의 평가는 지배적이었다. 특히 국제교류협회공최 대표인 이시다 씨의 노력과 교민들의 헌신적인 협조로 추후 지속적인 청자전시회를 갖도록 노력하자는 약속도 이뤄졌다.
오사카는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전시장에는 특히 고향의 문화를 느끼고 싶은 전라도 출신의 교포들이 전시장을 찾아와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시장이 총영사관 건물에 위치해 있어 일반 관람객들이 출입에 통제를 받는 느낌이었다. 또한 일본의 특성상 공휴일이 겹친 날짜에 전시회를 개최해야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데 총영사관 측의 경비문제로 부득이 평일에 개최하게 돼 많은 관람객이 찾지 못하였다.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센다이 강진청자 앵콜 특별전은 도쿄에 있는 갤러리 쿄의 송주영 대표와 센다이 한국관광공사지사의 초청으로 이루어 졌다. 인구 100만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매우 조용하고 깨끗했다. 이곳에서도 청자 상감기법 시연에 관람객들 모두 눈을 뗄 줄 몰랐으며 꼭 강진을 찾아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강진청자 일본 순회전>을 계기로 일본 전역을 돌며 우리 청자의 높은 인기를 실감 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청자의 성지인 전라남도 강진을 알리는 것은 물론 한국의 명품 청자가 일본땅에서 그 빛을 발휘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현재 전라남도 강진에는 도자기작업을 하는 작가가 많지 않다. 강진 관요을 포함해 13개 업체, 16명의 작가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느 곳보다 그 움직임은 활발하다. 강진청자는 이제 세계적인 청자로 발돋움 할 것이다. 강진군에서는 내년, 미국 워싱턴을 비롯한 7개 도시에서의 미국순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강진청자가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도자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