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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월호 | 뉴스단신 ]

제10회 2007하계 제주도예워크샵
  • 편집부
  • 등록 2007-10-18 15:26:20
  • 수정 2008-12-26 1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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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제10회 2007하계 제주도예워크샵

 

제주도는 내륙지방과는 달리 바람 돌 물 흙 등 풍토가 다르다. 옛부터 돌과 바람이 많아 세찬 바람으로부터 바람을 막고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쌓은 밭담은 돌을 이용한 것이었다. 또한 길이 험해 넘어지기 쉬운 까닭에 앞을 확인하기 위해 등짐 운반을 해야 했다. 이원복의 탐라지에도 ‘등에 지는 것은 있으나 머리에 이는 것은 없다’ 고 기록되어 있다. 무릇 물을 길어오거나 물건을 운반하는 일이 있으면 모두 등에 진다. 바람과 돌이 많은 제주의 환경은 척박했지만 제주 사람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어려움을 극복했다.

 

뿌리깊은 제주전통옹기를 찾아
제주도예촌을 찾아가는 길까지 여러 차례 여우비를 만났다. 다소 높은 습도와 머리를 헝클어 놓으며 이는 바람, 32℃ 가량의 온도. 제주도의 날씨는 시시각각 달랐다.
제주도예촌의 지척에 있는 초콜릿박물관을 목적지로 삼아 95번 국도로 미끄러져 들어섰다. 30여분 남짓 지나서야 제주도예촌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석요石窯’라는 입간판이 걸린 단층건물이 바로 제주도예촌. 이 입간판이 제주전통가마를 복원하고 전통도기를 재현하는 유일한 전통돌가마 요장임을 짐작케 해준다. 옆길로 난 길을 따라 건물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5천 여평의 대지에 전시장을 비롯해 전통장, 석요장, 토분장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 백개에 이르는 제주전통옹기들이 마당 곳곳에 바르게 줄지어서있는 모습이 특히 돋보인다.
지난 8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제주도예촌에서는 <2007하계 제주도예워크샵>이 열렸다. 워크샵은 매일 다른 주제들을 가지고 각 분야별로 진행되었다. 첫째날에는 ‘제주전통도예의 맥을 찾아서’라는 학술세미나로, 둘째날에는 ‘오늘은 감물 들이는 날’로 감물을 직접 들이는 체험의 시간을, 셋째날은 토레미 판성형에 대한 전 과정을 자세한 설명과 시연으로 보여준 ‘허벅이 만들어지기까지’, 목질성형에 대한 과정을 시연한 ‘펭이 만들어지기까지’, ‘돌가마의 역사와 유래’ ‘어린이 공방 체험’ ‘제주전통물레체험’ 등 옹기체험, 학술발표, 전시 등으로 줄곧 숨가쁘게 이어졌다. 돌가마 유적과 옛 선인들의 삶의 자취를 밟고자 했던 ‘유적답사’는 비바람으로 일정이 취소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첫날에는 강창언 제주도예촌 원장(47)의 《노킨청록도기》에 관한 학술발표로 시작되었다. 무유번조 유약의 효과를 얻은 노키(녹힌)그릇과 청록빛을 나타내는 노킨청록도기의 미술사적 의미와 특징에 대한 설명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김보현 제주토분장의 ‘제주전통옹기 용적 고찰(망태기)’을 시작으로 가마 운영, 허벅 문양 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또한 ‘물허벅을 지고 다닌 무게와 거리’라는 주제로 대정읍 구억리와 서귀포시 서호, 제주시 삼도동의 물허벅에 대해 발표하고 일본에서 발간한 ‘세계의 흙그릇’에 소개된 제주전통옹기 번역본을 김유정 미술평론가가 해설을 곁들여 소개했다.
둘째날에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4호 신창현 허벅장(63)의 제주전통도기 공개시연과 함께 강신원·고달순 불대장의 전통가마 불때기 시연, 허은숙 허벅장 전수조교의 성형과 김정근 허벅장 전수장학생의 토림질, 전통도공과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돼 많은 볼거리를 제공,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켜야 할 지키고 싶은 제주전통옹기
“당시 마을 주민들은 굴일(옹기 만드는 일)이 아니면 밥 먹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1년 내내 불을 때고 등짐을 지거나 수레에 실어서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옹기를 팔았다”고 전하는 신창현 허벅장의 회상을 토대로 한때 80%이상의 가구가 옹기 굽는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제주지역의 옹기산업은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육지에서 유약을 바른 화려한 옹기가 제주로 들어오고 뒤이어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그릇들이 대량으로 보급되자 제주의 옹기 산업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때 ‘대학나무’(감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까지 진학시킬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는데서 칭함)로 불렸던 감귤나무가 보급되면서 제주주민들은 감귤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제주도예촌은 60년대 단 한줄의 기록도 없이 끊어진 제주전통옹기의 맥을 이어 석요石窯를 복원하고자 생존하고 있는 제주전통옹기의 도공들로부터 전과정을 전승받는 곳이다. 전통도예의 맥을 잇기 위한 도예가 강창언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제주도예촌을 설립하고 옛 가마를 복원했다. 지난 20여 년간의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노랑굴을 복원해 무유번조, 오직 불의 힘으로만 얻어지는 제주도기를 생산하는 업적을 일구었다. 제주도 천연옹기는 유약시유없이 천연발색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2000년부터는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장소를 일반에 공개해 문의하는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신창현 허벅장은 지난 2000년 제주도에 의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제주도예촌에서 재활의 빛을 발하게 된다. 현재 제주 옹기의 대표 품목인 허벅은 물론 통개, 장태, 고소리 등 120여 종의 옹기를 만들고 있으며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약 70여 종이다.
고원수는 제주도 전통도예학회 부회장을, 강창언·허은숙은 무형문화재 제14호 전수조교로, 신창현은 무형문화재 제14호로 이들의 제주천연옹기의 재현과 전수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맑은 노란빛의 노란굴 진회색 연기 스미는 검은굴
가마전체가 돌로 만들어진 제주의 석요는 ‘굴’이라 불린다. 그릇에 유약을 칠하지 않고 유약의 효과를 얻어내는 노랑굴과 그릇에 연기를 먹여 회색조를 띠게하는 검은굴이 있다. 석요는 화산섬인 제주도의 특색이 그대로 반영된 가마이다. 제주도의 돌은 그 자체로 좋은 내화재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주도예촌에서 복원한 검은굴은 총길이8.1m, 높이 1.7m, 너비 4.7m로 이번 워크샵기간동안 불때기 시연체험으로 사용됐다. 번조는 장작이 아닌 살아있는 나뭇가지를 잘라서 묶고 건조된 섬피(나뭇가지)를 사용하는데 섬피를 직접 나르고 불작대기도 들어보며 가마 속에서 연료를 태워 연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검은굴은 연기가 기물에 스며들어 진한회색 또는 검은색으로 나타나 붙여진 명칭이다. 검은굴에서 번조된 그릇은 노랑굴보다 낮은 온도에서 구워져 그릇에 광택이 없고 단단하지 않아 쉽게 깨진다. 그래서 여기서 나온 그릇들은 주로 곡물과 물을 보관하는 항아리류와 시루, 향로 향합 등 제기용으로 생산되었다. 반면 노랑굴은 일상생활에 쓰이는 그릇들을 구워냈고 번조시 불에 의한 발색으로 붉거나 노란색을 많이 나타내 노랑굴이라 불리어졌다.

 

분업화된 제주전통손맛 보존해야
제주전통옹기를 제조하고 유지하는 일에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동원되며 그만큼 분업이 철저히 이루어진다. 그릇의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대장(허벅장)’, 가마다루는 ‘불대장’, 땔감과 점토를 다루는 ‘건애꾼’ 등으로 나눠 철저한 분업아래 이뤄진다. 제주흙에는 철Fe성분 함유가 높아 점성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성형이 어렵다. 행사기간동안물레시연공간에서는 이러한 분업화의 한단계를 보여주는 시연이 진행되었다. 건애꾼이 점토를 준비하면 허벅장이 맨발로 물레를 돌리며 수레착질을 한다. 길게 말아진 흙을 코일처럼 쌓은 뒤 손으로 빚어내는 일반적인 옹기나 자기들과는 달리 제주옹기는 넓게 만든 흙판을 두드려 펴는 판상기법으로 제작된다. 이 같은 기법은 최근 국내 특허를 받기도 했다.
제주전통옹기의 대명사격인 ‘허벅’은 방망이(토림막개)로 두들겨서 넓적한 판을 만들어 부치면서 형태를 만든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보로롱이라는 대나무칼로 빗살무늬 문양, 파도문양등을 그려내는데 문양을 내며 마찰되는 소리에서 유래한 의성화된 명칭이라고 한다. 강창언 제주도예촌원장은 “제주전통옹기 전승자가 없어 유실되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워크샵은 정보교환이 주된 목적인데 더 많은 분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등덜기 방춘이 망댕이 애기대배기 유쾌한 제주옹기
허벅은 알배, 중배, 옷배의 적당한 배내기와 부리가 압권이다. 특히 허벅부리를 목질로 만드는데 이런 독특함 때문에 내륙지방의 도기대장들은 따라올 수 없다고 한다.
허벅은 크기, 형태, 용도에 따라 다양해 그 종류도 방대하다. 허벅과 크기는 같은데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의 차이에 따라 생김새와 부르는 이름 또한 다르다. 허벅과 크기는 같은데 부리모양이 다른 등덜기, 허벅부리보다 조금 낮은 방춘이, 부리가 가장 낮고 넓은 능생이 등이 있다. 바릇허벅, 대배기, 애기(새끼)대배기, 허벅방춘이, 대배기방춘이, 애기대배기방춘이 등 허벅의 종류는 복잡하지만 구성졌다.
질흙으로 만들어진 허벅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재료에 대한 숙련된 기술과 축적된 솜씨, 실패와 좌절의 반복을 통해 얻은 경험, 매일매일의 일상으로부터 보고 듣는 조형적 미감이 체화되어 얻어진 결과물이다.

 

<제주도예촌의 워크샵>은 주방장의 숨겨진 맛의 비법을 맛배기로 살짝 공개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곳과 같았다. 이곳은 무엇보다 ‘전통’에 충실한 메뉴가 돋보인다. 바쁜 일상을 떠나 시간 한 템포 느리게 가는 곳 제주도예촌를 찾으면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생긴다. 일반인들에게 작업과정을 공개하고 아이들에게 옹기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도예워크샵은 매년 8월과 12월 하순에 열린다. 시린 겨울의 제주도예촌은 또다른 새로운 풍경에서 어떤 그릇들을 내놓을지 기대해 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 더 많은 사진자료를 보시려면 월간도예 2007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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