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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월호 | 작가 리뷰 ]

빛으로 완성되는 환각세계 / 권오훈
  • 편집부
  • 등록 2007-10-18 14:40:12
  • 수정 2008-12-26 1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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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완성되는 환각세계
Kwon.Oh.Hoon? 권 오 훈
글 김태완 본지 편집장

 

오차 없는 계산법에 집어넣고
변수 없는 신재료와 기법을
끊임없이 시도해 완성되는 작품°
이것은 작가로서의 경지로 구축된다°

‘일루전Illusion’은 조형예술, 특히 회화에서 입체감과 깊이의 착각을 주는 조형기법과 표현방식으로 고대 그리스 이후 서유럽회화의 기본적인 기법이다. 현실 사물과의 모양의 유사, 음영법(명암법)·원근법 등은 3차원세계에 실재하는 사물을 평면 속에 옮기기 위한 수단인 ‘일루저니즘 기법’으로 불려왔다. 20세기 미술에서는 초현실주의가 시각적인 상상력을 확대하여 현실성을 주기 위해 일루저니즘을 이용했다. 입체파미술의 파피에 콜레Papier colle:꼴라쥬는 한 장르로써 트롱프 뢰유(일루전)의 전통을 부활시켜 실재성을 강조했고 옵아트와 팝아트에서는 착시효과로 자주 등장했다. 도예가 권오훈(60. 단국대 교수)의 연작은 석고캐스팅 작업으로 집요한 계산의 결과로 구성된 연속적 질서정연함과 기하학적 형태의 접점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빛에 의한 음영효과를 동반하고 있어 바라보는 시선을 교묘하게 환각으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과거 ‘일루전’의 미학적 해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직선과 곡선 육면체와 구 그리고 다른 기하형의 조합, 표면의 질서정연한 요철에 의한 논리적 표현은 입체감을 넘어 공간감마저 전달하는 ‘옵티컬 일루전Optical Illusion’이다. 그의 작품은 현대도자예술의 근간으로 지향되어 온 물성과 요변 그리고 신비주의와는 상반된 형태다. 오히려 오차 없는 계산법에 집어넣고 변수 없는 신재료와 기법을 끊임없이 시도해 완성되는 작품이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경지로 구축된다.

몇 주 전 선생의 전화를 받았다. 환경도자조형물로 개인전(2007. 8.24-30 서울 양재동 한전프라자갤러리)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오로지 석고캐스팅 기법이라는 한 가지 작업방식에만 집중해 온 그가 대형환경조형물을 제작한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커져 경기도 용인의 작업장을 찾았다. 작업장에는 그의 과거작품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채 대형조형물로 제작돼 있었다. 그 조형물들은 2단 혹은 3단으로 쌓아 결합해 완성되는 형태다. 기하학적 구조체의 질서정연한 요철 표면은 과거 작품에서 표현돼 온 기법과 형태를 같이 하고 있다. 동일한 관념으로부터 크게 확산된 미적 극치를 맛보게 하는 조형물이다.
이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참살이Well­Being환경을 조성해 주는 새로운 개념의 도자조형물로 생활공간의 실내외에 설치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과거 작품과 상이한 것은 형태의 대형화 뿐 아니라 새로 개발, 시도된 소지가 사용된 것이다. 모 타일회사로 부터 ‘백토Kaolin카오린’와 원적외선 복사체인 ‘황토’를 조합한 신소지를 협조 받아 1년 여 간 성형과 건조, 번조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적정조합비와 실패율이 낮은 제작기법을 찾아냈다. 생활공간 속 환경조형물의 심미안적 만족도와 함께 원적외선이라는 기능성까지 도입된 작품이다.

권오훈의 일련의 작업 형태에서 확인 할 수 있는 남다른 열정은 그의 대학 재학시절부터 시작됐다. 그의 학창시절인 1970년대 국내 도예계는 우리 전통도자의 뿌리와는 다른 서구의 현대공예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새로운 예술조형이념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심미적 기능만을 목표로 한 실험성 강한 작업이 적극적으로 시도 됐다. 그는 65학번으로 홍익대에 입학해 흙 작업과 인연을 맺었지만 조각과 물레성형작업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또 다른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졌다. 1976년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노벨티Novelty공업생산도자기업체인 ‘(주)CERART’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장식용 공업생산도자기 상품개발업무를 맡아 도예전공 상품기획자가 전무하던 그 분야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지닌 도자디자이너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서양식 노벨티상품 일색이던 당시 ‘덕수궁 쌍사자 석등’을 디자인해 한 덩어리의 석고몰드로 뽑아낼 수 있도록 도안해낸 것을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사물을 극도로 단순화하고 집약시켜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성향이 석고캐스팅기법과 통한 것이다. 이후 82년부터 2년간 경상북도 구미의 도자기 생산업체 ‘(주)해도산업’ 상무이사를 거쳐 82년부터 5년간 원광대학교 도예과 교수로 활동했다. 원광대 재직당시 국내 굴지의 산업도자기 생산업체인 (주)행남사에서 디자인 고문직을 요청해 온 것을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다양한 아이템 개발 지원하고 있다. 87년 단국대학교 도예과 교수 임용 후에는 제자교육과 더불어 그간의 경력을 활용한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도자분야의 신소재와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는 “세라믹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Process의 이해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교육은 도자예술가가 아닌 생산품Product 전문가의 몫이다. 공방Studio디자인과는 또 다른 개념이라는 의미이다. 도예전공자들은 프로덕트 개발과 조각Sculpture실력을 지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제 대기업에서도 도예과 출신의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새로운 예술개념의 디자인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자신이 작업하고 교육해 온 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한다.

선생이 몸담아 온 대학캠퍼스가 얼마 전 서울에서 작업실 인근의 용인 죽전으로 이전했다. “이제 출퇴근 거리가 가까워져 편하시겠습니다.”라는 질문에 “10년간 매일같이 먼 거리를 오갔는데 이제서 그 수고를 덜게 됐죠. 근데 3년만 지나면 정년이니 아쉽네요. 그래도 사방으로 숲이 우거진 이 작업실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작가생활에 있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중요한 의미를 줍니다.”라고 한다.
그의 끊임없는 조형적 실험에 등장하는 자연물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다. 어린 시절 양지에서 놀며 강한 햇빛과 그늘진 곳을 넘나들 때 눈의 조리개 기능에서 생기는 여러 모습의 빛을 보며 흥미로워했던 기억에서부터 자동차의 불빛, 무대의 조명, 창호에 비쳐지는 그림자 등 빛과 연관된 경험들은 작품의 형태로 고스란히 승화돼 왔다. 빛이라는 초자연적 의미 속에서 끊임없이 유영해 온 것이다. 빛에 의해 투영되는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이 광학적 운동의 흔적과 그래픽 이미지의 느낌으로 완성되는 ‘옵티컬 일루전Optical Illusion’을 형성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의 작업노트에서 발견한 한 구절의 시가 그만의 작품 철학을 설명한다.

 

< 더 자세한 작품사진은 월간도예 2007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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