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속
그 가치는 어떻게 전달되는가
글+사진 박무림 스팟칼라미술교육원장
Tradition is a matter of much wider significance.
It cannot be inherited, and if you want it you must obtain it by great labour. -T.S. Eliot-
위 글은 필자가 존경하는 도예가 이수종선생의 작업장 벽에서 접한 글귀이다. 도예가들이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육체적 노동이 위와 같은 글에 매료되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전통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출발점처럼 느껴졌었다. 한편으로는 책상 위에서 책과 종이와 펜을 벗 삼았을 시인이 노동의 어떤 측면을 지시하였을까 하는 의문점은 결과에 대한 가치는 진지한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게 된 경험이기도 하였다.
유명 헤드헌터Headhunter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경력이 얼마나 추가되었나 자주 점검하고 추가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포트폴리오 투자는 기본이라고 일반인들에게 광고 하고 있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다양함을 표면에 강조하고 있다. 미술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는 개성 있는 다양한 생각을 통해 완성된 작품에 대한 생각 모음집이라는 표현으로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작가들은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차별화된 자신의 생각이 잘 전달 된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실력 있는 사진가에 의해 만들어진 슬라이드나 사진이 만족스런 대체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 자신도 너무도 단순한 구조로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목차의 일련번호가 증가되는 것으로 경력과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수의 작가들이 열심히 작업하고 성실히 결과물들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면 좋은 답례(평가, 돈, 직위)가 찾아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치열한 협상 속에서 선점을 얻기 위해 예측 가능한 작업들, 즉 포트폴리오로 전시 또는 공공 프로젝트로 더 나아가 교직에 진출하고 있다.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위해서 포트폴리오는 거래를 완성시키는 중요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드로잉이 포함된 작품집은 완성 작품에 해석 가능한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지향하는 담론의 가치를 찾기 쉽게 안내한다고 볼 수 있다. 드로잉의 이런 측면은 포트폴리오의 사용목적에 따라 편집과정에서 다양한 활용을 진행 시킬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섹션화를 기본으로 드로잉 작업들이 어떻게 배치되는가에 따라 기능을 차별화 시킬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일반화 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표현이지만 대학진학을 위한 아카데믹한 구조와 갤러리 전시 또는 취업을 위한 형식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아카데믹한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포트폴리오에서는 일상의 보편적인 사물 또는 사건에서 시작된 생각을 선호하는 미술재료에 의해 분석하는 과정에 집중된 작업들이라 하겠다. 논리가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재료를 다루면서 논리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꼭 교육기관 지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경우나 개인전 도록에 유용한 형식이라 하겠다. 제작시기에 따른 분류보다도 제작형식에 따라 발전시킨 작업들로 구성하기를 추천한다. 음악앨범에서는 3, 4번 트랙에 타이틀곡 수록이 보편화 되어있다. 이는 단순히 공식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음악감상에 있어 서곡 또는 전주와 같은 기능을 통해 자신 있는 곡에 몰입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식의 시도들을 뒷부분에 수록하여 대중들의 반응과 자신의 음악성에 대한 방향설정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품들의 구성에 있어서 각각의 이미지들이 단절되지 않고 이유 있는 연속성이 느껴지도록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
작가의 생각은 나무의 줄기와 같다. 작품은 그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드로잉이라는 잔 나뭇가지에 의해 굵은 줄기와 연결되어 자란다. 건강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니고 있는 나무는 넓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에 일반인들은 그 나무 밑에서 경험하게 되는 열매의 맛을 오래도록 간직 할 수 있겠다.
친숙한 주변 사물의 특징을 표현한 드로잉행위에 의해 변하는 이미지 모음이 연필을 이용한 드로잉보다 훌륭할 수 있다.
밤거리 사진 위에 낮 시간에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송곳으로 드로잉해 현실과 상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상업적으로 진행하는 작업들은 개인의 특징을 표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비슷한 소재의 작업들은 다양한 편집 단계를 거쳐 테크닉과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이미지 변화를 주어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여행을 상상하게 한다.
색과 형태에서 세련된 기술보다 소재와 재료가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찾아 표현한 드로잉들
필자 박무림은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미국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개인전 4회와 다수의 초대전 및 그룹전을 가졌으며 전시기획자로도 활동 해왔다. 현재 포트폴리오 전문학원인 스팟칼라미술교육원 홍대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