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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월호 | 특집 ]

포트폴리오 속/그 가치는 어떻게 전달되는가
  • 편집부
  • 등록 2007-08-29 16:56:23
  • 수정 2018-01-22 17: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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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속
그 가치는 어떻게 전달되는가
글+사진  박무림 스팟칼라미술교육원장

Tradition is a matter of much wider significance.
It cannot be inherited, and if you want it you must obtain it by great labour.  -T.S. Eliot-

위 글은 필자가 존경하는 도예가 이수종선생의 작업장 벽에서 접한 글귀이다. 도예가들이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육체적 노동이 위와 같은 글에 매료되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전통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출발점처럼 느껴졌었다. 한편으로는 책상 위에서 책과 종이와 펜을 벗 삼았을 시인이 노동의 어떤 측면을 지시하였을까 하는 의문점은 결과에 대한 가치는 진지한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게 된 경험이기도 하였다.

현대사회는 계량화된 시스템 속에서 서로를 판단한다. 빠르게 소통하려는 측면이 강하며, 손에 쥐고 느껴야 하는 실질적인 것만을 거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이러한 현실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작가의 홍보물인 포트폴리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드로잉들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을 개진하려 한다.

유명 헤드헌터Headhunter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경력이 얼마나 추가되었나 자주 점검하고 추가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포트폴리오 투자는 기본이라고 일반인들에게 광고 하고 있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다양함을 표면에 강조하고 있다. 미술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는 개성 있는 다양한 생각을 통해 완성된 작품에 대한 생각 모음집이라는 표현으로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

작가들은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차별화된 자신의 생각이 잘 전달 된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실력 있는 사진가에 의해 만들어진 슬라이드나 사진이 만족스런 대체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 자신도 너무도 단순한 구조로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목차의 일련번호가 증가되는 것으로 경력과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수의 작가들이 열심히 작업하고 성실히 결과물들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면 좋은 답례(평가, 돈, 직위)가 찾아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치열한 협상 속에서 선점을 얻기 위해 예측 가능한 작업들, 즉 포트폴리오로 전시 또는 공공 프로젝트로 더 나아가 교직에 진출하고 있다.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위해서 포트폴리오는 거래를 완성시키는 중요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좋은 거래를 위해서는 작가의 논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작품만이 아닌 생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드로잉 작업들의 수록을 강조하고 싶다.
개성 있는 선과 면 구성으로 심도 있게 주제를 모색한 드로잉들은 작가의 주제의식과 작품들에서 다루려는 담론들이 전문가와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로잉들은 작업과정에서 등장하는 작품의 부분들로 작가의 의도를 찾아 나가는데 중요한 단서와 이해를 도모해 준다. 완성된 작품과 함께 작가의 생각이 전달되었을 때 좀더 높은 단계의 감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과물 위주의 평가방법을 경험하면서 너무도 많은 분들이 소홀히 다루었던 드로잉은 글재주 있는 분들에 의한 글보다도 작품의 가치를 감상자와 교환하는데 효과적이다. 
필자가 드로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독일과 뉴질랜드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 하기 위해 제작된 포트폴리오를 접하면서이다. 우리나라처럼 입시미술학원이 발달해 있지 않은 그들 나라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관심분야를 수집하고 모방한다. 이런 작업을 정규학교의 미술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드로잉 스타일을 키우고 사물과 사건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지니는 능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그들은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진행해온 드로잉을 일관된 논리로 편집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완성 작품이 필요한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완성작품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게 됨으로써 행위자의 생각이 쉽게 소통됨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시절, 토니 헵번Tony Hepburn(도예가, 영국)의 강연에서 다양한 드로잉을 통한 작업전개를 접하면서도 단지 유명작가의 작업태도라고 비중 있게 관심 갖지 않았고, 논리적인 글과 다양한 앵글의 사진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근, 현대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들을 슬라이드로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유명작가들의 작품집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드로잉들을 통해 작가가 가졌던 고민을 엿보게 되고, 작품과 작품들의 연결 고리들은 드로잉 작업들로 인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작품이 생각의 표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소통되고 소비되는 것을 원한다면, 이해와 거래가 가능하도록 여러 소스들의 나열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단지 세련된 완성작품만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드로잉으로 작품을 위해 고민한 이면들을 드러냄으로써 인간미가 담겨있는 예술품이 전달 될 수 있다고 보겠다.
많은 도예작가들은 너무도 거대 담론을 지시하는 단어들로 인해 심오함과 형이상학적인 냄새로 경직된 작품들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일부는 얼마나 큰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넓고 어려운 논리를 다루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 이해가 가능한 보조물들을 동반하여 작가, 작품, 관객의 소통을 부드럽게 이완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미니멀아티스트조각가, 미국)의 강연에서 젊은이들이 지엽적인 문제로 반복되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종이 위에 그의 철 조각작품들과 같은 느낌의 빠르고 강한 드로잉을 보여줌으로써 쉽게 소통을 이뤄냈고 대가의 한방이 무엇인지 느끼게 했다.

드로잉이 포함된 작품집은 완성 작품에 해석 가능한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지향하는 담론의 가치를 찾기 쉽게 안내한다고 볼 수 있다. 드로잉의 이런 측면은 포트폴리오의 사용목적에 따라 편집과정에서 다양한 활용을 진행 시킬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섹션화를 기본으로 드로잉 작업들이 어떻게 배치되는가에 따라 기능을 차별화 시킬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일반화 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표현이지만 대학진학을 위한 아카데믹한 구조와 갤러리 전시 또는 취업을 위한 형식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아카데믹한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포트폴리오에서는 일상의 보편적인 사물 또는 사건에서 시작된 생각을 선호하는 미술재료에 의해 분석하는 과정에 집중된 작업들이라 하겠다. 논리가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재료를 다루면서 논리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꼭 교육기관 지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경우나 개인전 도록에 유용한 형식이라 하겠다. 제작시기에 따른 분류보다도 제작형식에 따라 발전시킨 작업들로 구성하기를 추천한다. 음악앨범에서는 3, 4번 트랙에 타이틀곡 수록이 보편화 되어있다. 이는 단순히 공식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음악감상에 있어 서곡 또는 전주와 같은 기능을 통해 자신 있는 곡에 몰입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식의 시도들을 뒷부분에 수록하여 대중들의 반응과 자신의 음악성에 대한 방향설정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품들의 구성에 있어서 각각의 이미지들이 단절되지 않고 이유 있는 연속성이 느껴지도록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

전업작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는 프로젝트별로 나누어 주요 작품 이미지와 보조이미지들을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차별화된 편집이 요구된다. 메인과 서브의 관계를 얼마만큼 긴장감 있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히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맥락을 잡고 편집디자이너의 도움으로 결과에 대한 효과와 시간의 효용성을 취하는 것이 낫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주변인들로부터 읽혀지는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 최고의 형식이라 하겠다.

작가의 생각은 나무의 줄기와 같다. 작품은 그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드로잉이라는 잔 나뭇가지에 의해 굵은 줄기와 연결되어 자란다. 건강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니고 있는 나무는 넓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에 일반인들은 그 나무 밑에서 경험하게 되는 열매의 맛을 오래도록 간직 할 수 있겠다.

친숙한 주변 사물의 특징을 표현한 드로잉­행위에 의해 변하는 이미지 모음이 연필을 이용한 드로잉보다 훌륭할 수 있다.
밤거리 사진 위에 낮 시간에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송곳으로 드로잉해 현실과 상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상업적으로 진행하는 작업들은 개인의 특징을 표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비슷한 소재의 작업들은 다양한 편집 단계를 거쳐 테크닉과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이미지 변화를 주어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는 여행을 상상하게 한다.
색과 형태에서 세련된 기술보다 소재와 재료가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찾아 표현한 드로잉들

필자 박무림은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미국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개인전 4회와 다수의 초대전 및 그룹전을 가졌으며 전시기획자로도 활동 해왔다. 현재 포트폴리오 전문학원인 스팟칼라미술교육원 홍대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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