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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월호 | 작가 리뷰 ]

손으로 빚는 목가적 미감_ 이재용
  • 김기혜 독립 큐레이터
  • 등록 2025-01-03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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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장작 가마를 활용해 푸레 또는 꺼먹이 기법으로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최근 고대 토기의 형태를 본뜬 화분이나 화병, 주자 등의 기형을 선보여왔다. 오래된 형태를 다시 현대에 풀어내는 그의 작업은 일견 공예의 목가적postoral 미감을 연상시킨다. 문명의 태동기 혹은 그 이전부터 유구하게 존재해온 외형의 그릇을 주방 한 켠에 놓는 상상을 하면, 사라진 문화가 주는 “옛날”의 여운을 떠올리게 된다.1) 수작업의 느낌을 살려 고대의 기물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가를 인천 잇다스페이스 전시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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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예의 목가적 속성에 관한 내용은 글렌 아담슨 『공예로 생각하기』를 참고하였다(「4장 목가」, pp.161~206)


이재용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도자전공으로 진학해 처음 도자 작업을 시작했고, 2011년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 때는 이태호, 이강효, 이인진 등 무유 작업과 분청 작업을 하는 작가를 많이 연구했고 하나의 모델로 삼았다. “손으로 만든 느낌이 살아있는 작업, 자연스럽고 ‘대충’ 만든 느낌을 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장작가마를 나름대로 연구하면서 태토에서 철분을 어떻게 하면 더 진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 하다 보니 무유나 자연유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주로 사용하는 꺼먹이 기법과 푸레 기법은 학부 시절 배연식 작가로부터 배웠다. 불을 때다가 가마를 다 막으면 탄소가 침투되면서 검게 변하는 것이 꺼먹이 기법이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즈음 들어온 소금유 기법, 소금을 쳐서 표면을 유리질화 시키는 방식과 결합하면 푸레 기법이 된다. “일부러 배우려고 찾아다니면 기회가 없다시피 했겠지만, 저는 학교에서 푸레번조기법을 배웠어요. 운이 좋았죠.” 4학년 때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오름가마와 통가마, 학교 가마 두 개를 각 두 번씩 네 번 때기도 했다. 장작값을 생각하면 학교는 공짜로 다닌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그는 말한다.

학부 졸업 후에는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일본과 제주도를 오가며 장작가마 경험을 쌓았다. 일본과의 인연은 졸업 후 2년 정도 학교 조교로 근무하던 당시, 전통대에 레지던시 차 방문한 나카자토 타카시 작가에게 통역 등 도움을 주면서 시작됐다. 방학 때 작가와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가, 모리오카 시게요시 선생을 만나게 됐다. 이때의 인연으로 일본 모리오카 시게요시 공방에 일 년에 서너 번씩 방문해 불 때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번에 열흘에서 보름을 불을 땠고, 재임부터 작품을 꺼내기까지 근 한 달이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이 섰다.


「토기수파문굽다리화병」 14×9×23cm | 옹기토꺼먹이번조 | 2023


“작업의 롤모델은 있었는데, 삶의 롤모델이 없었어요. 모리오카 시게요시 선생님이 제가 생각했던 삶의 많은 면을 가지고 있었어요. 가령 좋은 그릇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요. ‘컵 하나에 5~60만 원씩 하면 사람들이 안 쓰고 모셔놓는다. 가격이 좀 싸야 편하게 쓰고, 깨지기라도 하면 새로 사러 올 것 아닌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기후와 흙을 경험하는 삶, 어쩌면 도예라는 작업이 빡빡한 취미생활처럼 이어지는 삶이 좋아 보였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 그렇게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을 오가던 즈음 도록을 보고 제주 옹기에 관심이 생겼다. 제주도 옹기 유물을 보면 특유의 은은한 텍스처와 불 지나간 자국이 조화를 이룬다. 이를 주된 작업요소로 활용하고자 제주도를 다니기 시작하였고 수년간 겨울이 되면 몇 개월씩 제주도에 머무르며 가마축조 등 제주옹기보존·복원 활동에도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후 오키나와에 장작가마 무유 작업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찾아가 보기도 하고 중국의 전통 도자기와 가마터 답사도 다녔다. 이런 과정에서 고고학·미술사학적 관련 지식에 갈증이 깊어져 충북대에서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궁금한게 많아서 공부를 시작한 셈인데, 하다 보니 작업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질항아리」 44×43cm | 옹기토 꺼먹이번조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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