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에 스며들다
제11회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페스티벌 Harmony International Ceramic Friendship
충청북도 괴산군 조령민속공예촌에서 열린 <제11회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페스티벌>은 10월의 가을 하늘 아래 전 세계 도예가들이 다시 모인 자리였다. 9회부터 연속 참여해 온 필자는 올해에도 이 축제에 함께하며, 예술과 우정이 빚어낸 열흘간의 특별한 순간들을 현장에서 기록했다.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이 나눈 대화와 도자 작업의 과정 속에서, 하모니 축제는 문화와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진정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었다.
“제 스튜디오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곳에서 작가들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다시 함께 모이기를 기대합니다. 가족의 재회처럼 말이죠.”_ 빌마 빌라베르데Vilma Villaverde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페스티벌은 전 세계 작가들이 모여 열흘 동안 함께 생활하며 도예에 대한 철학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각 나라 도예가들이 기대하는 ‘미래 도예 워크숍의 모습’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 페스티벌은 2013년 충북 괴산 연풍면에서 시작되어 2024년 현재까지 11년간 이어져 온 국제 도예 축제다. 2011년 괴산의 조령민속촌에 강경훈, 조경일 두 작가가 정착하면서 지금의 국제 도예 축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한국, 중국, 캐나다에서 온 6명의 작가들이 모여 우정을 나눈 이 작은 행사는 이듬해 4개국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었다. 이들이 도예를 통해 나눈 조화와 우정의 소망은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었고, 이렇게 <하모니국제도예프랜드십>을 탄생 시켰다.
페스티벌이 시작된 지 3년 뒤인 2017년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준 해였다. 도자기에 나무의 재가 내려앉아 아름다운 색을 내주는 ‘하모니 장작가마’를 새롭게 제작하였다. 기존에 있던 오래 된 가마를 허물고, 고도환 작가를 중심으로 국내 작가들이 3월부터 새 가마를 짓기 시작하여, 4월에는 8개국에서 온 28명의 외국 작가들과 함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첫 가마의 불을 지폈다.
이후 태국의 우디Sayumporn Kasornsuwan 교수의 요청으로 실파콘 대학 교Silpakorn University 캠퍼스에서 한국, 중국, 태국 작가와 학생들이 함께 다시 ‘하모니 장작가마 2호’를 제작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모니가 국제행사로서의 틀을 갖추게 되었고, 동시에 지역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하모니만의 독특한 문화가 완성되었다.
“장작가마를 때기 시작할 때 빨리 온도를 올리려고 나무를 많이 넣어봐야 재만 쌓일 뿐이에요.” 가마에 장작을 언제, 얼마나 넣어야 할지 망설이던 나에게 임영주 작가가 한 말이다. 가마의 불이 앞 칸에서 충분히 달궈진 후에야 다음 칸으로 옮겨가듯 하모니 축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해지며 점차 성숙해 졌다. 2019년 제6회 하모니 축제에서는 9개국 32명의 작가들이 모여 '우리들의 불꽃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해에는 충북 문화재단의 ‘자유기획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괴산 증평교육지원청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하모니 아트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페어에 초대되어 말레이시아, 호주, 일본, 중국, 태국의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 하면서 하모니와 5개국의 전시관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 활동은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청주시장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2019년은 하모니만의 새로운 콘텐츠와 축제 방향이 재발견된 해였다.
제7회부터 9회는 코로나로 인해 작가들이 직접 모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각국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하모니 티셔츠를 입고 배너를 걸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한국으로 보내졌고, 제주와 인사동 전시장에서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시민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팬데믹이 끝난 뒤 3년 만에 작가들이 오랫동안 기대하던 하모니 축제가 다시 열렸다. 13개국에서 온 30명의 작가들은 오랜만에 열린 축제의 기쁨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특히 고령의 빌마 빌라베르데Vilma Villaverde 교수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작업에 몰두하며 실물크기의 인물상을 만드는 모습으로 다른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사진. 장남숙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1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