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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8월호 | 작가 리뷰 ]

세련되고 정연한 우리 시대의 신 백자_고희숙
  • 편집부
  • 등록 2023-09-01 11:31:08
  • 수정 2023-09-01 15: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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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ARTIST OF THE MONTH

세련되고 정연한
우리 시대의 신 백자
고희숙

 

한국생활도자100인전
<백자 너머의 백자>
4.27.~8.6. 경기생활도자미술관 

 

글. 홍지수 미술평론, 미술학박사 사진. 경기생활도자미술관 제공

하얀 흙으로 만들어 구웠다고 모두 같은 백자白磁는 아니다. 백자 중에는 광맥에서 채굴한 덩어리 상태의 백토를 손 또는 물레로 제작한 것도 있고, 대량 도자 생산 현장처럼 백토 슬립을 틀에 부어 제작한 것도 있다. 고희숙 1972~ 은 석고 틀 안에 하얀 백토물 slip을 붓고 덜어 형태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백자를 제작한다. 슬립 캐스팅은 주로 산업도자 현장에서 대량생산을 전제로 활용하는 생산 기법으로 ‘복제성multiple’이 특징이다. 그러나 작가는 다량多量, 동형同形의 물건이 아닌 ‘세상 유일한 물건’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슬립 캐스팅으로 만든 형태를 재차 물레로 옮긴 후, 회전력을 이용해 손으로 지그시 누르거나, 틀 분리 후 남는 여분의 흙을 손으로 잡아 뜯어 거친 자국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틀에서 분리된 동형의 기물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된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 생산으로 만든 사물의 형태는 대부분 입방체였다. 틀 수의 증가가 곧 제작 단가와 기량의 위험성을 동시에 높이는 일이기에, 되도록 단순한 형태를 선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생활과 감성이 기계의 방식을 닮아간다는 것이었다. 한편 현대미술가들에게 기하학적 입방체는 세상을 간소화시킬 수 있는 조형 단위였다. 레제Léger, Fernand, 세잔Paul Cézanne을 비롯해 후일 야수파들은 도형을 선분이나 각 그리고 점이라는 원자로 분해하였을 때 기본적인 출발점에 설 수 있다는 유클리드Euclid의 관점을 받아들여 입방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희숙의 용기 형태 역시 원통tube, 정/직육면체cube 등 입방체가 원형이다. 공예에서 입방체는 현대미술과 마찬가지로 조형의 기본 단위이지만, 동시에 ‘담음’ 기능을 암시하고 수행할 수 있는 용기의 원 형태다. 작가는 입방체의 형태, 크기, 지름, 높이에 변화를 주어 컵, 화병, 주병, 접시, 반盤 등 다양한 용기로 분화시킨다. 단순히 입방체의 비율과 크기 등을 축소, 확대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감각과 취향을 담은 형태로 발전시킨다. 형태와 크기, 장식이 현란하거나 요란하지 않은 그릇 나아가 부분이 전체의 간결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는 감각적인 형태 변형과 절제미가 고희숙 작업의 주요한 특징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에서
점·선·면을 그릇의 구조와 기능으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방식은 기능주의의 입장에서 입방체의 본질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외형을 분할, 재구성해 사물을 디자인했던 바우하우스 디자이너들의 방식과 유사다. 여기에 작가에게는 입방체를 요즘 한국 식문화와 미감에 맞는 새로운 공예기로 번역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 추가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작가에게 작업은 디자인의 차원이면서, 동시에 조형 요소 각각의 근원적인 의미와 원칙을 조합해 새로운 입체로 전환하는 예술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희숙의 작업은 기능하는 사물 제작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용품을 예술의 수준으로 고양하려는 기능주의와 조형주의의 융합과 절충이 핵심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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