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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월호 | 뉴스단신 ]

깊고 신비로운 회령도자 - 고산요 이규탁
  • 편집부
  • 등록 2021-12-31 10: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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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 세라믹의 옷⑥

깊고 신비로운 회령도자

고산요 이규탁

글. 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 이은 스튜디오

 

고산요 이규탁 명장은 45년간 회령도자를 연구하고 실험해왔다. 아무리 솜씨 좋은 명장이라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효과가 매력적인 회령도자. 명장은 방 밖에서 사용되던 회령도자를 한층 정제되고 품격 있는 차도구로 만들어 방 안으로 들였다.

 

「회령항아리」 46×46cm

 

회령도자는 함경북도 회령 지방에서 주로 만들어진 우리 도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자나 백자에 비해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반면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때 넘어간 조선 도공이 전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그 맥이 오히려 탄탄하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일본 도자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고 지금까지도 회령도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 들이 많다. 이규탁 명장이 일본에서 회령도자를 배우고 온 1980년대 초에는 이런 인식이 더 강했다. “그때에는 회령도자를 일본색이 강하다고 해서 좋게 보지 않았어 요. 도자를 업業으로 삼았는데 회령도자를 해서는 생계를 잇기가 어렵겠더라구요. 그래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도자기가 뭔가 생각해보니 분청이었어요. 전통을 그대로 잇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시간에 맞춰 변화를 주어야 전통도 되살아나는 거니까 자유로운 분청에 나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규탁 명장은 1978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5년간 회령도자 기법을 전수받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다 카토리야끼高取燒의 시초를 다진 조선 도공 팔산八山의 11대 후손인 다카토리 세이잔高取靜山 선생이 회령도자 기술을 한국에 다시 돌려주기 위해 학생들을 모집했고 2500명 중에 선발한 2명 중 하나가 이규탁 명장이었다. 조선 도공들의 혼이나마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스승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회령도자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었기에 명장은 분청 작업을 하면서도 회령도자를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90 년 초엔가 어떤 일본 사람이 찾아왔어요. 그 사람이 다카 토리야끼의 뿌리인 회령유도자를 찾아 한국에 왔는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서 나를 꼭 만나보고 싶었데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회령도자는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내가 꼭 해야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회령도자를 만들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회령연잎문발」 35×33.7×25cm


볏짚재의 규산 성분이 만들어내는 유탁 현상
회령도자의 독자성으로 볏짚재를 기본으로 하는 유약의 유탁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볏짚에 많이 함유된 규산SiO2 성분이 뿌연 느낌을 주면서 색의 대비를 일으켜 아름답고 오묘한 문양을 만들어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북송 균요의 영향을 받아 회령에서 유탁유를 사용했는데 균요에서는 주석 등을 사용해 유백색을 냈다면 회령에서는 볏짚재의 규산을 이용해 유백색이 아니라 유탁 현상을 만들어냈어요. 도자 표면의 기포에 빛이 분산되면서 희뿌옇게 보이는 겁니다. 그리고 또 사용한 흙이 달라요. 철 함량이 높은 균요의 흙과 달리 회령 지방에서는 1300 도 정도의 고온을 견디는 와목점토나 목절점토가 많이 나오니까 이런 흙을 타렴질해서 만든 옹기에 옹기유를 바르고 다시 유탁유를 이중시유해서 구웠어요. 추운 지방이다 보니까 장독류 외에도 불에 바로 올려 끓일 수 있는 뚝배기나 약탕기를 만들면서 이 지방 고유의 도자로 정착한 겁니다.” 보통 도자를 구울 때 재는 다른 광물들을 높은 온도에서 녹여 주는 융제 역할을 하는데 볏짚재 안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규산 성분은 도자 유약의 뼈대 역할을 한다.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타서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내화도가 낮은 흙에 발라 구우면 특유의 효과를 낼 수 없다. 회령도자의 내화도 높은 흙과 볏짚재가 만나 독자적인 회령도자가 탄생한 것이다.

 

_____이해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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