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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 작가│흙에서 나온 미소 김은현
  • 편집부
  • 등록 2021-12-07 13:04:02
  • 수정 2021-12-07 14: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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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흙에서 나온 미소

김은현

 

흙덩어리가 얼핏 타원, 원형을 만들고 손으로 주물러댄 자취가 고스란히 흔적처럼 놓여져 있는 상황 위에 간단한 붓질에 의해 빠르게 스쳐 지나간 자취가 눈썹과 눈, 코와 입술의 윤곽을 그려보인다. 그것은 마치 분청에서 보는 붓놀림이자 이름 없는 도공들이 옹기나 그릇의 표면에 아무렇게나 휙휙 휘갈긴 선들의 자치를 연상시킨다.

 

「꽃비Ⅱ」 W18×D15×H23cm | 조합토 | 2021

 

 

김은현은 하염없이 흙을 쳐댄다. ‘꼬박밀기’로 흙의 공기, 산소를 빼면서 손과 마음에 걸 려드는 순간, 흙을 치다가 적절한 느낌 때 문득 생긴 이미지, 얼굴을 멈춰 세웠다. 그것 은 흙과의 충분한 교감의 산물이다.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흙을 친다고나 할까, 또는 자연을 범하지 않는 경지에서 만든다고나 할까. 적당한 크기로 자신의 손 아귀가 허용하고 납득하고 감당할 만큼의 양을 주무르고 만지작거려서 얼굴, 두상을 빚어 놓았다. 치다가 나온 이미지, 반죽을 하고 던지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흙의 어 떤 상태, 맛에서 얼굴을 찾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생긴 흙의 상황들이 얼굴을 받치고 좌대처럼 자리했다. 그것은 차분하고 격조있는 얼굴과는 다른 파격의 미를 안긴다. 작 가는 분청토, 산청토, 잡토 그리고 옹기토 등의 다양한 흙을 사용하면서 그 흙의 맛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코일링, ‘라쿠’기법, ‘쪽가다’기법 등 여러 가지 방법론을 동원한다. 도예의 전통적 기법과 현대조각의 조형체험을 접목하고 아울러 불상과 불화이미지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얼굴을 환생하고자 한다.

 

「봉황을 품은 아이」 W23×D13×H36cm | 조합토 | 2021

 


흙덩어리가 얼핏 타원, 원형을 만들고 손으로 주물러댄 자취가 고스란히 흔적처럼 놓 여져 있는 상황 위에 간단한 붓질에 의해 빠르게 스쳐 지나간 자취가 눈썹과 눈, 코와 입술의 윤곽을 그려보인다. 그것은 마치 분청에서 보는 붓놀림이자 이름 없는 도공들 이 옹기나 그릇의 표면에 아무렇게나 휙휙 휘갈긴 선들의 자치를 연상시킨다. 무심하 면서도 더없이 세련되고 경쾌한 그 선은 흙의 물질성과 질료성을 일거에 휘발시킨다. 오로지 미소가 모든 것을 대신해 자존한다. 작가가 무심하게 그려놓은 선은 마치 무욕 과 무목적성의 순연한 장식 같다. 노자는 도를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원목인 박樸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장자는 예속에 구애 받지 않는 품성을 천 진天眞이라 했다.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지혜가 생기고 기교를 배우며, 예속에 적응하면서 본래의 천진함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보 고 그 천진함을 보존하는 것을 진정한 도로 파악한 것이 다. 도가에서 최고의 이상적 인간을 진인眞人이라 했는 데 이 진인은 지혜와 기교가 발달하지 않은 태초의 역사 를 동경하고, 예속에 물들지 않은 순박한 어린이의 경지 를 추구한다. 여기서 천진이란 결국 동심을 일컫는 말이 고 그 동심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도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졸박한 미감과 무작위적인 세계, 동심의 세계 같 은 것이 이 작가의 작업에 깊숙이 잠겨있다.
흙이라는 재료, 물성의 특성을 최대한 존중해서 이루어 진 그 얼굴은 다시 불에 맞고 재를 뒤집어 쓰고 나앉았 다. 가마의 불 속에서 그려진 흙의 마음이자 흙에서 걸어 나온 부처의 미소 같은 것이 서려있다. 그런가하면 어린 아이의 얼굴같기도 하다. 흙을 빚고 주물러 인간의 얼굴 을 떠올리고 이를 뜨거운 불로 구워내 만든 이 조각, 도 조는 특정한 이의 얼굴이기 이전에 보편적이고 절대적 인, 누구의 얼굴도 아니지만 결국 모든 이의 얼굴로 다가 온다. 더없이 무심하기도 하고 그지없이 소박하면서도 한 얼굴이 지을 수 있는 평화와 휴식, 안온과 정신적인 충 만함을 온전히 드러낸다. 수식과 치장을 거둔 자리에 그 저 흙이 불과 만난 응고되고 결정화된 형태에서 자연스 레 배어 나오는 미소만으로도 이 얼굴은 충일하다. 미소 가 수수께끼와 같다는 것은 무엇보다 미소는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흙의 몸으로 성불한 듯한 이 얼굴은 삼국시 대 불상의 천진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신비롭고 따뜻하 면서 자비로운 미소를 떠올려준다. 당시 사람들이 지닌 가장 이상적인 얼굴이자 장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경 험이 어우러져 빚어낸 힘과 생명력이 있는 얼굴이 그것 이다. 그것은 작위와 무작위의 중간에서 나온 얼굴이자 소박한 마음의 행로가 읽히는, 격조를 잃지 않는 얼굴이 다. 김은현은 흙이란 대상, 물질 안으로 들어가 온전히 그것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 같다. 흙의 진면목을 깨닫 는 일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 흙이 되어 만들어내야 하 는 것이다. 사물은 인간이 포착해낼 수 있는 어떤 특질을 지니고 있는데 그 특질을 직각直覺하는 것이 작가의 능 력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대상 속에 몰입시켜야 획득 된다.

 

 

_____이해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2021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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