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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월호 | 뉴스단신 ]

줌인 유약, 세라믹의 옷 ② 도예가 서병찬 무위자연 무유번조 자연유
  • 편집부
  • 등록 2021-07-30 14: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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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유약, 세라믹의 옷 ②

도예가 서병찬
무위자연 무유번조 자연유

글.서희영 객원에디터 사진.이은 스튜디오

예술은 게으른 탐미주의자의 유유자적 신선 놀음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작가의 피 땀 눈물까지 로맨틱한 예술의 당연한 요소로 미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분열에 가까운 번뇌와 중노동을 요하는 극한직업이다. 하나의 영감이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시각적 결과물은
발상을 기점으로 다듬어지고…다듬어진다.

 

불은 장작을 태우고 나무장작의 소멸은 재를 남긴다. 이 고운 재는 불에 타지 못하지만 높은 열을 만나면 뿌연 재 가 아닌 빛나는 유약이 된다. 나무는 죽어서 흙이 되지 만, 장작가마안의 나무는 도자기를 단단하게 하고, 도자 표면에 옷을 입힌다. 서병찬 작가는 유약을 시유하지 않 고 자연유를 입히는 무유장작가마 작업을 한다. 그는 산 세가 깊어 더 아름다운 경북 영천, 농가가 대부분인 이 시 골마을 깊숙한 골짜기에 통가마를 짓고 작업하고 있다. 언제고 무더위가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계절, 짙어 가는 푸른 산에 둘러쌓인 그의 작업장 마당엔 내부가 반 질반질하게 광이나는 통가마와 새로 지은 작은 가마가 있다. 혼자 작업 하면서 좀 더 다양하게 자주 소성을 하 고 싶어 작은 가마를 새로 지었다고 한다. 큰 가마를 채 울 기물을 만드는 일도, 서른시간을 넘게 불을 때는 일도, 큰 가마에 들어가는 장작비용도 혼자 하는 작업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보다 자주 불을 때면서 자연유를 다양한 시도하기 위해 가마 사이즈도 줄이고 가스를 겸 해서 사용하는 가마를 지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 연유를 입히기 위해서는 장작가마가 필수지만, 처음 불 을 올리는 과정에 가스불로 효율을 더하는 방법을 테스트해보고 새로운 가마를 지었다.
흙 물 불 바람 그리고 사랑 이 다섯가지 원소는 영화 제5 원소에서는 세상을 구했지만, 도예가에게는 도자의 기본 재료가 된다. 흙 물 불 바람과 사랑(혹은 sprit)은 지구상 에 인류뿐 아니라 무수한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은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되며 유기적으로 지속된다. 서병찬 작가 는 형상을 바꾸지만 사라지지 않는 자연의 순환에 깊은 영감을 받아 그의 작업 모토로 삼았다. 그는 이 정신적 영감을 시각화하기 위한 첫번째 재료로 흙을 선택했다. 우리는 몇백년을 한자리에서 살아온 크고 오래된 나무를 대할 때면 누구나 경외감을 갖는다. 하지만 발 아래 채이 는 흙에 담긴 영겁의 시간은 쉽게 떠올리는 못하곤 한다. 흙에 담긴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를 우리는 감히 알 수 없 어 더욱 더 존중이 필요하다.
본질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작품
도자는 여러 제작단계를 거치면서 각각의 단계마다 활용 할 수 있는 기법과 요소들이 다양하다. 때로는 이런 다양 성에 치기어린 열정이 더해지면 정체성을 잃은 과한 작 업물이 나오기도 한다. 서병찬 작가의 대학원 시절이 그랬나 보다. 대학원 재학시절 작품 품평회때에 지도교수 였던 자넷 드부스Janet Deboos 교수의 말이 그의 작업 방향에 전환점이 되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과 하면 작품이 산만하고 노력에 비해 그 효과가 반감된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를 더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는 가 르침을 그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린다. 서병찬 작가는 한국에서 공예과 재학시절 나무, 섬유, 금속과 함께 도자 공예를 접했다. 대학졸업 무렵, 점토의 가변적 특성과 도 자 제작과정에서 화학적 물리적으로 변화되는 특성들 을 더 알고 싶어 유학을 결정했다. 그렇게 한국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디딘 첫발은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로의 유학이었고, 그곳에서 석사학 위를 취득했다. 호주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는 동안 배움을 준 여러 교수, 작가들과의 교류 중에 무유장작가 마를 접하게 되었다.
빼기와 본질에 대한 사유는 그가 시각적 영감보다는 정 신적 영감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구상에 수 많은 생명들, 식물이나 동물, 더 나아가 유기물이든 무기 물이든, 지구상에서 생겨난 것들은 다시 지구의 일부로 돌아간다. 원시부터 인간은 이러한 순환의 고리 중 일부 였고 동양의 도가道家를 비롯해 많은 종교와 수양이 이 대자연에 순응을 말한다. 서병찬 작가는 대학원 졸업당 시 이런 정신적 영감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전시를 열었 다. 남미의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과 북아메리카대륙의 인디안과 에스키모라 불리던 이누잇, 고대이집트, 호주 원주민들의 종교와 예술에 나타난 사상과 표현법이 현 재까지 작업하는데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점토 자체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갖 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의 작품은 삶의 주기적인 시작과 소멸 그리고 흙 물 불과 같은 요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 로 한다고 전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다. 깨지고 찢어지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삶이다. 내 작업과정은 흙과 내가 소통하고 흙이 그 내재된 능력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단계일뿐 어떤 결과가 될지 알수 없어 미성숙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

장작가마와 자연유
서병찬 작가는 유학시절 자연유 번조를 처음 접하고 탐 구하기 시작했다. 청자와 백자의 발전으로 한국에서는 확장되지 못한 무유번조는 1500년전 한국에서 시작된 기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주에서 이를 탐구하고 다 양하게 이용하는 작가들을 만나면서 작가자신도 무유장 작가마의 길로 들어섰다. 십수년간 무유번조기법에 대 한 연구를 지속하다보니 2018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 장작가마 컨퍼런스에 초대되어 ‘한국의 자연유 번조’에 관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때의 발표를 참관한 콜 미노 크Coll Minoque, The log book공동발행인의 요청으로 아일랜 드의 장작가마 번조 계간지인 『The Log Book』 76호에 그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유럽에서도 장작가마작 가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 이어져온 전통 장작가마기법과 달리 무유소성 은 열린기법이다. 방법이 자유로운 만큼 연구해야 할 부 분도 많다. 전통도예가마가 소나무를 주로 사용하고 철 분이 많은 소나무 피죽을 벗겨 사용하는 반면, 서병찬 작 가는 의도치 않은 색변화를 볼 수 있어 피죽을 그대로 사 용하기도 하고, 나무도 구할 수만 있다면 종류를 가리 지 않는다. 어떤 나무가 더 좋다가 아니라 각각의 특성 이 있고 활용하기 나름이다. 기본적으로 나무재가 내려 앉고 녹아 유약이 되는 무유소성에 소금이나 소다를 활 용하기도 해 특유의 색을 내기도 하고, 최근엔 탄소를 가 둬carbone trick 검푸른 빛을 내는 기법을 시도해 흥미 롭다. 서병찬 작가는 “장작가마 자연유 작업뿐 아니라 가스가마, 유약번조 작업도 합니다. 가마는 표현 도구일 뿐 작품을 만드는 주제는 일치한다. 도구에 따라 표현방법 이 달라지고 시각적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라고 말한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거나 용도에 따라 부드럽 고 매끈하거나, 다르게 표현되지만 그의 작업물에 담긴 정신적 영감은 같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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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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