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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작가 이택수
  • 편집부
  • 등록 2021-07-30 13:47:23
  • 수정 2021-07-30 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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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나타낼 수 있는 소지를 찾아 물레 성형을 하고, 리 본을 제작하는 컬러 실들을 수집했다. 백 년 이백 년 전 에 제작된 나무 실타래들에 감겨 있는 실크 실들이 고택 지하창고에 방치되고 있었다. 역사와 일상에서 소외된 사물들에 대한 애정이 중국과 한국에서는 도자 파편에 담겼고, 프랑스에서는 실타래에서 드러났다.
2021년의 초봄의 경리단, 프랑스에서의 경험은 기폭제 가 되었다. 큰 주제가 잡히고 나니 작가가 경험했고 할 수 있는 재료들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다. 프랑스 레지던 시 이후 중국 산전의 현대미술 레지던시에서 초청을 받 아 다시 한번 새로운 도시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려던 중 COVID-19가 터졌고, 여러 실험을 진행하던 중 2019년 2월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다. 그때 하던 것이 바로 도자 위에 컬러 실험이다.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색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순수예술과 공예의 이분법적 사고방식 이 강한 한국에서는 ‘도예가’ 이택수가 더 많이 찾아지지 만 운 좋게 공주에서 진행했던 전시가 또 다른 작품으로 길을 열어줬다. “충청남도 공주시에는 마침 생테티엔처 럼 섬유산업으로 부흥했던 ‘유구’라는 지역이 있어요. 전 시공간이었던 폐공장 ‘대신 직물’은 색동저고리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 했던 기업이에요. 이때 조금 더 근본으로 접 근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먼 유럽의 섬유 도시에서 끄집어낸 ‘실’을 도자기와 같이 설치를 했다면 이제 실을 만들기 위한 염색 과정에 집중 하기로 했다.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염색 과정에 대한 작업이 이렇게 시작됐다.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색상들의 나열은 사라져가는 섬유산업의 흥망성쇠와 시 간의 가변성을 내포한다. 이 전시에서 서울 경리단 레지던시 Vibra의 관계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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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이달의작가

 

성실한 관찰, 질문 그리고 실험으 결과값
이택수

글.정수경 객원에디터 사진.편집부, 작가 제공

1996년 사회 심리학자 아서 아론Arthur Aron1은 처음 보는 두 사람을 자신의 실험실에서 사랑에 빠지게 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의 요지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법으로써 눈을 마주치고 36개의 질문을 던지는 것인데, 이 실험의 질문들은 소위 자기 확장self-expansion을 유발하게 된다. 이택수의 질문과 관찰 그리고 실험의 결과가 사 랑은 아니지만 사회의 통념에 밀려난 것들에 대한 환기로서 일종의 환생reborn의 토대를 마련한다.

 

0. 해체된 것을 어루만지는 행위
이택수의 신작을 보러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났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장소가 경리단 길이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한 서울 구도심의 길은 차를 두고 걷게 만들며 자연스레 눈 을 주변으로 향하게 한다. 이때 우리는 주체적인 관찰자가 된다. 이택수의 전시는 이 경 리단길의 비어 있는 사무실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경리단길 은 1969년 창설된 육군 중앙경리단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랜드하얏트 호텔까지 이 어지는 이 길의 시작점에 위치해 약속장소로 적합한 이곳은 대한민국 국군의 재정을 관리하는 부대가 있다.2 시대가 비껴간 듯한 낮은 건물들과 단차는 많은 타인을 이곳으 로 불러들였다. 한때 이곳은 작은 지구촌처럼 타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익숙한 문화를 즐기며 단일민족 특유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렇게 예술가들 도 이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것들 은 쉽게 빼앗긴다. 십여 년간 치솟는 임대료에 주민들은 떠나고 빈 상점과 거리에 방문 객마저 사라졌다. 길가에는 ‘임대’라고 적힌 A4용지들이 사람이 떠나 해체된 동네 곳곳 에 붙어 있었다. 이택수 작가의 전시는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문화를 침체된 공간에 불어넣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동하는 ‘비브라Vibra’라는 단체의 제안에서 시작했다. 2020년 ‘주민 제안 소규모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음 악, 건축, 도시, 디자인 등 폭넓은 전공자들이 속해 있는 Vibra는 유휴공간을 잠시 예술로 점거하는 행위를 통해 보행자에게는 위트있는 공공예술을, 예비임차인에게는 임대 후보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버려지거나 잊힌 도자기 파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택 수의 작업이 갖는 ‘Re-Born’이라는 개념과 젠트리피케 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해 생명력을 잃은 지역을 점 거하여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는 과정은 그 궤를 같이한 다. 이번 전시 《색<色, Colors>_Series》는 Vibra의 경 리단길 레지던시에서 4개월간 제작한 신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작가의 실험정신 을 통한 노동집약적 창조과정의 변주를 보여주는 일종의 변곡점으로 작동한다.

“제가 본 이 도시는 화려했던 섬유산업과 그 석탄을 나르는 광부들의 힘겨운 삶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석탄의 먹색과 함께 오색찬란했던 색채를 통해 이 도시를 재조명해 보고 싶었어요.”

1. 도시 탐구자
잊혀진 것들에 대한 사유를 도자와 종이 염색으로 풀어 내는 이택수의 작품들은 그가 향했던 도시 탐구 결과물 이다. 도자와 종이 염색 그리고 도시라니.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호기심 많은 작가에겐 낯선 역사와 문화의 배 경은 새로운 창작의 범주를 증폭시킨다.
2008년 봄, 작가는 경덕진에서 방치되어 버려진 송나라 의 도자 파편 더미를 발견했다. 갑발과 그 속에 들러붙어 있는 백자는 작가에게 “생명력vitality의 함의”로 다가왔다. 2013년 여름, 한창 행정수도로 변천하고 있던 세종시에 는 무수한 도자 유물들이 발굴되었지만 일부분만이 박 물관의 품 안으로 들어갔고 대부분은 폐기 유물로 분류
되었다. 이렇게 분류된 폐기유물들은 다시 발굴되지 않 도록 콘크리트 속에 같이 묻힌다. 모든 것을 후대에 남 길 순 없기에 보존에 대해서는 미술사적인 분류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작가에게는 ‘유산遺産이 아닌 유산流産 된 조각들로 보는’ 이 분류가 다분히 ‘서구적이고 유물론 적인 이분법’으로 여겨졌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2015년, 작가는 고대 도자 파편들을 수집하기 시작하며 ‘Re-born’ 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하고자 했다. 누군가 혹은 사회의 분류법에 따라 포함되지 않은 깨진 도자기의 존재 의미 를 찬찬히 바라봐 주는 것regard, 온전한 보존상태가 아 닌 도자기 굽의 다채로움 혹은 다양한 도안을 파악하는 것realize 그리고 파편 위에 당대에는 귀했던 백자 사발 을 얹어 새롭게 펼쳐지는 극 속의 배우로 환생시키는 것 revive. 작은 도자 파편은 오랜 자신의 이야기 위에 일종 의 쓰임을 부여받고 박물관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공간 속으로 진입했다.
2018년의 봄,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마을 생테티엔은 인구 17 만 명의 작은 도시로 16세기부터 리본과 무기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세기부터는 섬유산업 과 석탄산업으로 유명하며 이곳의 석탄은 기차에 실려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섬유산 업은 실크로 유명한 동시에 노동인구가 훨씬 많은 대도 시 리옹Lyon으로 흡수되고 나아가 석탄산업의 퇴락으 로 많은 거주민은 떠났고 도시는 축소되었다. 1998년, 생테티엔 지자체는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La Biennale internationaleDesign Saint-Étienne를 개최하며 다시 한번 부흥을 시도했다. 이택수는 2018년 봄, 이듬해에 열 릴 제11회 디자인 비엔날레를 위한 5주간의 레지던시에 초청받아 이 도시에 방문했다. 그간 해오던 도자 파편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이 도시에 무언가 결이 달랐다. 석탄과도 같은 짙은 먹색의 소지로 작업은 해보았지만, 정체성이 탁해지는 동시에 회의감을 느꼈다. 이택수는 잠시 손을 놓고 주변 마을로 그리고 다시 생테티엔의 이 면을 들여다보았다. 이방인의 장점과 특기는 선입견 없 이 바라본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살던 사람들은 눈길을 주지 않는 아주 작은 혹은 가치 없다고 여기는 것을 들춰 내고 깊게 바라보는 것에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것. 이택 수가 주목한 것은 ‘리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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