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의 재조명
현대 토기의 발전 전망
글/사진 배연식 한미요 대표
현대에 와서 우리의 모든 생활 양식들은 급속도로 변모·발전되어 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거공간의 구조는 획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의 주거양식에서 장독대는 아주 성역으로 여겨져서 통풍이 잘 되고 채광이 잘 되는 양지바른 곳을 택하여 그 곳에 장독대를 만들어 장독을 보관하였으며 그 쓰임새를 고려하여 우물가에 위치하는 예가 많았다. 장독대는 우리네 여인네들의 민간신앙의 틀 속에서 하나의 성역으로 주거공간 속에 자리잡았으며 장독의 수, 크기, 놓인 위치의 보관되어있는 상태 등은 그 집사정을 말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한민족의 정서와 조형미감을 흠뻑 담고 있는 토기류야말로 우리의 전통생활 민속공예품이기도하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잘 정돈되어 오던 장독대가 현대의 좋은 택지에서는 장독대의 필요조건인 일조를 생각하다보니 건물의 옥상이나 베란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그것도 여의치 않는 주택에서는 일조가 완전히 무시된 곳에 배치되기도 해 그 쓰임을 냉장고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식생활의 변모는 자연스럽게 장독을 감소시켰는데 과거에는 발효저장용, 조리용, 주방용 등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던 것들이 현재에는 가공식품과 비닐포장, 스테인레스, 플라스틱 등으로 바뀌고 이는 자연스러운 토기류의 감소로 이어졌다. 주거공간은 점점 토기류의 수를 줄이는 구조로 바뀌어가고 식품의 공업화와 가공식품의 대중화로 점점 토기류들은 소형화되고 토기류의 수를 줄여가고 있으며 기존의 것들마저 파손 폐기 처분하는 경향으로 흐고 있다. 또한 파손 폐기처분되는 토기류들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토기류를 닮아 이에 기원을 느끼게 한다. 토기류가 필요에 의해 형태변화를 시켜나가는 데는 시대가 변천해도 형태에 있어 그 기본적인 느낌과 감각은 거의 변함이 없으며 오랜 세월동안 형이 변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까닭에 현재까지 형태가 살아있는 것이며 이런 형태를 갖기까지는 수 천년동안 우리 조상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학적인 지혜로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한다. 형태는 기능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렇듯 기능에서 출발한 토기류들은 장식목적의 자기류와는 달리 폭 넓은 사용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토기류의 형태가 보여주는 곡선들은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모든 인간의 행동 속에서 보여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곡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기류의 형태에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움은 풍요로움과 후덕한 느낌을 주며 투박한 듯한 기형에서 오는 순박하고 꾸밈없는 순수한 자연미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우리의 토기는 현세의 집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운 미를 갖고 있다. 토기의 형태의 조형적 가치는 실용성에 바탕을 둔 조형성이며 또한 그것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느껴지는 꾸밈새 없는 순수 그 자체인 것이다. 토기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삶의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생활 감정은 토기를 만들던 장인의 조형의지와 그 토기류를 사용하던 순박한 우리의 여인네들의 생활신조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면에서 생활은 변천되어 가고 주거공간과 식생활 가족제도의 변화는 토기문화의 지속을 어려운 상태에 놓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존의 토기류들은 방치돼 해외로 유출되고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하나둘씩 소멸되어가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현상이다. 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이다라는 토기들은 우리의 식생활과 더불어 성장해 왔다. 그것은 바로 우리 미각의 소산이며 우리의 맛은 발효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러한 발효식품들은 토기에서 발효되어 그 맛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토기는 우리가 ‘우리의 맛’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은 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시대에 와서 식생활과 주거공간의 변모로 토기유산을 청결하게 될 것이다. 토기류는 점차 소멸되어가고 있으며 마치 고려의 청자가 질적으로 타락된 후에 소멸되었듯이 토기류도 그 질이 현재 무척이나 타락되어 가고 있다. 근래 토기류가 사양하게된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숨기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청자와 백자가 질적 하락에 의하여 자연 소멸되었다면 토기류는 국가정책에 의하여 소멸된 사실을 뒤늦게 나마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국가정책에 의하여 소멸된 이유 중 첫째는 해방이후 6.25사변 이전의 제주도를 비롯한 경상도, 전라도지방의 공비토벌로 인한 옹기공장의 초토화, 둘째는 60년대 연료 난의 벌채로 인한 입산금지령으로 산림벌채를 금함으로 인한 옹기공방의 폐업, 셋째는 74년 무연유약을 대체하지도 못하면서 무연유약 대체를 핑계로 광면단파동이 결과적으로 오늘의 토기류를 질적으로 하락시키는 세 가지 요인으로 작용하여 책임규명 없는 오늘의 사양산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이다. 번성하던 토기문화가 점차 소멸되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라 하여도 최소한 형태로 남아 맥락을 유지하던 토기사업의 보호육성은 그 질적 우수성을 되찾는데 필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과제 중 젊은 층의 참여가 없어서 후대의 기술전승이 어렵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그러한 원인은 타직종과 토기류를 만드는 일을 비교하여 노동력의 어려움이 많은 반면 수입이 너무 적다는 것이 첫째 원인이고 시대의 인식이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며 장인의 인식이 일반인에게 좋지 않은 직종이라는 것이 다음이다. 현재는 토기류의 조형적 문제를 거론하기 앞서 그 전승이 어려운 실정이다. 보다 우수한 토기류의 생산을 꾀하고 토기류의 장래를 위해서는 학자들의 토기류에 대한 인식 재고와 학교 교육에서 도자교육에 앞서 도기교육을 이전에 실시하는 교육적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통 토기류의 대한 국민적인 인식 재고 및 젊은 층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또한 그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와 토기를 만드는 장작가마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서 특별한 곳이 아니면 어디든지 장작가마와 토기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대생활에 적합하고 보 다 질적으로 우수한 토기류의 생산은 진정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위하여 토기산업의 보호. 육성문제를 보다 심각히 여겨 거론할 시기라 생각하며 토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보자.
첫째, 현대 주거공간에 맞는 토기류를 찾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현대 주거공간에 맞는 토기류란 즉, 소형의 무공해 실생활 용기와 냄새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로 주거공간에 알맞은 토기로 자리잡는 것이다.
둘째, 토기류가 집 밖 장독대에만 있는 토기류가 아닌 주거공간안에서 장식목적의 토기류로 변해야 하겠으며 실외에서 저장발효용기가 아닌 실내에서 장식성을 가미한 무공해 쌀독. 물독. 장식용 소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내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셋째, 토기류가 갖는 기본 색상에서 탈피한 옛 조상들의 기법을 찾아 접목하여 장식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옛 조상들의 기법이란 경주토기, 질그릇, 푸레도기, 구림 도기, 흑갈색도기, 연갈색도기, 백토분장도기 등이다. 이것들을 접목하여 실내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넷째, 형상제작의 한계인 원형의 형태에 현대 도자기법을 활용, 최대한 토기에 접목시켜 토기가 현대생활의 주거공간에 알맞은 형태와 기능을 부여해야 하겠다. 토기류에 장식적 기능과 실용성을 접목시켜 지금까지의 손놀림에 의한 행위의 흔적이 아닌 장식기법을 활용해야겠다. 장식기법으로 슬립을 이용한 장식 상감의 문양접목 음각과 투각을 하여 형태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형의 형태 즉, 판장을 접목시키거나 벽에 부착시킬 수 있는 형태로의 변화로 공간과의 접목을 통해 움직이는 느낌을 지닌 조형으로의 변화가 살아남기 위해 바이오 토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다섯째, 기존의 토기류 기계 성형에는 젊은층을 참여유도해 수공예 생산으로 유도하며 장작가마를 활용한 높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요보다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 또한 기존 기계생산의 기름가마 생산은 수요보다 공급량이 많아서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질적으로 우수한 토기류를 생산할 수가 없으므로 생산자는 기계생산을 자제하여 우선 토기류에 질적향샹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이 현대 토기가 어두운 방향만 있는 것이 아닌 발전 전망이 있음을 제시한다. 토기문화의 발전을 위해 많은 분들의 참여와 젊은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