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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월호 | 전시리뷰 ]

임영빈 개인전 《원심여정 原辱旅程: 생성의 시원을 향하여》_2025. 11. 26. ~12. 7
  • 조혜영 (사)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 스페인 로에베재단 공예상 심사위원 및 한국커미셔너, 전시 기획자 및 예술감독
  • 등록 2026-01-29 16: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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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여정 原辱旅程: 생성의 시원을 향하여

Proto-Journey: Toward the Archetype of Experience



형形 속에는 태態 가 있다.

나는 ‘원原’에 집착하고 잉태라는 개념을 사랑한다. 

잉태란 어떤 대상이 내부에 생겨 표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즉, 표면을 통해 내부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해한다.

그 표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생성적 존재의 생동감과 신비감이 가득히 드러난다. 특정한 대상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닌,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느낄 수 있는 씨앗과 같은 형태...  이것이 내가 집착하는 ‘원原’의 형태이다. 

_ 작가노트에서 


「Proto-IV」 W40×D27×H59cm | 2025


임영빈의 창작세계는 전통의 기억을 품은 흙과 불이라는 원초적 매체가 만나 만들어내는 조용한 반란이다. 그의 작품은 완벽한 형태나 기능적 완결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편, 형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며 표면이 일그러지는 순간에 생겨나는 긴장과 생명력에 주목한다. 임영빈이 다루는 도자는 기물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존재이자 생명체로서의 도자, 나아가 ‘흙이 사유하는 시간’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의도와 자연의 물성이 대립하기보다, 서로를 관통하며 공존하는 매개체로 태어난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표면의 물성이다. 고르게 정제된 표면이 아니라, 마치 침식된 듯 고르지 않은 질감과 광물이 흘러내린 자국들이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 불완전함은 생명의 흔적이자 자연의 숨결이다. 임영빈의 도자에는 인간의 의도가 완전히 닿지 못한 여백이 있다. 그 여백 속에서 흙은 스스로의 기억을 드러내고, 불은 우연의 미를 새긴다. 그는 전통을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내재된 ‘자연스러움’의 본질을 탐구한다. 즉, 전통의 표면적 형태를 따르기보다, 그 미학이 품은 철학一비움, 여백, 우연,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현대의 감각으로 번역한다.

임영빈의 작업은 흙, 물, 불이라는 세 요소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흙은 손의 온도를 기억하고, 불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남긴다. 그 사이에서 작가는 통제와 비통제의 경계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에게 불완전한 결과는 진실에 가까운 형태이다. 그의 도자기는 완성된 기물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응고된 사물이다. 표면에 남은 균열과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 작가의 개입과 만나는 자리이다. 이때 작가의 역할은 창조자라기보다 조율자, 관찰자에 가깝다. 그는 자연의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흙의 물성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질서를 받아 들인다.


section 3 「Mikrokosmos in a Bowl: 그릇에 소우주를 담다」 전시 전경 | 다완, 미디어 아트 | 2025


임영빈의 작품은 도자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현대도예가 점차 조형적 실험으로 확장되고, 재료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에서도, 그의 작업은 여전히 흙이라는 근원적 재료에 머문다. 그러나 그 머묾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그는 흙이라는 원초적 물질을 통해 인간의 감각, 시간, 그리고 자연의 리듬을 탐구한다. 그의 도자기는 인간의  손이 닿은 사물이자, 동시에 인간의 손이 벗어난 세계를 향한 사유의 흔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임영빈의 도자는 미학적 객체이자 철학적 사유의 장으로 읽힌다. 그 표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의 질서, 자연의 호흡을 시각화 한다. 균열과 유약의 흐름, 불의 자국이 남긴 얼룩은 모두 시간의 언어이며, 물질이 감각으로 변하는 순간의 기록이다. 



사진. KCDF,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6년 1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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