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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월호 | 특집 ]

특집3)도예가 김정옥의 키친
  • 편집부
  • 등록 2020-02-06 16:57:25
  • 수정 2020-08-21 0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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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Ⅲ

도예가 김정옥의 키친
글.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편집부

 

 

도예가는 대개 무엇을 담는 용도로 그릇을 만든다. 그러므로 그릇을 마침내 완성시키는 것은 도예가의 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엇´이다. 도예가가 그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만든 그릇은 그렇지않은 그릇과 분명히 다르다. 유독 요리를 즐기는 도예가가 많은 것은 그릇의 이런 ´숙명´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요리를 즐기고, 또 잘 하는 도예가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가가 김정옥이었다. 이전에 다른 매체에 소개된 그의 작업실과 집을 보다가 그가 차려낸 정갈한 상차림에 시선이 멈춘 적이 있다. 요리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와 감각이었다.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그의 심심한 그릇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섭외 전화를 하면서 촬영용으로 간단한 상차림을 부탁했다.

그릇의 완성은 음식이다
경기도 안성 미리내예술인마을에 자리한 도예가 김정옥의 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널찍한 테이블에는 이미 근사한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큼직한 그릇에 소복이 담긴 음식들은 예상처럼 ‘간단’해 보이지 않았고 기대만큼 감탄을 불러냈다. “죽방멸치를 찬물에 담가 우린 육수로 끓인 국수와 불고기 양념한 안성한우로 쪽파를 감싸 지진 ‘소고기파마끼’, 그리고 잣과 깨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준비했어요. 집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잘 내는 음식이에요. 그리고 이 김치는 텃밭에 심은 배추로 올해 처음 담가본 김장 김치에요.” 작가의 말대로 간단하다 해도 이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애썼을 그의 정성이 고마웠다. 요리를 담아낸 담백한 그릇과 이와 함께 세팅한 샛노란 타원형 매트, 그 위의 동그란 앞접시, 놋수저를 올린 나뭇잎 모양 의 받침, 그리고 빨간 냅킨까지, 서로의 어울림이 더할 나 위 없이 아름다웠다. “오래 전에 팔을 다쳐서 작업을 많이 못하던 시기에 요리를 배웠어요. 그렇게 시작한 요리를 지금까지 23년 넘게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취미로 시작한 요리는 도예가인 그에게 자연스레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요리를 배우기 전에는 그 자체로 돋보이는 그릇을 만들었는데 직접 요리한 음식을 담아보면서 달라졌어요. 약간 싱겁다 싶은 그릇을 만들게 되었죠. 도자기는 그 안에 뭔가가 담길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그의 말대로 그릇의 완성은 음식이고, 음식의 완성 역시 그릇으로 이뤄진다. 김정옥 작가는 요리를 하면서 그릇에 대한 아이디어를 새롭게 얻 곤 한다. 국물이 자작한 생선조림은 좀 더 깊이 있는 접시에 담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세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적용해 그 요리에 맞춤한 그릇을 만든다. 반대로 그릇을 보고 요리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김정옥 작가는 한식, 일식, 중식, 지중해 음식 등을 가리지 않고 섭렵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메뉴를 구성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요리의 종류가 많은 만큼 이를 담아내 완 성해 주는 그릇 역시 다양하게 만든다. 주로 작업하는 분청사기를 비롯해 분청에 청화로 그림을 그린 그릇과 흑유로 마감한 매트한 그릇, 올리브 그린을 담아낸 매끈한 그릇 등 같은 작가가 다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다. 이 중 에서 가장 즐겨 쓰는 그릇을 물으니 ‘마즙소바면기’를 꼽는 다. 밥그릇 모양이지만 좀더 크고 깊고, 분청에 청화로 소박한 그림을 그려 넣은 이 그릇은 원래의 용도 외에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그가 상차림을 할 때 또 자주 사용하는 타원형 매트는 번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일그러진 형태, 매끈한 질감과 원색으로 테이블 세팅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매끈한 표면 위에 그대로 여러 가지 음식을 올려 내는 접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너무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아요. 외국인이 한국적인 것을 바라볼 때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죠. 한복 저고리 위에 입는 배자를 청바지와 매치해 입는 것처럼 말이에요. 도자는 그림만큼 많은 색을 담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갖지만 앞으로 더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도예가로 40년을 보낸 그에게 새로운 것이 또 있을까 싶지만, 앞으로 요리를 계속 하는 한 그릇에 대한 아이디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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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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