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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월호 | 특집 ]

특집2)식탁 너머의 그릇, 일상의 예술이 되다
  • 편집부
  • 등록 2020-02-06 16:48:40
  • 수정 2020-08-21 01: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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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TⅡ

전시 기획자 안준형의
-그릇 전시를 위한 스토리텔링과 푸드스타일링-

<식탁 너머의 그릇, 일상의 예술이 되다>
글.안준형 큐레이터

 

 
그릇, 전시물로서의 가능성
전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곳에 벌여 놓고 보임’이다. 현대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갤러리가 작품이나 유물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보호하며 대중과의 정서적 공명을 위해 전시를 여는 공간이라면, 그 시원은 부를 축적한 왕족이나 귀족이 소장한 귀중한 것,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예를 들면 유명한 화가의 그림, 보석, 이국적인 도자기, 정교한 세공품, 희귀한 자연물 등)을 빼곡하게 나열해놓고 즐기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갤러리아galleria, 프랑스에서는 카비네 큐리오시테cabinet de curiosite, 독일에서는 분더캄머wunderkammer, 쿤스트캄머kunstkammer1) 등으로 불린 이러한 공간은 1471년 이탈리아 로마에 카피톨리니 박물관Musei Capitolini이 설립된 이래 1789년 시작된 프랑스 혁명기에 몰수한 왕족과 귀족의 소장품을 그 유명한 루브르Musee du Louvre에 보관하기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국가마다 명칭과 용도, 형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큰 차이는 없었던 이러한 공간들을 채웠던 진귀한 소장품 중에는 도자기도 있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도자기는 물론 1708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유럽산 도자기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예술가의 명화와 조각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이토록 귀하게 여겨지던 도자기 작품들은 작가의 사유를 담아낸 현대적 개념의 오브제보다는 장식이 과할 뿐이지 생활자기, 즉 그릇의 형식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큰 보물급의 문화재를 국가가 법적으로 지정한 유형문화재인 국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보 중에서 토기, 도기, 자기는 51 점에 이를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병, 항아리, 연적 등 모두 쓰임을 전제로 한 것들이다. 이는 금속 소재 국보 가 주로 장식용이거나 신앙, 정신을 반영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수 천 년간 이어진 도자기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쓰임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며 타일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무언가를 담거나 보관하는 그릇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자기의 물질성에 집중해 공학적 소재로 활용하거나, 예술성을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 기간은 불과 2100여 년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자기 그릇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은 ‘일상생활에서 쉬이 쓰이는 용품’에 불과하다. 과거의 영광을 차치하더라도 그릇이 까다로운 공정과 1,000℃ 이상의 고온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임을 생각했을 때 실로 박한 평가라 할 만하다.


그릇전시의 필요성과 목적
시간이 흘러 대중의 인식을 지배하던 절대적인 원칙이나 상식으로 여겨지던 근대적 분류학과 미술품의 나열을 행 하던 전시공간들은 점차 공공과 공유의 가치에 집중하고 다양한 체험과 일상에 밀접한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일상의 그릇이 다시금 전시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게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도자기 그릇을 사용한다는 것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이고, 한 끼 식사라도 조금 더 풍성한 경험을 만끽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도자기 그릇을 써야 하는 이유와 그릇 전시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 지 못한다. 오히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음식을 담는 수단에 앞서 그릇의 존재는 아날로그적 물질성임을 감안할 때 인지적 경험에 앞서 감각적으로 먼 저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 도자기를 실제로 구입하고 사용하는 구매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여주시가 2019 년 여주에 거주하는 작가와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도자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여주지역이 생활자기의 중심지임을 고려해도 관심을 두는 것을 넘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것 은 생활자기 특히 그릇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릇 전시를 위한 스토리텔링과 푸드스타일링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가 개인이 그릇 전시를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전시 공간들의 문턱이 높을뿐더러 오랜 시간 흙으로 그릇을 빚는데 집중해온 작가  그릇을 넘어 상차림과 공간을 포괄적으로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기획했지만 특히나 도자 전시 경험이 많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릇 전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첫 직장이었던 이도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오브제 작품처럼 백색 전시대에 올려보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해보기도 했지만, 공간적 포만감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판매장처럼 쌓아놓고 보일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예가나 필자가 갈증을 느낀 부분을 메꿔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와의 협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2년, 초대 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파티 속 그릇과 공간을 연출해 줄 전문가를 물색했다. 도예가 안정윤, 윤상종, 이능호는 각 각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연경, 홍신애, 정효진과 매칭되었는데 각각의 그릇은 현저히 달랐지만, 연출을 맡은 푸드스타일리스트의 방향설정과 구현은 각 작가의 특색을 더욱 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또한 실제로 다양한 그릇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도예가의 작업에 관여해 새로운 결과물을 유도하는 과정은 도예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도갤러리에서의 전시 이후 그릇 전시에 대한 갈증은 한 소끔 가라앉아 있었지만, 한국도자재단에서 토야테이블웨어 공모전 이후 오랜 시간 명맥이 끊겼던 테이블웨어 공모 전을 담당하게 되면서 다시금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게 되 었다. 토야테이블웨어 공모전, 도쿄돔 테이블세팅 공모전 은 물론 타 장르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시대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내놓은 새로운 방향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 고 누구나 심사가 가능한 양방향 소통방식의 열린 공모전이었다. 오픈 플랫폼인 네이버와 협업해 대중 온라인 심사를 추진했고 연출적으로는 식탁을 넘어 공간으로 범위를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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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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