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도예 교육의 재점검
아동 도예 교육과 정서
글/사진 이부연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도예에 쓰이는 점토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보다도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재료이다. 많은 도예가들이 작가로서의 활동 뿐 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로든지-교수, 교사, 미술학원을 운영하든지 도예공방을 운영하든지 간에-교육자의 입장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교육자로서, 도예활동을 하는 도예가의 입장에서 피교육자의 상황을 고려한 도자공예교육을 연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도자공예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관심은 최근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2001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토야만들기라든가 물레차기, 그릇만들기 등 도예교육의 커리큘럼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양대학교에서도 ‘2001세계도자기엑스포’에 참여하여 작품전시 및 경매, 판매의 행사를 했으며 한양대학교 전시장에서 유아에서 성인에 이르는 도자공예교육을 실시하였다. 각박해지는 정보화 사회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서함양이 중요시 되고있는 현시점에서 도예교육을 통해 아동의 정서발달이 이루어 질 수 있음은 점토가 인간에게 주는 크나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학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 각자의 표현 성향이 고려되지 않고 교사 혹은 교수의 일방적인 수업이 행해져야만 하는 현실 안에서 지혜로운 교육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미술교육은 초, 중, 고,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한 학급의 학생수가 적절한 개인적 교육을 실행하기에는 과다한 입장에 있으며 교사 혹은 교수의 수적 부족으로 학생의 개인 사정을 고려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고 본다. 이는 한국 교육의 선진화와 더불어 수정되어 나아가야 할 부분이며 이에 학생의 개인적 자질의 발견으로 학생의 앞날을 그들의 특성에 맞게 계획하여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이고 국가적으로도 보다 효율적인 인력배양으로 더욱 발전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라는 언어는 1990년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Peter Salovey와 뉴햄프셔대학의 Mayer에 의해 만들어졌다. 또한 1995년 다니엘 골만은 ‘Emotional Intelligence’라는 서적을 발간하여 감성지능의 발달의 중요성을 연구 발표하기도 했다. 높은 I.Q.가 부와 명성과 삶의 행복에 대해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학교와 문화는 학업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간 운명에 대한 광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E.Q.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E.Q.가 높은 쪽이 현실세계에서 유리함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정서의 발달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으며 결혼생활을 위하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행복한 생활을 위하여 정서의 발달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성공적 사업을 이끌기 위해서 정서의 발달을 신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료계에서는 정서가 순화된 환자가 치유율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서의 발달은 사람이 완전한 인간적 모습을 이루기 위한 보다 많은 강점들을 가져다준다. 감정의 발달은 인간이 가져야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제공해 줄 수 있음은 여러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E.Q.의 구성요소는 정서인식능력, 정서표현능력, 감정이입능력, 정서조절능력, 정서활용능력 등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도자공예교육을 통하여 신장될 수 있다. 아동은 점토를 통하여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복잡한 생각이나 힘든 주제들을 더 만족스럽고 쉽게 표현한다. 아동이 점토로 작품을 제작할 때 실제의 소리를 묘사하기도하고 한숨쉬고 웃고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감정의 몰입을 의미한다.
어린아이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크게 묘사한다든지 개인적인 중요도에 따라 색을 선택한다든지 하여 그의 심상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한다. 성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도자공예 표현에서 각자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도자공예로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이를 통하여 각자의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도자공예교육은 아동의 정서발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정서발달을 위한 도예교육의 일환으로 ‘음악듣고 점토표현하기’수업을 실시해 보았다. 몇명의 성인 대상자에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곡 ‘Lange ba Lei Perme’를 듣고 자신의 감정을 점토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첫 번째 대상자인 유윤형씨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행복한 순간이 존재하는가 하면 그 뒤안길엔 항상 눈물이 고여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 대상인 송민정씨는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자기의 감정을 강조하듯 너무나 단호하게 노래하고 있으며 본인이 한참 사랑에 빠져있거나 실연을 당해 슬픔에 잠겨 있다면 더 잘 교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 대상자들에게는 사물놀이를 들려주었는데 한세라씨는 하늘의 소리는 마치 남성같아 직선적표현을 했으며 땅의 소리는 여성같아 유유히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여 작은 곡선을 표현하였다고 하였다. 최미은씨는 서로서로의 소리의 울림에 초점을 뒀으며 깊은 땅에서 퍼져나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느낌을 곡선과 원의 형상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활동은 아동에게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김정환군은 ‘놀람교향곡’을 듣고 낮아졌다 높아지는 음을 산으로 표현하고 부드러운 음을 시냇물로 표현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이설희양은 Yanni의 ‘Once upon a time’을 듣고 아름답고 즐거운 노래를 새들이 놀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베토벤의 ‘Violin Concerto’를 들려주며 느낀 것들을 점토로 표현하도록 하였는데 음악감상의 태도와 표현에서 성인 못지 안은 진지함을 볼 수 있었다. 바이올린 켜는 소리 음들을 붓으로 툭툭 찍어서 표현하였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기도하며 음악이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였고 한 학생은 처음에는 슬픈 느낌이 들어서 눈물방울 같은 형상을 그리고 나중 아랫부분은 기쁜 느낌을 표현하려 시도하고 편안한 느낌을 완만한 선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에게 ‘케니G’의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바다위에서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추상화하였으며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은 같은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사랑의 인사’라는 음악을 듣고 음의 높낮이와 소리의 진동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였으며 6학년 남학생은 같은 음악을 듣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모습을 점과 선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도예교육은 아동의 정서를 위한 커리큘럼(Currriculum)개발로 볼 수 있겠다.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오욕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은 I.Q.(Intelligence Quotient)의 중요도에 이끌려 E.Q.(Emotion Quotient)는 도외시되었다. 인간의 성장에서 감성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I.Q.는 교육이나 경험에 의해 별로 증진시킬 수 없는데 E.Q.는 얼마든지 교육을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 보다 폭넓은 교육을 통해 도예교육을 활용한 정서교육의 수업이 일반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동 도예교육에 있어 교육자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표현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이성적인 아동에게 후한 점수를 주게되는 현실에서 정서와 감성이 발달된 아동의 표현에서 그 가치를 발견해 줄 수 있는 안목을 갖는 태도도 바람직하다. 입체표현은 표현자의 개성과 특질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다.
도예교육에 있어서도 피교육자 즉 아동의 성향을 고려한 교육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동의 점토표현 성향은 ‘분석방법(Analytic method)’을 활용하는 아동과 ‘종합방법(Synthetic method)’을 활용하는 아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분석방법의 활용과 종합방법의 활용의 구분이 확실치 않고 복합적인 방법의 활용자도 있을 수 있으나 양쪽의 어느 한 방법의 비율을 많이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표현의 구분은 아동이 도식기 즉, 일반적으로 아동의 연령이 7∼9세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입체표현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분석방법(Analytic method)’은 점토덩어리를 하나의 전체로 보고 전체로부터 세부로 표현해 들어가는 방법이다. 전체로부터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것을 끌어내는 표현방법은 그 사고가 근본적으로 시각적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시각적 경험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보다 이성적이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경험을 갖는 것으로 본다. 다른 표현 방법으로는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표현 상징들을 전체로 결합하는 표현 방법인 ‘종합방법(Synthetic method)’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받은 인상을 서로 종합하여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형의 사고로 표현하는 사람은 비시각적인 경험을 근거를 두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지식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신체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다. 비시각적인 경험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시각적 표현의 사람보다 정서적이고 주관적 경향이 있는 사고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성향의 아동은 다른 사람보다 이미 감성이 발달되어있다고 한다. 한국의 미술교육에 있어서 이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적 경향으로 인하여 주관적이거나 정서적 경향을 덜 발달된 것으로 경시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보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야하는 교육의 현장에서 특히 종합방법의 활용 즉, 감성의 발달이 이성보다 앞선 유형의 아동을 위한 교육은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분석적이거나 종합적인 유형으로 사고하는 극단적인 아동은 거의 없다 하더라도 한 방법에서 다른 방법의 교육 즉, 종합방법을 추구하는 아동을 분석방법으로 억지로 교육하여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아동의 개성을 무시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아동의 발달을 고려한 교육 또한 미술교육의 장에서 도예교육의 장에서 실시될 것을 기대해 본다. 한국의 입체미술교육, 도자공예교육에 있어 특히 점토를 다루는 조소 등에서도 입시미술과 같은 경우 분석방법을 활용하도록 교육되고 있어 당연히 분석방법만이 표현의 방법인 양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미술계열의 경향으로 종합방법의 활용학생은 그들의 소질이 인정받지 못하며 심지어 일찍이 미술의 길을 포기하거나 표현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좌절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본다.
도자공예를 통해 입체미술표현에서 조금 생소하다고 여겨지는 종합방법 활용학생을 위한 커리큘럼(Curriculum)도 더욱 개발되어야 하겠으며 그들의 정서발달을 고양시켜 표현에 있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더욱 나아가 미술계에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국가적으로 창조적인 인력 개발에 기여할 수 있겠다. 소수일지라도 ‘분석방법(Synthetic method)’을 활용하는 학생을 위해 이러한 경향의 작품 역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점토, 인체 친화적이며 인간에게 유익한 정신적 육체적 교육자료인 점토를 활용하여 앞으로 아동의 다양한 개성이 연구되고 이에 따르는 새로운 도예 교육방법과 커리큘럼(Curriculum)개발이 활발히 모색됨은 우리가 해 나가야할 일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