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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6월호 | 포커스 ]

그릇이 된 생각들 2018 평화의 밥상
  • 편집부
  • 등록 2018-07-05 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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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된 생각들 2018 평화의 밥상

 

이현배 옹기장이


 이현배 옹기장의 햇살무늬질그릇은 북한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새김무늬그릇높이 약 90cm과 남한 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빗살무늬토기높이 약 40cm를 합친 높이 135cm로 제작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더했다.

한번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도보를 하리라 했었다. 이게 자꾸 미뤄져 차라리 여기 이 자리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길을 나서기로 했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땅 끝에 서서 바다를 보고자했다. 그러던 중 <2018 평창동계올림픽> K-FOOD PLAZA 콘텐츠 협조요청을 받게 되었다. 
K-FOOD PLAZA가 조성된 평창 페스티벌 파크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한국의 문화경쟁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복합문화공간으로, K-FOOD PLAZA, 공연관, 상품관으로 구성됐다. 요청받은 내용 중에 K-FOOD PLAZA 콘텐츠는 어떻게 해 볼 수 있겠지만 복합문화공간의 입구에 위치할 메인 오브제가 고민이였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간도 고작 몇주에 불과했다. 국가주의로 하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여겼지만 마음이 쓰였다. 생각할 시간을 하루만 달라고 했다. 다음날 주요 주관기관과 의사결정권자를 만나 다른 대안과 작업예산을 묻고서는 한번 해보겠다며 의견서를 제공했다. 어쨌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올림픽이 잘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먼저 신석기문명의 농경과 목축, 도시의 탄생을 담고있는 빗살무늬토기를 햇살무늬질그릇으로 상징하는 걸 제안했다. 서울 암사동유적에서 발굴된 유물과 평양 표대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합친 크기로 계획했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올림픽 참여가 불투명할 시기라 남북한의 대표유물을 합한 크기로 화합의 의미로 제안한 것이었다. 담당자는 시일이 촉박하니 축소진행해도 좋다고 했지만 계획대로 해야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기획한 제안서는 아래와 같다.
그동안 ‘어찌 초콜릿일을 하다가 옹기일을 하게 되었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하는 말이 ‘농사꾼 못되고 옹기장이가 된 것이다’고 말한다. 이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은 듣기가 싫었는지 ‘농림축산식품부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옹기를 좀 근사하게 예술적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 농農의 가치로 식문화 차원으로 풀어가는 것이 못마땅 했었나보다. 하지만 나의 분명한 자격은 ‘옹기장이’이고, 전제는 ‘농사꾼이 되지 못한’ 옹기장이다. 이것은 겸손도, 자기 비하도 아닌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햇살무늬질그릇을 만들기 시작하며 조건을 떠나 결과로 일의 보람을 얻어야 했기에 잔뜩 걱정했다. 일을 하다 보니 그게 참 신기했다. 1988년 하계올림픽 때는 호텔에서 초콜릿일을 할 때라 초콜릿으로 장독대를 만들었는데, 30년이 지난 2018년 동계올림픽에는 흙으로 옹기를 지어 작게나마 올림픽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이 묘했다. 마침 다니엘 바렌보임과 에드워드 사이드의 ‘평행과 역설’을 보고 있었기에 전율이 일었다. 책에 ‘환상적인 강렬함’이라는 표현이 있다. 평소 두 달이면 하던 일을 3주 만에 마쳐야 하는 급박한 일정이었지만 환상적이고 강렬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하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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