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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월호 | 포커스 ]

통가마 작업 도예가들의 비형식적인 심포지엄 : talk, food, work for Fire
  • 편집부
  • 등록 2018-06-18 16: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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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마 작업 도예가들의

비형식적인 심포지엄 : talk, food, work for Fire

특별한 겉옷 없이 맨몸으로 불속에 걸어 들어간 기물들은 오랜 시간 불과 나뭇재가 만들어 입혀 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다. 최소 30시간 길게는 100시간을 넘나드는 번조. 단장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기물들은 제각기 흔치 않은 복장으로 모습을 바꾼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무궁한 색의 비밀을 간직한 불과 협업하며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10일 간의 삼시세끼(?)
거창한 ‘대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대단한 성과를 남겨 자랑할 만한 이력을 쌓기 위한 목적과도 거리가 멀었다. <통가마 심포지엄>에 참여한 8명의 도예가강창성, 김대웅, 김재인, 서병찬, 이재용, 전창현, 최재욱, 태성용는 오직 ‘통가마 작업’이라는 교집합 하나로 모였다. 호젓한 바닷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원도 삼척에서 작업실 운영과 펜션사업을 겸하고 있는 김재인 도예가가 장소를 제공했고,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는 김대웅 도예가가 모임을 주도했다. 지역도예사무국에서 실무경험을 가진 태성용 도예가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골조를 만들고, 참가자 중 막내 이재용 도예가는 10일 간의 요리사를 자청하며 각자의 재능을 골고루 나눴다.
이번 ‘통가마 심포지엄’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마신다’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 심포지엄의 성격을 빌려 지어진 이름이다. 자연을 벗삼아 그릇을 굽고 만드는 이들이 준비한 여정은 개인 작업으로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운 낮과, 함께 모여서 요리한 끼니와 술이 더해진 밤으로 이어졌다. 생업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이들 간의 공감, ‘통가마’ 작업이라는 소수로서의 연대, 불에 대한 애틋함을 고백하는 작가적인 감수성을 공통분모로 이야기는 깊어졌다.

미답의 고민들
통가마는 조선시대 이후 자기瓷器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로 토기나 옹기를 굽는 가마로만 쓰이다가 현대도예가들에 의해 다시 주목받고 작업이 재개된 것이 불과 몇십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른 도자문화처럼 맥이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서 어떤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뢰할만한 자료가 부족해 각자 몸으로 체득한 자연의 법칙을 교본삼아 작업을 해 나가는 이들은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질문’을 취합하고,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까지를 자신들의 역할로 정했다.
그리하여 저녁마다 이뤄진 토론은, 먼저 청자나 백자같은 도자기처럼 통가마 작업을 설명하는 적절한 이름이 있어야만 이 작업 번영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서 기존에 사용돼 온 명칭에 대한 문제들이 주요 화제가 됐다. 보통 시유과정 없이 불과 재로 색을 내는 통가마에서 나오는 기물은 ‘무유撫柔도자기’라고 불린다. 자연의 재료로 번조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자연유Natural Glaze’라고 부르는데, 단지 유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딘가 결핍된 인상을 주는 무유라는 어감은 아름답지 않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두 번째로 해외체류 경험이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아나가마’의 명칭 대신 ‘통가마’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당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통가마라는 명칭 외에 불통이 길고 곧게 잘 빠져 있다는 의미로 ‘뺄불통가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멍 혈穴’(통가마의 구조를 본뜬 의미)의 한자를 일본어 표기로 바꾸면 ‘아나’라는 발음이 되는데, 국제적으로는 이를 영어로 그대로 번역해서 ‘아나가마ANAGAMA’라는 고유명사로 불리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도예가들에게 우리나라의 가스가마 만큼 널리 퍼져있는 것이 이 ‘아나가마’다. 이런상황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을 무시하고 우리만의 표기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역사적인 특수성 때문에 반일적인 콤플렉스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도 제기됐다. 마지막은 통가마 작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문제다. 태생적으로 생존률이 낮아 희소하다는 장점은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 결과가 적다는 약점이 된다. 이미 도자 시장에 형성돼 있는 다른 식기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려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통가마 작업 도예가들이 가격 책정이 비교적 자유로운 차도구나 오브제 같은 기타 생활자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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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은 월간도예 본지를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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