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 Blue6
델프트블루 Delft Blue
도예가 김선애
ⓒ 김선애
유럽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가면 차이나 China 섹션이 있다. 중국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도자기 그릇 을 판매한다. 역사적으로 오랜 문물 교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차이나라는 말은 영어로 도자기를 뜻하 는 말이 되었다. 델프트도 이와 유사하다. 델프트Delft 는 청화백자 풍의 도기를 지칭했다. 본래는 네덜란 드의 지역 이름인데, ‘뒤지다delve ’혹은 ‘파내다dig’라는 뜻의 단어 delven 에서 유래했다. 그릇의 대명사가 된 델프트 고장의 흙을 파고 도자기를 만드는 파란색 소풍을 떠나보자.
DUTCH BLUE 더치블루
Pantone 18-3928 TPX RGB 73 100 145 HEX/HTML 496491 더치블루, 델프트블루
델프트
역사적으로 도자기가 만들어진 고장은 운하가 있다. 원자재를 운반하기도 하고 석탄 등의 원료를 운반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운하가 아름다운 델프트는 네덜란 드 남쪽의 소도시로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기차로 가다 보면 들판에 풍차들도 보인다. 유럽은 소도시가 매력적이다. 델프트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화 가,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영 화로도 유명한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고향이 다.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베르메르 가 일생동안 한 번도 델프트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림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17세기 네덜란 드 화가들은 주로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나갔 다고 하는데, 베르메르 또한 가업을 물려받아 여인숙 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이러한 그 의 삶 속에서 고요한 일상의 순간을 노랑과 파랑의 빛 으로 숨 막히도록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밝은 색이지 만 빛으로 표현된 뒷이야기가 더 궁금할 정도로 색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듯 오묘하다. 베르메르의 노랑 과 파랑 속에는 침묵도 있다. 도자기의 촉각적인 특성 을 살려 표현하려면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의 그림에 서 집 안의 오브제는 고요한 정적인 물체가 되고 그 속 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네덜란드 황금기였던 17세기. 같은 파랑의 시대를 살 아갔던 이름 모를 도공과 베르메르가 표현한 그들만의 바람desire. 베르메르가 도자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델프트 도자기에서 그의 그림 구성과 빛은 어떻게 표 현되었을지 내심 궁금하다.
더치♥청화백자
더치블루라고 해서 수많은 문화의 청화와 색의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안료와 함께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느 곳에 표현했는지 하나하나 작은 이야기 들이 모여 더치블루를 만든다. 포르투갈의 블루를 다룬 3편에서 언급했듯이, 네덜란 드와 포르투갈은 서로 해상무역에서 도자기를 사이 에 두고 싸웠다. 네덜란드는 1602년과 1604년에 포르 투갈 상선 산타리나호와 카타리나호를 빼앗았고, 이 로써 중국 도자기의 유럽 수출에 관한 주도권이 포르 투갈에서 네덜란드 상인에게 넘어갔다. 네덜란드 동
인도 회사Vereenigde Ostindische Com-pagnie, VOC 가 설립된 것이 1602 년이니 발빠르게 움직여 유럽의 패권을 장악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당시 그 안에 있던 수십만 점의 도 자기를 암스테르담으로 운송하여 경매했다. 포르투 갈에서는 화가 날 상황이었겠지만, 며칠 내로 만여 점 의 화물이 모두 다 팔린 이 흥미진진한 VOC 이야기는 유럽 전역을 흥분시켰다. 루이 14세 시대 프랑스는 곧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본따 중국회사Compagine de Chine, 1604, 프랑스 동인도회사1604년 창시, 1664년 재건를 설립한다.1
1 Dillion, M. Chin: A Modern History, I.B Tauris, London, 2012, p.31
유럽과 아시아 두 강대국의 만남이다. 이러한 사건 이후로 중국 징더전에서는 중국스타일로 서양의 요구에 맞는 도자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 문과 왕실의 문장을 도자기에 장식하는 주문을 넣었다 면 그 다음에는 형태의 변화가 일어났다.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또한 식탁 도자기를 주문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기록에 의하면, 주로 규격화된 크기의 컵, 볼, 접시 등을 주문하였고 서양에만 사용하 는 버터 그릇, 머스타드 팟, 소금 그릇, 와인 항아리 등 을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달라고”주문한 기록이 있다 생산까지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점점 원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커미션의 정석이자 매력 아닌가. 때로는 의도하지 않 았지만 가게 되는 길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또 더치 문화에만 맞는 도자기를 주문 한 것은 아니다. 이국적인 중국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제품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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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년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독자는 지난호보기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