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출성형을 통해 발견하는
도자예술의 새 얼굴
‘뽑’내다
손해원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예 석사과정
물레 성형, 코일링, 판 작업, 슬립 캐스팅, 속 파기, 가압 성형 등은 국내 대학 실습 과정과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친숙한 도자 기법이다. 하지만 필자는 유학 생활과 해외 레지던시 근무 중 해외 작가를 통해 접하게 된 기법이 있다. 익히 들어만 보았지 생소하게 다가왔었던 ‘압출 성형Extrusion/Extrudins’ 기법이다.
압출 성형은 크게 수동 압출과 자동 압출로 나누어지며, 두 압출기Extruder의 작동 원리는 같다. 결과물의 단면을 결정하는 입구 모양을 설정해 놓고 소지에 압력을 가하여 치약을 짜내듯 혹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만들 듯 소지를 원하는 길이만큼 뽑아낸다. 수동 압출기는 펌프 모양의 손잡이를 사람이 직접 끌어내리면서 작동되고 자동 압출기는 진공 토련기와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소지는 기본적으로는 속이 찬 가래떡 모양에서부터 속이 빈 튜브 모양, 더 복잡하게는 별, 톱니 등 수없이 다양한 모양으로 설정할 수 있다. 속이 빈 형태일 경우 일정한 두께의 소지를 원하는 길이만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코일링, 물레 성형 혹은 슬립 캐스팅 기술로는 실현하기 어려웠던 형태까지 구현할 수 있다. 필자는 앞서 소개한 압출 성형 기법을 각자 자신만의 색깔과 표현 방법으로 작업하는 다섯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작가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도자 작가 마리코 와다Mariko Wada이다. 그는 덴마크의 콜딩 디자인 학교Kolding School of Design에서 미술학 석사를 취득한 이후 줄곧 덴마크에서 작가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와다는 흙이 지니는 물질성과 양감을 부각해 생생하도록 육체적이며 유기적인 형태를 표현한다. 사진은 그가 네덜란드 오이스터바이크에 위치한 선데이모닝 @ekwcSundaymoring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할 당시 압출 기법을 이용해 만든 작업이다. 길게 뽑아낸 튜브가 기본 바탕인 이 작업은 구부리거나 형태를 덧붙이고, 또는 주무르고 묶기도 하는 추가행위로 인해 작가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게 되었다. 해당 작품은 최근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다음으로 소개할 트리그브 파스트Trygve Faste와 제시카 스완슨Jessica Swanson 또한 선데이모닝 @ekwc이하 EKWC를 거쳐 간 부부작가로서, 필자가 EKWC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입주 기간이 겹치어 인연이 닿게 되었다. 크랜브룩 예술 학교Cranbrook Academy of Art와 시카고 예술 대학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각각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부부는 현재 미국 오리건 주 오리건 대학교의 제품 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Something Like This Design’의 공동 디자이너로도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과 환경에 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자연현상을 시각적 요소로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하며, 스튜디오 아트Studio Art와 디자인의 접점에서 어떤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진은 그들이 EKWC에서 작업하는 동안 디자인 및 제작한 새들을 위한 모이 접시로, 새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색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물레, 슬립 캐스팅, 압출기로 만들어진 실린더 형태의 객체들을 다양하게 배치함으로써 모든 모이 접시들은 각자 다른 모양과 패턴들을 가지게 된다.
이어서 소개할 작가 역시 필자가 EKWC에서 짧게나마 근무했던 기간에 함께 작업하고 생활했던 유디스 마리아 클라인톄스Judith Maria Kleintjes이다. 네덜란드 태생인 클라인톄스는 독일의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Kunstakademie Dusseldorf를 졸업했으며,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독일 뒤셀도르프를 주로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클라인톄스는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드로잉과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미디엄을 활용한다. 주로 자연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직접 재료로 삼기도 한다. EKWC에서 처음 도자를 접한 그는 다른 작가들이 결함 또는 실수로 간주할 수도 있을 만한 현상들에 집중하고 수용함으로써 그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수분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소지를 압출기에 주입하게 되면 소지가 뽑혀 나올 때 입구의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갈라지게 된다. 클라인톄스는 이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효과를 역으로 이용해 산호 또는 잎이 난 줄기의 형상을 가진 독특한 느낌의 조형작업을 완성했다. 사진은 작가의 작업 과정 중 일부이며, 완성된 작품은 이번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갤러리 라마커스Galerie Ramakers에서 열리는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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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