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에서의 삶은 대부분 간편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단단한 차그릇에 담긴 차를 음미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정돈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하다. 지금 여기, 전시와 차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학아재學我齋에서는 김진완 작가의 차그릇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닮은 작품들은 천진난만하면서 원숙하다.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김진완 작가의 도자기는 학아재의 모토를 전달하기에 잘 들어맞는다. 학아재에서 차茶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가꿀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내면의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는 일이다.
학아재에서는 말차다회를 체험할 수 있다. 하루에 4번 진행되며 학아재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갤러리 한켠에 마련된 홍도각弘道閣에서는 한국 다례茶禮를, 한유암閒遊庵에서는 일본 다도茶道를 체험할 수 있다. 7월 4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순간의 파편> 전시에서는 전시장 한 가운데에서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학아재에서 차를 마실 때 쓰는 차그릇은 모두 김진완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적 심성을 보여주는 차그릇에 차를 대접받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차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맛과 향을 즐길 수도 있고, 차를 마시는 형식을 즐길 수도 있다. 학아재에서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차를 마시며 갖는 시간에 집중했다. 자신의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이라는 그릇을 빚는 공간이다.
한국문화정품관韓國文化精品館 3층 갤러리에서는 인문자사전人文紫沙展, <차호로 그려낸 세상>이 한창이다. 중국 이싱宜興에서 제작된 자사호紫沙壺를 전시하고 판매 중이다. 차를 마시는 문화가 변화하면서 자사호는 자연스럽게 차도구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더 이상 달이지 않고 우릴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생활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차도구 역시 바뀌었다. 최근 한국의 차문화 역시 발효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보이차와 우롱차, 홍차를 우릴 수 있는 차도구의 수요가 늘었다. 압축된 차를 올바르게 해제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한국문화정품관은 중국의 유서깊은 자사호를 소개함으로써 한국 차도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