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삶은 어떠했을까 각 색깔은 각자 미스터리한 삶을 산다.
Each color lives by its mysterious life.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궁중 화원이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는 용을 심혈을 기울여 그려 넣었던 왕실 전용 청화백자, 성모마리아의 색이었던 중세 교회의 파랑. 왕실과 교회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파란색 역시 고귀한 삶을 살았을 것만 같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용한 주요 색상을 살펴보면, 빨간색, 검은색, 노란색, 흰색 그리고 금색으로 그 어느 곳도 파란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스인들보다 청색을 더 등한시한 로마인들은 청색을 동양적이며 어둡고 세련되지 못한, 미개한 색으로 여겼다. 또한, 12세기 전반기에 청색 바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등장할 때까지 청색은 기독교 교회와 예배의식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파랑의 인생 반전 드라마가 시작된 때는 12세기부터이다. 파란색은 서양 사회에서 고대 로마 시대나 중세 초기 때처럼 별로 중요하거나 이름 없는 색이 아니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귀족적인 색으로 그 지위가 올라간다. 이러한 파랑의 신분 변화의 1등 공신은 성모마리아이다. 이전에는 검은색, 회색, 갈색, 보라색, 청색 또는 진한 녹색이든 어떠한 색깔이든 어둡기만 하면, 성모마리아의 의상 색으로 가능했다. 청색은 성모 마리아의 겉옷가장 흔한 경우이나 혹은 드레스의 부분, 전체에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사실 그림 속 성모마리아는 십자가 위에서 죽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상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성모마리아에 대한 숭배는 파란색의 인기와 연관 지어 중세 회화의 역사에서 시각적으로 묘사되었는데 성화에서 성모마리아가 청색 의상을 입고 나타남으로 청색이 사회적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
컨템포러리 도예 작품에서도 많이 쓰이는 프러시안 블루, Matt Raw 작품 중 일부
빛으로 표현된 파랑
1305년, 르네상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페인터이자 건축가였던 조토Giotto, 1266~1337는 파두아Padua 지역에 있는 스쿠로베그니 성당Scrovegni Chapel에서 성경에서 말하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37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림에는 ‘유다의 키스The Kiss of Judas’,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과 같은 유명한 성경의 일화도 그려져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천장화이다. 딥블루 색의 천장에는 화려한 금색의 별이 장식되어있다. 단순한 하늘과 우주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의 ‘천국’을 묘사해놓았다.6) 예술가의 천국이 깊은 파랑으로 천정이라는 공간에 표현되었다. 이 그림은 700여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색을 잃지 않았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종종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는데, 조토의 유토피아는 천장화로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도자기로 표현된 빛, 파랑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분명 도공들에게는 색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도자기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그중 하나는 25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웨지우드 도자기의 창립자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일화이다. 18세기 자스퍼Jasper라고 불리는 흙으로 특별한 파란색 소지를 만들기 위해 무려 3000번이나 넘는 실험을 계속했다. 웨지우드의 이런 실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도자기의 색 발달은 조금 더디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국의 청화백자 색을 일컫던 오리엔탈 블루Oriental Blue는 델프트 웨어로 발전되어 델프트 블루Delft Blue로, 이 색은 또 영국으로 넘어가서 주석유약 영국 델프트English Delft로 발전, 결국 브리티시 블루 앤 화이트British Blue&White라고 불리게 된다. 지금은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패턴인 윌로우 패턴Willow Pattern 또한, 중국다운 패턴을 파란색 하회 전사를 이용해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파란 도자기Blue&White Porcelain는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더 주목받는다. 영국 도자기에 표현된 그림이 있다면 대부분 원본 판화 혹은 유화, 스토리 등이 있다. 오리지널 그림이 어느 색이었든, 파란색으로 표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파랑본능’이 당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 안에 숨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프러시안 블루 수채화 물감
자연에서는 결코 우리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파랑의 빛을 현재 도자기에서 나타내는 방법은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파란색이 금값보다 비쌌던 시절에 파랑은 ‘함부로 소유할 수 없는’ 색이었지만, 지금은 역사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파랑 덕분에 우리가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바탕 아래 도자기에서 파란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의 여정은 파란색을 따라가면서 함께 찾아보도록 하자.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