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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월호 | 전시리뷰 ]

김용윤 도예전 2002. 4. 11 ~ 4. 21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7:01:23
  • 수정 2018-02-14 09: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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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윤 도예전 2002. 4. 11 ~ 4. 21 김옥길기념관 김

용윤 도예전

글/김동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성이 김씨도 되고 이씨도 되는 것이 태어난 그 사람의 선택은 아니다. 아버지가 김씨면 성이 김가가 되고 아버지가 이씨면 성이 이가가 되는 법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 일도 어떤 남녀의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굴리다 보면 인생만사가 숙명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직업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구두를 수선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그 아들이 한 평생 구두를 수선하여 밥을 벌어먹는 수도 있고 부모가 곰탕집을 경영하는 집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가업을 계승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숙명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정말 천직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일을 위하여 이 세상에서 태어났다고 느끼게 된다. 황룡사 벽에 소나무를 그렸다는 솔거는 그림의 천재였음이 분명하다. 어쨌건 참새들이 날아와 그 가지 위에 앉으려고 하다가 떨어지곤 하였다니, 모차르트도 음악의 천재이어서 다섯 살인가 여섯 살때 음악회에 다녀와 그날 저녁에 들은 교향곡을 음부 하나도 틀림없이 그대로 오선지에 적어 놓았다니 그런 사람은 어려서부터 음악의 천재였음이 확실하다. 누구나 자기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을 하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시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시를 써야하고 화가로 태어난 사람은 그림을 그려야 하고 도예가로 태어난 사람은 도자기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인생을 살아가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도예가 김용윤씨의 작품들을 보면서 신들리지 않고야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편 감탄하고 한편 감격한다. 하늘이 내려주신 재능이 무엇인지를 파악한지 이미 오래다. 그는 흙을 빚어 그 그릇이 천년만년 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구워 아름다운 작품들을 이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의 작품은 연륜을 거듭할수록 깊이가 있고 운치가 있다. 그만큼 그의 인생은, 그리고 그의 예술은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우리는 만나게 되었고 그의 그런 작품들을 우리는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은 문예작품이건 예술작품이건 한결같이 그 작가 자신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를 대하고 그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의 섬세하면서도 중후한 인격을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쉘리는 ‘나 인생의 가시밭에 쓰러져 피 흘리노라’라는 처절한 한마디를 남겼거니와 그의 작품 세계를 둘러보면서 역시 인생의 가시밭에 쓰러져 피 흘리는 한 진실한 예술인의 모습을 보게된다. T.S.Eliot의 말대로 ‘신은 감정의 표출이라기 보다 그 감정으로부터의 도피’인데 도예가 김용윤의 엄청난 절제는 그가 참된 예술인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그의 예술 세계는 감정의 낭비가 전혀 없고 질서가 확연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거기에 그의 예술의 기품이 있고 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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