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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0월호 | 전시리뷰 ]

1300도로 소성된 들풀과 야생화의 뜨거운 생명력
  • 편집부
  • 등록 2003-07-12 15:57:06
  • 수정 2018-02-20 1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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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전 2002. 9. 23∼ 9. 29 행남자기 갤러리

1300℃로 소성(燒成)된 들풀과 야생화의 뜨거운 생명력

글/조현주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 전시유통팀장

 이가영은 국외의 거주작가 프로그램과 유학, 그리고 그 후의 해외에서의 취업 등을 통하여 다년간의 해외활동을 해온 작가이다. 이가영은 도자기 위에 꽃을 그리는 작가이다. 작가는 평평한 접시나 기물표면을 화폭으로 삼아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들풀이나 야생화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색채의 다양성 또한 수채화에 비교해 그 재료적 표현력에서 지지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야생화나 이름없는 들풀들은 사람들에게 장미나 튜율립처럼 사랑은 받지 못하지만 야생화만이 갖는 치열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야생성의 기운은 이가영의 완숙한 표현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통하여 기물 위에 재탄생하게 된다. 작가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도예색채 표현을 이태리 파엔자 국립도자학교에서의 유학과 도자기업인 바름사(주1)에서의 근무를 통해 수련했다.

 작가의 회화적 표현의 관심은 이태리 유학 이전부터 보여졌다. 그는 국내에서의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튼튼하게 구축된 기하학적 오브제 위에 다양한 색채를 이용한 사실적 드로잉을 보여줌으로써 도예와 회화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토·도예공모전 입선, 메트코 타일공모전(이태리) 입상, 바름 공모전 1등상(이태리) 등 수상경력이 화려한 작가이기도 하다. 바름 공모전에서는 1등을 함으로써 바름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재료적 그리고 예술적으로 성숙을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전시되는 주요작품들은 조선시대의 청화백자와 같은 고화도 화회기법(underglaze)에 의한 테이블웨어가 주종으로 그 동안 작가의 해외활동으로 인해 접할 수 없었던 작품의 변화와 완숙한 감성의 표현을 느껴볼 수 있다.

 작가는 그 동안 도기(陶器)와 자기(磁器)질의 도예작품들을 모두 제작해 왔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들의 도기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점을 감안해 이번 전시에서는 고화도 경질자기(硬質磁器)에 채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식기디자인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이채롭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여주며 일상에서의 실용적 제안을 위한 테이블 셋팅 이벤트도 마련했다. 코디네이터 양고은, 이현진씨의 협조로 열려진 테이블 셋팅 이벤트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대량생산된 도자기 그릇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작가는 근시일 내에 일상주변에서 작가의 수 작업으로 만들어지고 그려진(hand printing) 도자작품 그릇이 쉽게 쓰여지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문화적으로 성숙한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다만 깨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가정을 점령하고 있는 수입도자기를 증오하지는 않지만, 실용적 대안으로서만 간주하는 획일화되고 건조한 식기문화를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현재 세라믹스튜디오 아마노를 운영하는 이유 또한 위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으며 도자문화의 다양화를 위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들 또한 이러한 작가의 열의와 희망에 대한 격려의 의미에서 1300℃로 소성(燒成)된 들풀과 야생화의 뜨거운 생명력을 감상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주> 이태리에 있는 도기 테이블웨어 제작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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