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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월호 | 뉴스단신 ]

현대미술의 7가지 키워드와 함께 떠나는 방창현의 세계도자기행(6)
  • 편집부
  • 등록 2010-11-16 16:20:10
  • 수정 2010-11-16 18: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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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해reconciliation와 통섭Consilience : 21세기 디자인의 화두
  • 여섯 번째 작가: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

“진정 근대적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전통과 화해해야 한다.

To become truly modern, one must reconcile with tradition.”
‘옥타비오 빠스Octavio Paz’

 

20세기 도자 테이블웨어 디자인ceramic tableware design은 헝가리 출신의 디자이너 ‘에바 자이젤Eva Zeisel 이전’과 ‘에바 자이젤 이후’로 나누어진다. 에바 자이젤 이전의 테이블웨어 디자인은 구두솔이나 그림액자처럼 집안에 덩그러니 놓여진 하나의 무기력한 사물이었고, 독백만이 존재하는 단독자의 세계였다. 그들은 단순한 용도와 기능의 쓰임이 다하면 언제든지 똑같은 혹은 비슷한 다른 물건과 교체될 수 있는 기호적인 사물에 불과했다. 에바 자이젤은 우리가 식탁에서 매일 마주하는 용기容器, container들이 기운생동氣韻生動할 수 있는 마법의 언어the magic language of things: 에바 자이젤이 명명한 자신의 디자인 미학이다를 발견한다. 그것은 디자이너와 사물, 혹은 대중과 사물 사이에 단절된 커뮤니케이션을 복원시키는 일이었고, 19세기부터 시작된 노동의 분화와 대량생산이라는 기계미학의 전통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에바 자이젤Eva Zeisel은 당시 유행하던 바우하우스Bauhaus의 미학적 산물인 기하학적인 직선과, 구조적 형식, 단순성, 그리고 와그너Wagner와 셈퍼Semper에 의해서 주창된 엄격한 기능주의Functionalism를 배격하고, 디자이너와 대중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감성의 어필을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흙의 부드러운 성질을 이용하면서 인체의 유기적 곡선을 강조하는 소위 ‘감성 디자인 emotional design’과 전체적인 set의 개념 속에서 개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 ‘관계 디자인relational design’을 통해서 발전시켜왔다. 에바 자이젤Eva Zeisel은 뉴욕 선New York Su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모난 작품을 만들 지 않습니다. 나는 더욱이 원형적인 사람입니다. 이것은 제 성격이고.....심지어 내 두 손 사이에 있는 공기의 흐름조차도 둥글지 않습니까? I don’t create angular things. I’m a more circular person? it’s more my character….even the air between my hands is round.” 라는 말로 자신이 얼마나 유기적인 곡선을 선호했는 지를 보여준다.  
21세기 도자 디자인은 미국 출신의 도예가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에 의해서 서막이 열린다. 에바 자이젤Eva Zeisel 이후 최고의 도예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히더 메 에릭슨은 다른 도예디자이너들이 겪었던 도예의 전통과 유산에 관한 깊은 성찰과 모색의 단계를 거치면서 동시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성장한다. 동시대의 도예작가들이 부딪히며 극복해야만 할 과제인 모더니즘 디자인의 전통과 수 천, 수 만년을 아우르는 도자공예의 전통과 유산 앞에서 당당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만을 예술의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순수미술과 전통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다른 공예분야에서의 성공보다 더욱 값진 결과였다.
산업디자인과 건축디자인에서 이미 진부한 금언이 되어버린 미국 건축가 루이스 셀리반Louise Sullivan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아직도 테이블웨어tableware 디자인에서 실질적인 기능에 봉사하기 위한 중요한 이론으로 등장하지만, 지나치게 기능만을 나타내는 단순한 형태와 실용도자를 위한 색의 한계성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 오브제object: 오브제란 예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물건이나 그 한 부분을 본래의 일상적인 용도에서 떼어내어 기록함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재한 욕망이나 환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말한다2)의 형태를 띈 조각적인 사고를 이끌었다. 오타비오 빠스Octavio Paz가 말한 도자전통의 기능성과 화해를 하지 못한 많은 현대 도예가들은 용기container의 형태를 지닌 오브제라는 새로운 형식에 동참하지만, 여전히 흙의 물성과 작품의 제작 과정에 집착하는 도예가들이 만드는 새로운 시각적 문법들은 현대의 주류미술에서 소외된 생경한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음을 비평가 가드클락Garth Clark이 지적한 바 있다.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의 창조력은 물레의 원심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련의 비슷한 형태와 단순한 기능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미국의 크렌부르크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 of Arts 를 졸업한 이후 발표된 작품들을 통해서 물레 위에서 만들어진 정형화된 용기를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세트set의 개념을 발전시킨다. 세트 속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용기들은 하나의 무기력하고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전통적인 기능미학에서 벗어나 서로 어우러져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이디엄idiom을 추구했다. 형태는 물레에서 만들어진 원심력의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 더욱 더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곡선을 강조했지만, 테이블웨어 디자인의 전통적인 기능은 여전히 유효시켰다. 칼라는 기존의 도자기에서 보기 힘든 파스텔톤의 색조를 유기적으로 배치시킴으로써 조직과 관계성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냈고, 3차원의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따스한 배경 칼라 위의 화려한 용기의 다채로운 색들의 조화는 관객들을 시각적으로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의 물레 위에서 만들어진 일련의 작품들은 에바 자이젤Eva Zeisel이 추구했던 관계 디자인relational design과 감성 디자인emotional design의 범주에 머무는 개념적 한계성을 들어내기 시작했고, 작가가 추구하는 디자인 미학을 만족시키기에는 무언가 새로운 시각적 기술적 시도가 절심함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의 이러한 일련의 시행착오들은 21세기 도자 디자인의 한 시대를 풍미할 젊은 작가의 탄생을 예고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고, 작가 자신에게는 조형성과 기능성이라는, 다시 말하면 ‘형태가 가능을 따라야 하는지Form follows Function, 형태가 개념을 따라야하는지Form follows Concept’에 대한 진부한 언술에 천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지난한 과정과 고민 속에서 많은 예술가들은 오브제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에바 자이젤Eva Zeisel-류類의 디자인에서 멈추게 된 것이 지난 20세기 도자 디자인의 역사였다. 동시대의 많은 도예 디자이너들은 에바 자이젤Eva Zeisel에게 영감을 구했고, 그녀를 통해서 성장하고 자양분을 공급 받았지만, 그녀가 한세기 동안 구축해 놓은 도예디자인은 많은 작가들이 넘어설 수 없는 견고하고 높은 성곽과 같았다.3)
동양이나 유럽의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도자의 전통이 빈약해서 전통과 모던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의 아티스트들이 더욱 더 오브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브제는 전통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든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미국적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매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은 핀란드의 헬싱키 디자인 대학University of Art and Design at Helsinki에 머물렀던 1년 동안 스칸디나비아의 도자 디자인의 전통과 현대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실용적인 테이블 웨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도자 산업’과 도예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소규모 공방이 절충된 스칸디나비아 도예 디자인의 트렌드에 주목하게 된다.  
히더 메 에릭슨Heather Mae Erickson은 오브제 중심인 미국의 국지적인 도자를 넘어 개념과 기능을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기존의 테이블웨어 디자인에서 볼 수 없는 도저한 시도를 준비한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현대인들의 ‘정찬예식dining ritual’이었다. 고대문명의 제례의식을 연상시키는 ‘예식적인 과정ritual process’을 복원시키면서, 작가는 현대인들의 정찬예식의 기능과 사용되는 용기容器,container들이 매우 제한적이고 역사적으로 타성에 길들여져 그 어떤 창의성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게 된다. 히더 메 에릭슨은 이 의식을 현대화시키고 간편화시키는 과정에서 놀라운 시각언어를 발견하게 된다. 작품에 음식을 담고 새롭게 디스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제한적으로만 생각했던 테이블웨어tableware 에서의 시각적 가능성은 무한대로 증식되었다. 더욱더 주목할 만한 점은 작가가 정찬예식의 과정을 국한시키지 않음으로써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다양하고 흥미로운 예식을 유발하게 되고, 작품 연출의 다양성도 극대화된 점이라 하겠다. 테이블 위에서 개념적인 오브제를 사용함으로써 겪는 불편함도, 단순한 기능만을 나타내는 둥근 모양의 접시와 몰개성적인 그릇의 형태도 히더 메 에릭슨은 허용하지 않았다. 철저히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절묘히 예술적인 작품을 구현한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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