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3~6.18 서울대미술관 MoA 3층 전시실
최태만 미술평론가
<교육과 창작의 사이에서>전은 정년퇴임을 맞이한 서울대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도자공예전공 신광석 교수의 시기별 대표작들을 조망할 수 있는 회고전을 통해 한국현대도자공예의 교육적, 예술적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다.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입학과 더불어 시작된 신광석 교수의 지난 40여 년간의 도예 여정은 작가로서의 창작세계와 교육자로서의 역할로 점철되어 왔다. 이번 전시회는 이같은 그의 도예여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1960년대부터 70년 중반까지 신광석은 역사적 관점에서 도자공예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구했다. 도자공예가 단지 용기에 국한하지 않고 회화와 조각을 포함하는 예술의 영역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개인전을 가졌던 1975년까지 그의 작업은 점토의 가소성이 지닌 가능성에 매료돼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실험하는 쪽으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1975년 미국 유학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예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를 거쳐 생활에서 사용되는 도구로서의 도자기와 그 자체로서 순수한 예술로서 도예의 결합을 모색하였다. 이 시기 그에게 중요한 과제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도예작품을 창작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전통적인 물레작업보다 도판을 서로 이어 붙여 만든 기하학적 형태의 기물이자 심미적인 조형품으로서 도예작업에 전념하였다. 당시 제작한 작품들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그것의 구조를 단순한 형태에 구현한 것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1981년 서울신문사가 주최한 ‘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자연-산Ⅰ·Ⅱ·Ⅲ>은 그의 이러한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추상적인 형태와 절제된 색채를 특징으로 하는 이 작품들은 도예의 현대화를 위한 실험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1983년의 두 번째 개인전 이후 그는 광의의 기술과 표현의 문제에 대해 천착하며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부터 추상적인 형태와 기물의 형태가 결합된 순수조형으로서의 작업을 추구하였다. 고대 중국의 청동기를 모티브로 한 이 형태들은 신화적인 내용을 유기적 구조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예가이자 교육자로서 도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복수의 생산이 가능한 작업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도예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도예영역의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1992년의 개인전을 끝으로 한동안 교육에 전념했던 그가 2000년대 들어와 시도하고 있는 청화靑華작업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청화백자는 중국 원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했으나 명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수출품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유럽에서 중국취향Chinoiserie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