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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월호 | 작가 리뷰 ]

빈 피네런_숭고, 시원의 감흥
  • 편집부
  • 등록 2010-04-30 12:07:40
  • 수정 2024-07-05 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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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7가지 키워드와 함께 떠나는 방창현의 세계도자기행(1)

본 연재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키워드인 숭고the sublime, 몸body, 미니멀리즘minimalism, 물성materiality, 서사narrative, 개념미술conceptual art, 팝아트pop art를 중심으로 본 현대도예에 관한 글이다. 하지만, 형식면에서는 기행문적 수필의 형식을 빌어 독자들이 현대 도예 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한국의 현대도예가 오랜 동면의 시기를 지나 이제 찬란했던 옛 영화를 위한 용트림을 하는 이 시기에 한국 현대도예의 미래의 비젼과 현재의 성찰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Bean Finneran _ 숭고, 시원의 감흥

여행이 시작되는 곳
뉴욕의 햇살은 서울보다 따갑다. 오래된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사선으로 흘러들어오는 햇살은 이방인에게는 시리도록 아프다. 영혼은 고향에 두고 텅 빈 거죽만 이 낯선 곳으로 데려온 느낌이다. 정돈되지 않은 익명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쏟아져 흩어진다.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달리는 사람들 속에 나는 평생 길 위에 던져진 유목민의 여정을 그려본다. 그 자유로움 속에 닫혀진 내 몸과 열린 세계 사이에 이물질처럼 밀려드는 이 생경한 두려움. 나의 도자 기행은 이 세계가 내 몸에 밀어내는 낯선 감각들을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될 것이다.
뉴욕 첼시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곳엔 뉴팔츠New Paltz라는 작은 타운이 있고, 그곳에서 나의 도자 기행이 시작된다.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지닌 곳, 밤이면 허드슨 강이 흐르고, 아침이면 사슴 가족이 물을 마시러 오는 곳, 서울보다 잠이 더 잘 오는 그 곳은, 도착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나의 몸과 마음을 동화시킨다. 대자연, 그 곳에선 어쩌면 죽음조차 자연의 일부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다.

첫 번째 작가, 빈 피네런Bean Finneran
“성스러운 삼림 중에서 홰나무와 그 고독한 그림자는 숭고이다. 화단이나 낮게 깔려 있는 나무 수풀은 아름답다. 밤은 숭고하고 낮은 아름답다. 숭고는 감동시키고 미는 매혹시킨다”(칸트, 미와 숭고, 1764).

빈 피네런Bean Finneran은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났고,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해수 소택지salt marsh, 조수가 드나드는 해안의 늪 끝자락에 있는 고립된 지역에 산다. 그곳은 그녀가 도시의 문명을 떠나 대자연의 품에서 초시간적 혹은 탈공간적인 자연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성지인 곳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대자연의 기를 받고, 그 아우라aura를 고스란히 갤러리의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피상적으로 보면, 그녀의 작품은 나뭇가지를 재현한 흙으로 만든 코일을 수백, 수천 겹으로 배열해 단순한 자연의 모방처럼 보이지만, 작품 속의 코일은 유기적 유니트organic unit로써 추상화 되어있고, 가마 속의 번조과정firing process에서 임의적인 변형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빈 피네런이 현현顯現, manifestation하고자 하는 자연의 숭고미를 위한 하나의 제의적祭儀的, epideictic 과정으로 초월적 대상과 관객을 이어주는 샤머니즘shamanism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울창한 나무숲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작품들은 정지된 공간에서 나와 마치 갤러리를 부유하듯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보이지 않는 지하와 인간이 사는 대지, 그리고 천상을 이어주며 그들의 현존성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부각시킨다. 빈 피네런Bean Finneran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 존재와 부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성스러움과 세속적임,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오롯이 대자연의 현전 앞에서 모든 언어를 침묵케 만들고, 내안의 진화를 거부하는 시원의 숲과 대면하게 한다. 그것은 삶의 저편에 자리한 풍경이 아니라, 대상과 내가 하나의 등가물等價物로서 한번도 태양의 양기를 경험하지 못한 숲 속의 처녀지處女地, virgin soil와 제 이름을 찾지 못한 원시의 침엽수림이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축제 혹은 향연의 장이다. 감각, 오로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감각만이 이 향연에 초대된다. 인간이라는 문명과 이성의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던지고 이 소우주의 육질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냄새를 맡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경계와 구획을 꿰뚫고 나아가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들뢰즈Gilles Deleuze의 유목적 사유를 힘껏 들이켜야 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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