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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월호 | 작가 리뷰 ]

문 호_도조에 담긴 순환적 사유의 흔적
  • 편집부
  • 등록 2010-04-01 19:07:15
  • 수정 2010-04-01 19: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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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두현 인터알리아 큐레이터, 사진 _손문수 포토그래퍼

모든 시작점과 끝점은 동일선상에 존재한다. 한 생명의 소멸은 곧 다른 한 생명의 생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상가는 “만물은 점에서 시작해서 점으로 끝난다. 나도 결국 하나의 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순환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보는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죽음’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원래 온 곳으로 돌아가는 일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동양에서 견지해온 삶의 철학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관점으로 세계를 본다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는 유한한 것이 아니라 무한한 것이 된다. 올해로 3번째 개인전(9. 9~ 9.15 서울 인사동 목인갤러리)을 개최한 도예가 문호의 도조 작업들에서는 그와 같은 순환적 사유의 흔적이 묻어난다. 요컨대 작가가 전시로써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는 끈이 바로 그런 ‘순환적 사유’에서 기인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 위치한 마치 한 송이 해바라기처럼 하늘을 향해 머리를 열고, 촉수를 세우고 있는 인물 작품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항아리와 같은 기물 위에 올려진 화분, 그리고 머리가 햇빛을 갈망하는 식물의 모습을 한 인물이 그 곳에 앉아 있다. 바로 작품 「진화된 DNA」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 작품은 앞서 밝힌 작가적 사유의 결절점으로 비춰진다. 거기에는 일체화된 자연과 인간이 있으며, 이는 세계와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도록 고도의 진화과정을 거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는 사라진 생명체들을 상상 속에서 부활시키고, 또 상호간의 외형적 경계도 무너뜨린다. 그 결과 각각의 작품들은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이물의 모습으로 제시되고, 이로써 돌연변이를 떠올리게끔 한다. 인체와 식물, 식물과 식물, 식물과 다른 곤충들 혹은 이런저런 인공물들이 한 데 섞이고 변태되어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이상적 조화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어떤 부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들을 처음 접하는 순간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여성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작품만 봐서는 작가가 남자라는 상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특정한 형태나 색채에서 풍기는 여성스러움 이상의 다른 의미항들이 숨겨져 있다. 즉 앞서의 얘기들과 연관시켜 이를 좀더 깊이 파고 들어가보면, 작품 전반에 깃들어 있는 생명의 모체로서 여성성이 그런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는 쪽으로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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