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찾아서
| 장정란 미술사, 문학박사
이용욱
이용욱은 꾸준히 도자의 새로운 조형어법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도자기의 전통적 개념인 감상용과 고급 실용기를 이 시대 새로운 예술방식으로 전환해 보고자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이용욱이 추구하는 도자세계는 환경과 인간의 삶에 유익하게 작용하면서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는 환경예술도자이다. 이 시대는 수많은 예술행위에 관대하고 그러므로 다양한 미의식이 만개하고 있다. 간혹 대중들에게 미추美醜에 대한 혼란을 주고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발한 발상만으로 예술의 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 속에서 이용욱의 작품은 치열한 진지함이 주목된다.
이용욱의 작품은 오랜 제작기간을 요구한다. 도토陶土로 거대한 판을 만들고 일정한 두께를 만들기 위해 방망이로 타작한다. 이후 하나의 도판은 다시 18개의 작은 사각판으로 잘라진다. 이 판들은 각자 다른 문양을 가지고 있는데 문양은 조각기법으로 다양하게 새겨진다. 그 위에 눈처럼 하얀유약을 여러번 도포해 얼음알갱이 같은 질감을 만든다.
이런 작업방식은 <기록을 찾아서>라는 이번 전시2009.9.2~9.8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의 주제에 맞게 꼼꼼하고 치밀한데 마치 글자 한자도 놓치지 않고 역사를 기록했던 빈틈없는 사관들의 자세를 보는듯하다. 조각수법은 다양한 필치筆致가 주목된다. 강렬한 것과 부드러운 터치가 적절히 섞여있는데 마치 섬세한 붓으로 종이에 그린것 처럼 선線적인 율동감을 가지고 있다. 중견작가의 흙에 대한 숙련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작은 도판 18개가 조합되어 하나의 큰 도판을 만들고, 각자의 문양이 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그려낸다. 전시의 메인작품인 4개의 큰 도판은 모두 형상이 다르다. 하나는 하단부부터 작은 물결이 조용히 상단부로 올라가는 듯한 형상이다.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조각되었다. 돌이나 나무의 조각과는 다른, 흙만이 가질 수 있는 물성의 부드러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상의 기록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번째 도판은 원형圓形의 도상을 응용한 것으로 강한 필치로 돌출되도록 원형의 형상을 조각하고 바탕은 잔잔하게 원형이 풀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역사의 선두에서 기록을 남겼던 이들과 그 뒤를 따라가며 문명을 일궜던 인간의 겸손한 자취를 상징한다.
세 번째 도판은 사다리형의 여러 조각들이 화면 중앙으로 몰려들면서 형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거대한 물살 같기도 하고 거대한 건물들의 조합처럼도 보인다. 이것은 인간들의 다양한 논쟁과 갈등의 형상화인데 그러나 중앙으로 모두 모이는 것은 화합이라는 형태를 통해 찬란한 역사를 만들었던 인간성에 대한 작가의 헌사적 표현일 것이다.
네 번째 도판은 상단부터 섬세한 파동들이 점차 하단부로 가면서 크고 강렬해지면서 거대한 바다를 만드는 형상이다. 계곡에서 물이 시작되어 강물이 되고 점차 커지며 바다로가 바다물이 되는 모습을 도상화하였다. 인간이 문자文字를 만들고 그것이 빛나는 문화가 되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본 기사는 일부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9.9 참조)